[청년 D집다] ‘내 고장’을 위해 할 수 있는 일

입력 : 2021-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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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남에 산다. 그중에서도 나의 고장은 장성군이다. 나는 ‘전남 장성 청년’이다. 나는 나의 고장을 사랑한다. 과연 나는 내가 사랑하는 이 지역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려고 노력하는가 자문할 때가 있다. 스스로에게 던지는 이 질문을 언제나 잊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지역농산물을 활용해 운영 중인 식당이다. 계기는 동네의 농사짓는 어르신들이었다. 우리 동네는 외진 곳에 있어 판매처를 확보하기가 참 힘들다. 또 주변에 산림이 많아 농사지을 면적이 충분히 넓지 않으니 많은 양을 생산하지 못해 수익성이 떨어진다.

여러 이유로 우리 동네의 어르신들이 농사지은 소중한 농산물은 대부분 제값을 받지 못하고 ‘가격 후려치기’로 판매되거나 그 양이 충분치 않아 지인들에게 판매하는 정도에 그친다.

이런 상황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참 오랫동안 고민해왔다. 그러다 퍼뜩 ‘깊은 산속의 농산물을 시장에 내다 파느라 고생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바로 현장에서 식사로 만들어 소비자에게 대접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주변 어르신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구매해 한끼 밥상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매일 만드는 손두부, 잘 삶긴 돼지고기 수육, 어르신들이 손수 캔 제철 나물, 장성 바람에 건조된 시래기 등 10여가지 메뉴를 제공한다.

식당의 주제는 ‘집밥’이다. 요즘엔 일부러 집밥을 얻어먹으러 다니는 방송 프로그램까지 있는 걸 보면 집밥 먹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듯하다. 예전에는 인건비가 저렴했기 때문에 ‘사람의 노력’을 또 하나의 재료로 삼아 오랜 시간을 투자해 만드는 집밥 메뉴가 흔했다.

그러나 지금은 재료비보다 인건비가 더 올라서 나물처럼 손 많이 가는 메뉴를 쉽게 접할 수 없다. 역설적으로 이런 이유 때문에 집밥이 더 희소성을 갖고 관심을 끌 수 있는 듯하다. 많은 이의 관심을 받는 것은 중요하다. 이 집밥 식사를 판매함으로써 우리 동네 어르신들이 손수 길러낸 농산물을 남김없이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식당으로 오가는 길에 장성지역 로컬푸드매장에서 또 다른 지역농산물을 구매하는 추가 소비로 이어지기도 한다. 혹시 모른다. 우리 식당에서 시래기를 맛있게 먹은 이들이 돌아가는 길에 ‘집에서도 만들어 먹어봐야지’ 하는 생각에 주기적으로 장성의 시래기를 구매할지도. 꼭 장성 것이 아니어도 시래기 자체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소비가 늘어나면 좋은 일이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우리 식당의 방문객수는 평균적으로 한해에 5만명 정도나 된다. 단순히 우리 매장의 매출을 늘려서 좋은 것이 아니다. 집밥을 먹음으로써 예부터 우리 땅에서 나고 자란 농산물의 소비도 늘어날 수 있다.

사실 우리 식당에서 판매하는 한상 차림의 가격은 6000원이다. 수익 중 상당 부분은 동네 어르신들의 농산물을 수매하는 데 쓰인다. 만약 식당의 취지가 수익을 위한 것이었다면 6000원은 말도 안되는 가격이다. 어르신들이 길러내는 농산물 판로 확보, 지역농산물 소비, 그리고 장성이라는 지역에 대한 인식 개선이 식당 운영의 취지다.

만약 이 글을 읽는 청년농이 있다면, 그 지역에서 오래 발붙이고 산 이들이라면 고마운 ‘내 고장’에 가치를 환원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해보면 좋을 것 같다. 나는 안다. 시간이 걸리지만 차곡차곡 쌓이면 그게 바로 나뿐 아니라 주변을 변화시키는 힘이 된다는 것을.

김진환 (백련동편백농원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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