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D집다] 리테일의 미래는 농업에 있다

입력 : 2021-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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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비즈니스(산업)는 신뢰가 핵심이다. 특히 그간 농산물은 오랜 시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본 뒤에야 비로소 구매가 이뤄지는 시장이었다. 그래서 온라인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때도 농산물 구매 증가율은 상대적으로 더뎠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농산물 소비의 패러다임을 빠르게 바꿨다. 오프라인 중심의 농산물 구매를 온라인으로 전환시킨 계기가 된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 중 농축수산물의 구매액은 4621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946억원(72%) 증가했다.

농산물은 직접 보고 사야 한다는 관습을 깬 건 무엇일까? 그 핵심은 만족스러운 구매 경험에 있다. 신선식품을 전문적으로 배송하는 온라인 유통업체와 기존 대형마트의 온라인 서비스는 ‘비대면으로 구매해도 충분히 신선하고 맛있는 농산물을 집 앞까지 편하게 배송 받을 수 있다’는 신뢰의 씨앗을 뿌렸다. 이에 따른 온·오프라인 리테일(소매)시장의 주도권 경쟁이 치열하다.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오프라인 강자와 마켓컬리·쿠팡 등 온라인 강자들이 다투는 전쟁터다.

리테일시장 주도권 싸움에서 승자가 되는 길은 분명하다. 농산 품목에서 누가 경쟁우위를 가져가느냐다. 농업에 대한 깊은 이해와 접근방식을 가져가는 기업만이 이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농산물은 다른 품목에 비해 가격대가 높지 않다. 이 때문에 부가가치가 크지 않고,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농산물은 역설적으로 리테일이 경쟁우위를 가져올 수 있는 영역이다. 대형 제조사들이 만드는 가공식품은 어디서 구매하든 품질과 가격이 비슷하다. 공장에서 찍어낸 식품들은 리테일이 ‘우린 남들과 다른 것을 더 좋은 가격에 판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어렵다. 농산물이야말로 리테일 기업이 상품을 차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영역이다.

리테일이 농산물을 통해 소비자에게 더 신뢰받을 수 있는 길은 많다. 대규모 계약 생산을 통해 균일한 품질, 안정적인 가격을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다. 맛과 향 등이 완전히 새로운 품종을 진열해 시각적·미적 만족감을 줄 수도 있다. 이는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수십년간 농산물 구매경쟁력 강화에 공들인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농산물은 표준화가 어렵고 환경적 변수가 많다. 이 때문에 농산물 유통은 충분한 노하우와 농업에 대한 전반적 지식이 기반이 돼야 한다. 장기적으로 농업을 넓고 깊게 이해하는 인력을 양성하거나 해당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 사람과 협업하는 방법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제조사 중에도 이같은 전략으로 성공한 사례가 있다. 오리온이다. 오리온은 30년 전 감자연구소를 설립해 지금까지 자체 품종개발, 종자생산, 계약재배를 해왔다. 안정적인 가격으로 차별화한 감자칩을 만들어 감자를 활용한 제품부문에서만 누적 매출 1조4000억원을 달성했다. 베트남과 중국 등 해외 진출의 발판이 되기도 했다. 국내에서 축적한 종자부터 계약생산, 가공까지 ‘엔드 투 엔드’ 시스템을 적용해 지난해 1200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했다.

오리온은 직간접적인 방법으로 경쟁사들보다 농업에 깊이 관여하는 전략을 썼다. 단기적으로는 눈에 성과가 보이지 않지만 이같은 접근법은 다양한 방법으로 시장 변화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는 근간이 됐다. ‘농장에서 공장까지’ 이어지는 오리온의 독자적인 내적 역량은 농업과 농산물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했다. 농업에서 리테일의 미래를 찾아야 하는 이유다.

권민수 (록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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