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D집다] ‘농업고’의 미래는

입력 : 2021-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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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TV 프로그램에서 한 개그맨이 “본인이 과학고 출신이라는 이유로 똑똑한 연예인들이 주로 나오는 퀴즈프로그램에 초대받았다가 한문제도 못 맞혔다. 실은 농업고등학교인데 ○○과학고등학교로 명칭이 바뀌어 벌어진 해프닝”이라고 말하는 모습이 방영됐다. 당사자는 물론이고 함께 출연한 이들 모두를 웃음바다로 만들며 기사화됐던 그 장면을 시청하며 농업계 학교의 사회적 인식에 대해 씁쓸한 감정이 들었다.

불과 몇년 사이에 급변하는 대내외 농업·농촌 환경과 농산업의 발전에 발맞춰 농업계 고등학교들은 농(農) 대신 생명·산업·과학·마이스터 등 보다 더 넓고 큰 비전을 제시하는 명칭으로 이름을 바꾸고 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다양한 학습프로그램을 구축하며 장학제도를 마련, 쾌적한 학업 환경을 조성하는 데 노력해왔다. 또 농산물 생산에서 나아가 최신 농업기술을 개발하고 정보기술(IT)·마케팅·농업창업을 가르치는 등 미래 농민 육성의 산실로써 많은 변화를 꾀하고 있다.

변화의 이면에는 국가 농업정책 및 농산업 환경변화에 맞는 교과과정 개편의 필요성도 있지만, 무엇보다 ‘농업고’가 가지고 있는 오랜 이미지를 개선할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갈수록 줄어드는 농촌인구와 농산업 진로를 희망하는 학생수 감소로 인한 운영상 어려움 등 다양한 문제로 존폐 위기를 겪는 농산업 학교의 문제 해결을 위한 극복 의지가 담겨 있다.

하지만 우수한 시설 마련과 교과과정 개선 등 변화에도 불구하고, 농업계 학교는 농산업의 비전보다 각종 장학제도 및 학업지원 혜택을 전면에 내세우며 학생 유치에 우선 집중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리고 ‘농’의 가치를 고민하며, 농산업의 역사를 바탕으로 농업·농촌에서 자신의 역할과 가능성, 목표를 정립해나가기보다 여느 학교처럼 높은 취업률과 많은 소득을 강조하는 성과와 창업 중심의 수업 비중을 늘리고 있다.

그럼에도 농업계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여전히 사회에서 요구하는 조건과 역량을 갖춘 청년 인재로서 그 능력을 제대로 평가·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농업계 청년은 지금보다 더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필요가 있다. 게다가 농업계 학교를 나온 청년을 제대로 대우하면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지방분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지방 인구의 소멸은 곧 농산업을 영위하는 인구의 감소가 심각하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농업계 종사자가 지방에 있으며, 지방 경제의 꽤 큰 부분을 농업계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는 도시청년들의 유입만을 고민할 게 아니다. 처음부터 농촌에 거주하며 농업을 배우고 꿈을 키우는 학생들을 제대로 대우하고 육성하는 것이 더 빠른 해결방법을 찾는 길일 수도 있다. 일찍이 농업을 고민하고 학습한 예비 농업 전문인력을 많이 육성할수록 급변하는 농업환경에서 농산업이 더 많은 대응방안을 찾고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발전해나갈 수 있다.

농업과 농촌·농산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미래 먹거리의 안보를 위해서라도 농업교육이 처한 문제와 해결과제를 사회 전반으로 확장해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 무엇보다 미래 농민 육성의 중요성과 그 가치에 대해 사회적 인정과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우리의 농업·농촌과 농산업의 미래는 더 희망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지방 인구 소멸과 농업 홀대를 막을 수 있는, 너무나 단순하지만 모두가 주목하지 못했던 ‘잊고 있었던 길’은 아닐까.

강선아 (청년농업인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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