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D집다] 다음 세대는 ‘냉이 철’을 알 수 있을까

입력 : 2021-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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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겨울은 유난히 눈이 자주 내렸다. 날 좀 풀리면 밭에 나가 냉이를 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실천이 영 쉽지 않았다. 1∼2주에 한번씩 내리는 눈에 밭고랑이 질척거려 미루고 있으면 추위가 오고, 이렇게 추울 때 할 일은 아닌 것 같아 추위가 지나길 기다리다 보면 또 눈이 왔다. 굳이 이렇게 추운데 냉이를 캐야겠다고 꼭꼭 다짐하는 것은 냉이 철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렸다는 지난해의 기억 때문이다.

“올해는 냉이가 순식간에 꽃대를 올리네요!”라는 내 말에 귀농 선배는 “8년 전 우리가 처음 내려올 땐 4월에도 냉이를 먹었는데 이젠 4월에는 냉이 꽃대가 다 올라와서 먹을 수가 없어요”라고 대답했다. 1, 2년 사이에는 느낄 수 없었던 변화가 조금 시간을 두고 바라보면 분명히 알 수 있을 만큼 조금씩 일어나고 있다. 냉이가 우리의 주 작물도 아니고 그냥 봄맞이 느낌으로 먹어오던 것이니 큰 의미가 없다 해도 우리 삶을 이루는 것이 하나씩 이렇게 변해간다면 ‘다음 세대는 지금과는 참 많이 다른 계절과 기후에서 살아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몇년의 세월이 지나고 난 후 우리는 쑥과 두릅이 주는 계절감을 다음 세대와 공유할 수 있을까? 냉이와 달래가 의미하는 것을 함께 느낄 수 있으리라고 자신할 수 있을까? 한해 한해 바뀌어가는 기온과 강수량이 이 땅에서 계속 살아온 작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과 재배지는 북상해 이젠 강원도에서 사과를 키우고 남부지방에선 제주에서만 자랐던 과일들을 재배하고 있다. 요즘 사람들은 쌀보다 밀을 많이 먹고, 국산 과일보다 수입 열대과일이 더 인기 있으니 이 땅에서 조금 덜 자라고 덜 거두고 하는 것은 문제없는 걸까?

냉이의 봄이 짧아지는 것으로 끝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 땅에 사람과 함께 살고 있는 수많은 다른 생명들은 어떨까? 원래 이 땅에서 자랄 수 있었던 풀과 나무들이 크지 못하고 열매를 맺지 못하거나, 생장 주기가 달라진다면 야생동물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먹을 것이 충분하지 않은 야생동물들은 인간과 공존이 가능할 것인가? 우리가 알던 익충과 해충은 그대로일까? 오디가 열릴 때 콩을 심어야 새들이 오디를 먹느라 정신없어 콩밭에 피해가 덜하다는 선배 농민의 말은 언제까지 맞는 말일 수 있을까? 정체를 알 수 없는 기후위기의 시대로 눈을 가리고 한발 한발 들어서는 기분이다. 올해 농사에선 또 어떤 일을 겪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2020년은 유난히 긴 비가 여름 내내 내렸다.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그리도 길게 비가 내리는 여름을. 분명 무척이나 더운 여름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는데 말이다.

지금 같은 방식의 농사가 언제까지 가능할 것인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사람들은 기후변화가 심각하고 그로 인한 피해가 자꾸 생기니 농사 환경을 통제하고 조절하는 시설농업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지금 당장은 그로 인해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그 시설 안의 환경이 순환적으로 유지되지 않는 한 외부의 에너지와 도움은 계속해서 필요할 것이고 그 또한 언제까지 가능할 것인지 우리는 알 수가 없다. 우리는 겪어본 적 없는 기후위기의 시대를 지금 살고 있고, 살아가야 한다. 지금 이대로 에너지를 펑펑 쓰고 환경을 오염시킨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기후변화를 겪게 될 것은 자명하다. 기후변화로 인한 변화를 어디까지 상상해야 하는 것일까. 우리의 삶은 어디까지 변화할 것인가. 나는 미래세대와도 ‘냉이 철’을 공유할 수 있길 바란다.

안정화 (종합재미농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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