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D집다] 고당도 토마토는 왜 유통되지 못할까

입력 : 2021-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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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도 높은 토마토가 유통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토마토농사를 짓는 농민에게 당도 높은 토마토는 쉽게 터져버려 유통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생산지에서 출발해 소비자에게 도착하는 유통과정에서 터져버린 토마토는 이미 상품으로서 가치를 잃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토마토가 병에 걸리는 등 하자가 있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당도가 높아 터졌다는 설명을 들을 기회가 우리에게 없다는 것은 무척이나 아쉽다.

이처럼 농산물이 생산돼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선 여타 공산품 유통과정과는 조금 다른 문제들이 더러 발생한다. 게다가 농산물 유통은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 소비자들이 농산물에 대해 ‘신선함’을 가장 많이 기대하기 때문이다.

농산물에 대한 엄격한 기준은 농산물 자체에 대한 발전을 상당 부분 지체시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물러 터지지 않는 토마토’를 찾는 유통 구조에서는 맛이 없어도 단단하고 잘 무르지 않는 품종만 유통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연히 품종의 다양성은 뒷전으로 밀리고 만다.

품종의 다양성을 두고 일각에서 진행되는 논의는 생산자들 사이에서나 화제다. 소비자들은 왜 달고 맛있는 토마토가 유통되지 못하며 다양한 품종의 토마토를 시장에서 볼 수 없는지 알 수 없다. 애초에 관심 있는 사람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나마 지역별로 존재하는 로컬푸드직매장 정도가 품종의 다양성을 고민하고 이야기하는 통로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문제를 떠올리면 필자는 프랑스의 식료품점 ‘모노프리(Monoprix)’에서 만난 형형색색의 방울토마토와 모양이 각기 다른 10여종의 토마토가 생각난다. 심지어 모노프리는 대단한 신념을 가지고 운영되는 가게도 아니다. 우리나라의 대형마트 체인점쯤 되는 흔한 식료품 취급 마트다.

현재를 살아가는 세대, 그리고 그다음 세대를 위해 형형색색의 토마토는 물론이거니와 모양도 각양각색인 토마토가 다양하게 구비돼 있었다. 무려 열가지가 넘는 품종의 토마토가 나란히 매대 위에 진열돼 소비자의 취향에 따라 선택을 기다리는 것이 놀라웠다. 프랑스는 생산단계뿐 아니라 이미 소비단계에서, 다시 말해 일상 속에서 품종의 다양성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일부 품종에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하는 품종의 다양성 지원사업을 통해 복원된 품종이라는 설명도 붙어 있었다.

이처럼 프랑스에서는 프리미엄 식료품점이 아닌,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식료품점에서도 소비자에게 조금 더 다양한 선택지를 주기 위한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그리고 정부나 지자체도 생산자나 생산지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농업을 통해 생산된 농산품’을 후원하고 있다. 이는 곧 품종의 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농가들이 출하한 농산품을 지키려는 사회 전체의 노력이다.

‘당도가 높아 물러 터져 유통되지 못하는 토마토’와 ‘품종의 다양성’은 일반 소비자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농산물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우리에게 시사점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현세대뿐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해서도 이 문제에 대해 본질적으로 고민해볼 때다. 지속가능한 농업을 장려해야 다음 세대를 위한 농업이 존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품종을 지키기 위한 깊이 있는 논의와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희준 (더로컬프로젝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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