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D집다] ‘카페 창업’보다는 ‘농업 창업’

입력 : 2021-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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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 3년차, 소위 말하는 명문대를 나와 의료기기 회사를 다니던 나는 번듯한 직장을 그만두고 귀농했다. 당시 나이는 겨우 서른. 나는 ‘내 사업’이 갖고 싶었다. 주변에 창업하는 많은 사람이 카페를 고려한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처음 창업 종목을 고를 때 철저히 시장가치 측면에서 접근했다. 시장이 크고 소비자가 많은 먹거리시장에서 창업 아이템을 찾아봤다.

그래서 먼저 눈에 들어온 창업 아이템이 ‘카페’였다. 커피산업이 매력적임에는 이견이 없었다. 커피를 싫어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실제로 한국인의 연간 커피 소비량은 1인당 300잔 이상에 달해 한국은 모두가 커피 애호가인, ‘커피를 사랑하는 나라’ 그 자체였다.

창업 종목은 정했겠다, 숫자를 대입해서 순이익을 계산해봤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아무리 긍정적으로 검토해봐도 직장생활을 지속하는 것이 좋다는 결론만 나왔다.

고민의 시간을 보내던 와중에 ‘먹거리산업의 핵심은 재료고, 재료는 농업에서 나오니 농업 창업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장 크기는 일단 커피시장의 7배 이상으로 합격이었다. 순이익은 품목이나 판로에 따라 편차가 컸지만 그래도 카페보다는 괜찮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나를 가장 매료시킨 점은 이 큰 시장에 대기업이 없다는 점이었다. 바꿔 말하면 매우 어려운 경쟁 상대가 없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다른 시장보다 굉장히 크다는 뜻이었다. 예를 들어 카페를 차린다고 하면 내가 차릴 가게 근방에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점이 있는지 꼭 확인할 수밖에 없다. 그 브랜드가 가지는 영향력은 나를 배고프게 만들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측면에서 농업 창업은 100점 만점에 100점이다.

생각해보면 농업이야말로 창업의 필요충분조건을 충족한다. 경쟁자가 많은 포화시장, 다시 말해 레드오션에서의 창업을 피해야 성공하기 쉽다는 점에서 농업 창업은 경쟁자가 적어 유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 청년농에 대한 많은 지원정책이 있어서 도전해볼 만하다.

2018년부터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농업 창업 경력이 짧은 40세 미만 청년을 선별해 월 80만∼100만원 상당의 생활비를 3년간 지급하고 있다. 선발 인원도 매년 1600명 수준에, 2020년 기준 경쟁률은 1.9대 1로 그렇게 치열하지 않은 편이다. 이 제도는 다른 창업분야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매우 중요한 지원정책이다. 창업을 고려할 때 굉장히 중요한 사항 중 하나가 사업이 정착되기까지 초기 몇년간의 생활비 마련이기 때문이다. 국가로부터 3년 동안 안정적인 기본생활비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어느 것보다 경쟁력 있는 장점이다.

또 지난해부터는 몇몇 지방자치단체에서 ‘청년농 경영실습 임대농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청년농 경영실습 임대농장은 3년 동안 저리로 청년에게 시설을 임대해주는 사업으로, 청년농들이 스마트팜을 재량껏 운영할 수 있도록 장려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첫걸음부터 큰 투자를 감행하지 않고도 농업경영을 실습할 수 있어 매우 유용하다. 이러한 제도를 잘만 활용한다면 창업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농업이 가진 엄청난 가치와 그 사회적 역할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대의명분을 떠나서도 농업은 그 자체만으로 이미 시장성이 충분한 괜찮은 사업모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많은 것을 뒤로하고 농촌으로 향한 이유다.

김영웅 (달음농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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