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D집다] 우리의 생산품은 명품인가?

입력 : 2021-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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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주 사소하고 개인적인 일이지만 어떤 깨달음을 준 사건이 있었다.

2019년말, 고가의 무선 이어폰을 큰마음을 먹고 구매했다. 무선 이어폰계의 ‘명품’으로 불리는 이 상품을 꽤나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었는데 사용한 지 1년이 지나자 잡음이 들리는 등 문제가 발생했다. 사후서비스(AS)센터에 수리를 요청했다. 물론 상담원은 친절했지만 속으로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사용한 지 1년 만에 고장이 나다니…. AS센터에 수리를 맡기고 나자 이제는 ‘혹시라도 고객 과실이라고 하면 무상 수리가 안되지 않을까’ ‘그럼 수리비는 얼마나 나올까’ ‘나는 상담원한테 어떻게 이 억울함을 호소해야 할까’ 등 걱정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새 상품 교환 처리’였다. 생각지도 못했던 결과였다. 물론 애초에 사용한 지 1년밖에 안된 제품이 고장이 나면 안 되지만, 이후의 응대가 놀라웠다. 싸우지 않아도 교환을 해준다니. 그리고 해당 브랜드 업체 직원은 죄송하다는 사과도 잊지 않았다. ‘농업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으로서 호기심이 발동해 어떻게 이런 응대가 가능하냐고 물어보니 ‘고객이 불편함을 느꼈을 때 교환을 해줄 것’이라는 본사 지침이 있었다고 한다. 이런 응대를 받은 고객으로서의 나는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브랜드 충성도가 더 높아졌다.

소비자 입장에선 새 상품 교환 처리가 매우 합당하지만 사실 판매자 입장에선 그렇지 않다. 입장을 바꿔서 만약 내가 판매자인데 어떤 고객이 와서 1년 동안 사용한 제품이 고장이 났다며 교환을 요청한다고 가정해보자. 순순히 교환해줄 수 있을까? 한편으론 소비자이면서 한편으론 판매자인 나는 놀랐다. 괜히 명품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농민들은 농촌의 자원을 활용해 농산물을 생산·가공·판매한다. 수많은 사람을 만나며 판매를 위해 밤잠도 줄여가며 노력한다. 그런데 판매하려고 노력하는 만큼 AS 부분도 신경을 쓰고 있을까? 고객에게 잘못된 방법으로 응대하고 있는 건 아닐까?

주변에서도 많은 청년농이 하소연을 한다. “어떤 고객이 있는데 정말 상대하기 어렵다. 화가 난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면 그 자리에 있는 분들 대부분은 자신도 한번쯤 겪어본 일이라며 위로한다. 나 역시도 오랜 시간 고객을 대하면서 정말 해도 너무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상상을 초월하는 상식 밖의 고객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잘 응대해서 마무리 지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고객과 싸워서 나는 결국 이득을 봤는가? 할 말 다 해서 지금은 마음이 개운한가? 자문해보면 사실은 찜찜한 기분이 크다. 오히려 ‘어떻게 고객의 마음을 돌려 우리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까’를 고민해 효과적인 대응 방법을 구축했다면 장기적으론 약이 됐을 것이다.

명품이란 무엇이며 과연 내가 생산하는 제품은 고객들이 생각할 때 명품일까? 좋은 질의 제품을 생산하는 건 당연하고, 아마 거기에 더해서 다양한 유형의 고객이 느끼는 불편함을 해소해줄 수 있는 역량을 갖췄는지가 명품 여부를 결정하는 것 같다. 진정한 명품은 내가 명품이라고 말하는 것보다 고객들이 ‘그 제품은 명품이야. 믿고 사도 돼’라고 인정해주는 데서 온다. 농민들도 이제는 고객의 의견을 열심히 듣고 명품다운 사후관리까지 진행하는 것은 어떨까?


김진환 (백련동편백농원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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