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D집다] 내실 있는 판로 다각화가 절실하다

입력 : 2020-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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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키운 농산물을 어디에 유통·판매할 것인가?”

아마도 대부분 농가가 매년 씨앗을 뿌리며 하는 고민일 것이다. 하지만 답은 대개 정해져 있다. 주도권을 갖고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는 대농이 아니라면 손안에 남는 방법은 몇가지밖에 없기 때문이다. 농협이나 중도매상에 농산물을 넘기거나 소비자와 직거래를 하는 것이다.

사실 농민 입장에서는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까지가 그들의 본 업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시대가 ‘슈퍼맨이 된 농민’을 원하고 있다. 건강하게 생산한 농산물은 기본이고 기억에 남는 브랜딩, 친절한 커뮤니케이션, 새로운 방식의 판로 개척을 요구하는 것이다.

농가에 ‘어떤 가치를 가진 농가가 될 것인가’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졌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도태되지 않으려면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마냥 무시할 수 없는 경쟁 체제에 던져진 상황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에 새로운 유통·판매 방식에 대한 해법 중 하나로 6차산업이 만능 해결책처럼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체험농장 등 6차산업을 추진하던 농가 중 몇몇을 제외하고는 상당수 농가가 다시 1차산업으로 회귀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농가별 역량에 바탕을 둔 ‘사업 확장’이 아니라 정책적으로 유도한 ‘산업 확장’이었기 때문이다. 대부분 체험농장은 ‘감귤 따기’ ‘잼 만들기’ 등 차별화가 되지 않는 거의 같은 내용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행착오를 겪는 농가들은 어떻게 부가가치를 만들어 유통과 판로 확보에 힘쓸 수 있을까. 사실 고민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하나는 유통·판매 채널을 지금보다 조금 더 다양화하는 대안이다. 새로운 형태의 판매 전문가를 이용하는 방법인데, 충남 공주에 있는 ‘곡물집’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곡물집은 슈퍼마켓에서 포대로 사는 것이 익숙한 쌀·콩·팥을 색다른 방식으로 판매한다. 곡물과 함께 곡물을 주제로 한 책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구매자가 곡물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볼 수 있게 만든다. ‘어떤 비율로 곡물을 섞어 밥을 지으면 좋을지’에 대한 강의도 진행한다. 이는 곡물을 총체적으로 향유할 수 있게 해준다. 곡물집은 철학을 가진 농가가 생산한 농산물을 전문가로 구성된 판매채널이 제값을 받고 유통해주는 모델이다.

또 하나는 농가 스스로 각자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필요한 변화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경기 평택 ‘미듬영농조합법인’과 강원 춘천 카페 ‘감자밭’이 대표적 사례다. 미듬영농법인은 쌀농사를 지으면서 쌀 가공품 개발과 국내 최대 프랜차이즈 업체 판로 개척, 수출 등의 성과를 내고 있다. 카페 감자밭은 감자농사를 짓는 승계농이 꾸려가는 공간으로, 감자 원물로 만든 감자빵을 출시함으로써 1차산업 농가가 2차산업으로 진화하기 위해 어떠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를 직접 보여주고 있다.

필자는 경북 안동 참깨로 참기름을, 제주 녹차로 녹차 티백을 만들어 유통·판매하는 입장에서 수많은 농가의 판로에 대한 고민을 직접 접하고 있다. 고민의 범위도 판로 개척의 어려움은 물론 ‘팔리는 농산물’에 편중된 생산 등 2차적인 문제점까지 다양하다.

그럼에도 농가는 계속 고민해야 한다.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가를 끊임없이 고민하되, 농업의 트렌드를 선(先)제안할 수 있는 농가가 많아지는 시대가 와야 기존 유통·판매 채널의 틀을 깰 수 있다.

이희준 (더로컬프로젝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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