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국내산 분유, 미국 시장 개척할 때

입력 : 2022-06-22 00:00

01010101501.20220622.900052214.05.jpg

13세기 몽골 기병들은 우유를 건조해 만든 분유(粉乳)를 휴대했다. 이들은 신속한 이동이 가능한 말과 언제든 조달할 수 있는 분유·육포를 갖고 정복 전쟁을 벌였다. 몽골 대제국은 그렇게 건설됐다. 분유는 당시 최첨단 전투식량이었다.

21세기에도 분유는 최첨단 식품이다. 특히 영유아에게 공급되는 분유는 결코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다. 안전성 확보는 기본이고 취약한 영유아 신체 조건과 면역체계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유해 첨가물은 배제해야 한다. 성장과 발달에 필요한 영양소를 골고루 포함해야 하고 가급적 모유와 흡사하게 성분을 구성해야 한다. 우유 제품에 과민 반응을 보이지 않도록 만든 분유는 매우 정교하고 과학적인 배합·제조 방법이 요구된다. 요컨대 좋은 분유 탄생은 최고 품질을 갖춘 농업 생산물과 부단한 연구 끝에 얻어낸 과학적 성과, 그리고 최첨단 제조 능력이 결합돼야 가능하다. 영미에서는 영유아용 분유를 아예 ‘공식(公式·Formula)’이라고 부를 정도다.

우리나라에 분유는 한국전쟁 이후 구호품으로 들어왔다. 분유는 극도의 식량 부족과 영양결핍에 시달리던 국민에게 일시적으로 허기를 채워주던 비상식량이었다. 영유아 전용 분유는 꿈도 꾸기 어렵던 시절이었다. 그런 우리나라가 1967년 처음 분유 생산을 시작했다. 식량 자급도 어려웠던 당시 상황을 비춰보면 어린 세대의 건강을 지키려는 결단이라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현재 우리는 다수의 분유업체가 다양한 분유, 심지어 특수한 분유를 생산·판매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의 까다로운 눈높이에 맞추려는 노력과 치열한 국내외 경쟁을 통해 우리 분유 제조 수준은 세계적인 반열에 올라섰다. 한국산 분유는 중국·대만·동남아·중동 등에 수출된다. 그 저변에는 최고급 우유를 생산·공급하는 우리 축산업이 존재한다.

최근 육아를 하는 미국 부모들이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난데없이 분유가 동났다. 올초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미국 최대 분유 생산업체의 제품 일부에 대해 안전성 문제를 지적하고 반품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2월 중순 해당 회사는 미시간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문제는 이 회사가 미국 분유 공급의 40%를 담당하는 독과점 기업이었고 그 회사가 공급하는 일부 분유는 우유에 민감한 영유아에게 특화된 제품이었다는 점이다.

5월초부터 후폭풍이 몰아쳤다. 미국 전역에 분유가 품절되기 시작했고 분유 사재기가 벌어지면서 상황이 악화됐다. 분유를 구하지 못한 부모들이 병원을 찾아가기도 했다. 집에서 만든 분유를 먹고 응급실로 실려 오는 유아들과 이상 면역 반응을 보이는 아이들이 속출했다.

미국 정부가 부랴부랴 생산을 독려했지만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급기야 국방물자생산법(전시물자동원법)을 가동했다. 공군을 투입한 이른바 ‘분유공수작전(Operation Fly Formula)’이 전개됐다. 5월22일 미국 공군 수송기가 유럽에서 생산된 39t상당의 특수 분유를 실어 날랐다. 이들 분유는 비상용으로 병원과 약국으로 공급됐다. 이 일을 겪으며 미국 정부는 시장점유율이 2%에 불과한 외국산 분유의 수입 절차도 간소화하기로 했다.

우리나라 분유 제조업체로서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기회가 온 셈이다. 극동아시아에서 생산한 분유가 미국 부모들에게 어떤 인상을 심어줄지 속단할 수 없다. 하지만 반도체·가전제품·자동차 수출에서 보여줬듯 가능성은 충분하다. 미국 시장에 우리나라 최고의 첨단 농업 생산물, 케이(K)-분유의 저력을 발휘할 때다.

윤배경 (법무법인 율현 대표변호사)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게시판 관리기준?
게시판 관리기준?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농민신문 및 소셜계정으로 댓글을 작성하세요.
0 /200자 등록하기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