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내우외환에 빠진 축산업과 생존 방안

입력 : 2022-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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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말부터 들썩이던 국제 곡물 가격이 올 2월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처럼 국제적으로 큰 전쟁이나 기근·홍수 등이 발생하면 국제 곡물시장은 요동쳤고 곡물자급률이 20% 정도밖에 안되는 우리나라는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이미 지난해말부터 시작된 국제 곡물 가격 급등으로 국내 배합사료 가격은 40% 넘게 올라 재무적으로 어렵거나 영세한 축산농가들을 위기에 몰아넣는다. 많은 축산농장이 매물로 나왔고 최근에는 축산농장 가격이 약 10% 하락했다는 우울한 이야기마저 들린다.

그렇다면 반복되는 국제 곡물 가격 상승에 국내 축산농가는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까. 위기 때마다 항상 언급되는 이야기가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축산농가는 우선 가축생산비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료비 절감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지금과는 다른 획기적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국내 축산농가 사료 허실량은 10∼20%나 되는 것으로 보고된다. 축산농가들은 사료빈(사료저장탱크)·사료통 관리 등만 잘해도 허실량 절반은 줄일 수 있다. 펠릿사료를 도입하는 것도 사료 허실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둘째로 양돈산업에서는 높은 모돈 도태율을 낮추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미국과 캐나다의 연간 모돈 도태율은 12∼14%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품종의 종돈을 수입해 사용하면서도 연간 모돈 도태율이 40%가 넘는다. 양돈장에 입식한 모돈의 연산성을 높이고 낮은 도태율을 유지하면서 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농가는 고민해야 한다. 질병 유입, 시설·종부(교배) 문제, 모돈의 과비(등지방 과다) 등을 깊이 생각하고 필요하면 경험이 풍부한 컨설턴트 도움을 받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농장에서 비용으로 나가는 모든 항목을 이참에 점검해야 한다. 광열비·분뇨처리비·수선비·노무비 등이 바람직한 비용 지출인지를 생각하고 정리할 항목은 과감히 정리해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특히 최근 정부 지원사업으로 일부 축산농가들은 시설과 기기를 과할 정도로 많이 설치한다. 정보통신기술(ICT)·스마트팜·시설현대화 등이 정부 융자사업이라고 해도 결국 축산농가가 갚아야 하는 부채기 때문에 업체들이 제안하는 시설과 기기를 아무 검증 없이 설치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시설투자는 설치비용도 많이 들고 다시 해체하기도 어렵다.

전세계 양돈산업을 이끄는 덴마크·독일·네덜란드의 축산농가를 견학할 때마다 놀라는 것은 비싼 설비나 기계가 의외로 적게 설치돼 있다는 점이다. 젖소 자동착유기는 착유마릿수가 50마리 이하인 곳에선 거의 볼 수 없고, 분만모돈의 사료 자동급이기를 설치한 양돈장도 찾기 어렵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사실은 자동화기기에 의존하지 않아도 사양관리와 작업 동선 효율화를 통해 생산성 향상은 물론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세계적으로 축산물 소비는 꾸준히 증가하지만, 중국·미국·유럽연합(EU) 등에서 생산은 환경 규제, 곡물 가격 상승 등으로 오히려 감소한다. 국제 곡물 가격은 결국에는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 것이고 축산물 소비가 늘면서 축산물 가격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다. 역사적으로 우리나라 축산은 어려움이 지나면 반드시 호황 국면이 장기간 유지됐다. 이번에도 위기를 잘 극복하면 지금까지 그랬듯 생존한 축산농가에는 커다란 선물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김유용 (서울대 식품·동물생명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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