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농업 인공지능 기술개발의 조건

입력 : 2022-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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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농업은 ‘데이터 기반 예측 관리’를 목적으로 하는 디지털 전환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작물의 생육 상태나 토양과 기상 등의 데이터를 현장에서 수집하고, 과거 데이터와 연관시켜 농업 생산에 필요한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도와준다. 과거 농민들은 보고 경험하는 것에 의존했다. 하지만 디지털농업 환경에선 드론으로 촬영한 작물 재배 영상, 토양 센싱과 같은 현장 측정 정보를 이용해 재배포장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 또 과거 재배정보를 축적하고 있는 컴퓨터가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재배 관리 의사결정을 대신 내려주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더 나은 생산성과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다.

농업 선진국에서는 AI 기술에 기반을 둔 영농컨설팅 상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신젠타의 애그리에지(AgriEdge), 몬산토 자회사인 클라이밋 코퍼레이션의 클라이밋필드뷰(Climate FieldView), 독일 바스프 자비오의 필드매니저(Field Manager) 등의 프로그램은 농장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이용해 잡초 식별, 질병 진단, 영양 상태 분석 등 영농 지도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런 시판 기술은 아직 포장 내 작물 생육 정도가 얼마나 차이 나는지, 어떤 병해충이 발생하는지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기라성 같은 바둑 천재들을 단번에 이긴 알파고처럼 경험 많고 노련한 농부의 실력을 뛰어넘는 AI 농사기술은 왜 아직까지 개발되지 않는 걸까? 그것은 농업이 통계적으로 정량화하기에는 너무 복잡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토양에 따라 영양분의 상태와 수분 조건이 다른 것은 물론 같은 포장 내에서도 위치별·시기별로 조건이 서로 다르며 조건에 따른 변화를 예측하기도 어렵다. 기상이 어떻게 바뀔지 예상하기 어려우며 갑작스럽게 병해충이 출현하기도 한다. 제때 종자를 심고 적당량의 물과 비료를 주더라도 가뭄·냉해·집중호우 등 예상치 못한 불청객 때문에 수확이 감소하고 수익이 줄어드는 게 바로 농업이다. 이런 변수를 컴퓨터로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다.

또한 농업은 다양한 유기물과 끊임없이 반응하는 자연이라는 역동적인 공간에서 행해진다. 서로 다른 기후와 토양 조건을 가진 세계 여기저기서 작물이 자라고 있지만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데이터는 이에 비해 매우 국소적이고 제한적이다. 즉 같은 종자와 비료를 사용해도 재배하는 지역 강수량, 토양 종류, 일사량, 기온 등에 따라 작물의 생육 결과가 크게 다르기 때문에 글로벌 표준 AI 농사기술은 나오기 어렵다는 의미다. 결국 각 나라마다 지역에 특성화된 환경정보를 수집·분석해 맞춤형 AI 의사결정 알고리즘을 만들어내야 한다.

AI 기술을 농업에 성공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결론적으로 다른 산업보다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생육기간이 수개월에 이르는 작물의 상태를 위치별·단계별로 모니터링하고 토양 속성과 기상변화 정보를 장기간에 걸쳐 수집해야 한다. 나아가 개발된 모델을 이듬해 재배에 적용해 유효성을 분석하고 모델의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도 거쳐야 한다.

최근 우리 정부가 추진하거나 지원하는 농업 디지털화나 디지털농업 기술사업화가 시장에 상품을 빠르게 출시하도록 유도하는 데 집중될 경우 자칫 AI 모델 개발 성공 확률은 떨어질 수 있다. 이는 농업 AI 기술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농업이라는 관리하기 어려운 비정형 환경에서 요구되는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쏟는 일, 농업 AI 기술의 성공 여부는 거기에 달렸다.

김학진 (서울대 바이오시스템·소재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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