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꿀벌 먹이공급의 중요성

입력 : 2022-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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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 유지·농산물 생산 큰 도움

폐사 막으려면 밀원수 조림 힘써야

 

사료를 보면 우리나라 ‘양봉’의 기원은 고구려 동명성왕대로 올라간다.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이전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643년 백제 태자는 꿀벌 4통을 가지고 일본에 건너가 양봉 기술을 전하기도 했다. 이후 고려시대에 접어들자 사람들은 유밀과(油蜜果·꿀에 절인 과자)를 만들어 먹었다. 당시 꿀이 적게 생산될 때는 금지령까지 내렸다 하니 다수가 즐기던 간식이었던 듯하다. 세월이 흘러 조선왕조 <태종실록(1418)>에서도 ‘산이 있는 각 고을에 양봉 통을 설치하게 했다(命令山郡置養蜂筒·명령산군치양봉통)’는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오늘날 양봉은 산지자원의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산업에 속한다. 꿀벌은 양봉산업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꿀벌의 역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꿀벌은 세계 100대 농작물 71종의 꽃가루받이(수분)를 가능케 한다. 꿀벌이 없을 때 농산물 생산량이 지금의 29%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란 연구 결과도 있다. 우리나라 주요 작물 75종 가운데 39종의 꽃가루받이 역시 꿀벌을 통해 이뤄진다. 딸기·참외·수박·사과·배 등 꽃을 피우는 식물 대부분의 꽃가루받이를 담당한다는 점에서 꿀벌은 양봉산업뿐 아니라 생태계에서 없어선 안되는 존재다. 만약 지구상에서 꿀벌이 사라진다면 농산물 생산은 줄어들고, 인류는 식량위기를 겪게 될 것이다.

지난겨울 양봉과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꿀벌 70억마리가 사라졌다. 전남지역 꿀벌 개체수의 56%, 경남의 54%, 제주의 31.3%에 해당하는 수다. 꿀벌은 왜 사라졌을까? 농촌진흥청 피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원인은 지난해 발생한 꿀벌응애류와 말벌류로 인한 폐사, 여기에 이상기후 현상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한 데 있다.

꿀벌은 양봉산업 활성화와 생태계 유지를 위해 보호받아야 하는 인류의 오랜 동반자다. 먼저 꿀벌에게 생장에 필요한 먹거리를 충분히 공급할 필요가 있다. 꿀벌의 식량인 화밀(花蜜), 즉 꿀을 분비하고 화분을 공급해주는 밀원식물의 수가 지금보다 더욱 늘어야 한다. 국내 밀원식물의 대표 수종인 아카시아(아까시나무)의 경우 분포 면적을 헤아려보면 1980년대 32만㏊에서 2000년대 12만㏊로, 또 2016년에는 약 2만6500㏊까지 감소했다. 반면 2020년 12월 기준으로 2011년 대비 양봉농가수는 140%, 꿀벌 개체수는 175% 증가했다. 꿀벌들의 식량수급 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해진 셈이다.

산림청은 전국 국유림에 매년 150㏊의 밀원수 조림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 가운데 양봉산업 지원을 위해 아카시아 식재에 주목했다. 이런 정부 정책은 해외에서도 발견된다. 뉴질랜드의 경우 밀원수 조성을 위해 마누카(Manuka) 조림지 조성사업을 펼치고 있다. 토착 수목인 마누카나무 꽃에서 채집되는 ‘마누카 꿀’은 항균작용 성분이 풍부해 ‘액체로 된 금(金)’으로 불린다. 뉴질랜드 정부의 밀원수 조림은 결국 브랜드와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꿀 수확에 크게 기여했다.

채집된 꿀의 종류와 부가가치는 어떤 밀원수를 심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렇다면 획일적인 조림이 아닌, 대상지의 지역 특성을 고려함은 물론 지역 관광자원·브랜드와 연계한 전략을 추진해보는 건 어떨까.

양봉의 역사는 장구하다. 우리에게 유익한 꿀벌이 건재했기 때문이다. 건강한 꿀벌의 육성과 관리는 양봉산업뿐만 아니라 농업·농촌과 자연 생태계를 위해 긴요하다. 사라진 꿀벌들이 우리에게 남긴 경고의 메시지다.

김영만 (신구대 미디어콘텐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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