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법정에 선 푸드테크

입력 : 2022-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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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성 대체육 등 표기 규정 없어

산업 리스크 커…제도개선 노력을

 

시가총액 약 900억달러에 달하는 글로벌 기업 유니레버는 2014년 10월 한 푸드테크 스타트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 스타트업은 식물성 원료로 만든 마요네즈인 ‘저스트 마요(Just Mayo)’를 개발해 판매한 햄튼크릭(Hampton Creek)이다.

약 4000만원으로 설립한 햄튼크릭은 저스트 마요, 저스트 에그(Just Egg)를 연달아 성공시키고 2016년 기업가치 10억달러를 돌파하며 유니콘 기업이 됐다. 속된 말로 푸드테크 회사 가운데에서 ‘전세계적으로 가장 잘나가는 회사’가 된 것이다. 이후 햄튼크릭은 회사명을 잇저스트(Eat Just)로 변경했다. 빌 게이츠, 피터 틸, 제리 양 등 유명인이 투자했을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현재 한국투자증권이 잇저스트 투자를 위해 약 1300억원 규모로 펀드를 조성 중이다. 여기엔 LG화학이 참여할 것이 유력하다고 전해진다.

이와 같은 스타트업을 상대로 왜 대기업이 소송을 제기했을까? 이유는 단순하다. 달걀이 들어가지 않은 제품에 ‘마요’라는 명칭을 써선 안된다는 것이다. 소송을 제기했을 당시 저스트 마요는 식물성 성분이지만 맛은 마요네즈 그대로라는 점을 높게 평가받아 월마트·코스트코 등 미국 대형 유통매장에 입점, 상당한 매출을 내고 있었다. 이 때문에 세계 매출 1위의 ‘헬만스(Hellmann’s) 마요네즈’를 자회사로 가지고 있던 유니레버는 상대적 매출 감소를 좌시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미국 소비자 등은 소송을 제기한 유니레버에 ‘지속가능한 식품 스타트업을 괴롭히지 말라’고 주장했고, 실제로 10만명 정도가 온라인 서명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에 부담을 느낀 유니레버는 소송을 제기한 지 6주 만에 취하했다. 하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저스트 마요라는 이름이 소비자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고, 포장에 ‘실제 달걀이 함유된 것은 아니다’라는 점을 명확하게 하도록 했다. 두 회사의 분쟁은 이렇게 종료됐다.

요즘 이와 비슷한 분쟁이 전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바로 대체육을 어떻게 표기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미국과 유럽의 축산·육류 업계에서는 대체육 기업들이 상품에 ‘미트(Meat)’라는 표기를 못하도록 막는 소송을 진행 중이다. 반대로 일부 대체육 기업들은 ‘미트’ 표기를 금지하는 법안은 가혹하다면서 이를 허락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최근 한 축산단체는 “소비자의 알 권리와 축산농가 권익 보호를 위해 대체육이라는 명칭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추후 축산업계의 합의를 통해 대체육을 대신할 명칭을 정하고 이를 널리 알릴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현재 관련 사업을 진행 중인 스타트업이다. 명확한 규정이 없다보니 이에 대한 해석이 다양하고, 정부 기관이나 지자체별로 판단이 달라 사업 진행 리스크가 크다. 조금만 실수하면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을 위반할 가능성도 있어 마케팅 활동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얼마 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대체육 등을 표시하는 규정 마련에 들어갔다고 알려진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식물성 대체육이 아닌 세포 배양육은 어떻게 할 것인지, 식물성 우유나 치즈·달걀은 어떻게 할 것인지, 대체 식물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 푸드테크가 발전한다면 앞으로 이런 문제는 점점 늘어날 것으로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새로운 산업이 부상하면서 발생하는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는 기존 산업 참여자와 협의해 갈등을 최소화하면서도 새로운 산업에 피해가 없도록 선제적으로 제도 개선 등을 노력해야 할 것이다.

최재욱 (법무법인 디라이트 파트너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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