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미각 교육의 중요성

입력 : 2022-02-25 00:00

전통음식 건강에 좋고 미감 뛰어나

어릴때부터 입맛 들여야 친숙해져

 

김치·비빔밥·설렁탕을 즐겨 먹는 외국인에게 한국 음식의 특징을 물었을 때 흔히 나오는 답변은 ‘스파이시(spicy·자극적인)’ ‘헬시(healthy·건강에 좋은)’ ‘펀(fun·재미있는)’이다.

우리 음식이 자극적인 것은 향신료로 고추·마늘을 많이 쓰기 때문일 것이다. 먹으면 입이 얼얼하고 땀이 줄줄 흐르는 음식이 외국인에겐 ‘핫(hot)’하게 느껴졌을 법하다. 이 사실이 우리 음식의 세계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은 아니다. 고추를 더 많이 쓰는 태국 음식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는 것이 증거다. 마늘·고추는 최고 웰빙 식품이다.

우리 음식이 건강식이란 것은 자부할 만하다. 웰빙식으로 통하는 지중해 음식 못지않다. 오히려 이상이다. 우리 음식은 밥과 다양한 반찬이 함께 나오는 균형식이다. 채식 대 육식의 비율은 8 대 2 황금비율이다. 김치·청국장 등 발효 음식이 발달했다. 육류를 삶고 찌며, 생선을 찜·조림·회로 이용하는 등 조리법도 건강 친화적이다. 기름지고 짠 패스트푸드가 아니라 전형적인 슬로푸드다.

한국 음식이 ‘펀’하다는 것은 같은 음식이라도 조리법이 다양해서 배우는 즐거움이 있다는 의미다. 주한 외교사절의 부인이 우리 음식 배우기에 열심인 것은 이 때문이다. 우리 음식은 미적 감각도 뛰어나다. 음식간 색채미와 조화미를 고려한다. 이야기도 있다. 음식마다 전해오는 전설·민담은 한국 음식의 ‘펀’을 더욱 높여준다.

이런 우리 음식을 놔두고 식생활이 점차 서구화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비만·고혈압·당뇨병·심장병·뇌졸중 등 서구형 질환과 대장암·상부위암·전립선암 등 서구형 암이 늘어나는 것은 우리 음식을 홀대한 결과일 수 있다.

우리 전통 음식과의 친밀도를 높이는 제일 나은 방법은 어릴 때부터 자주 맛보게 하는 것이다. 인간의 후각·미각을 통한 경험은 거의 평생이라 할 만큼 오래 기억되기 때문이다. 할머니의 제삿날, 어릴 때 할머니가 끓여준 구수한 된장국 냄새가 생생하게 떠오르는 것은 그래서다. 한식이 세계인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지만, 한국인의 미각 능력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체로 우리 국민은 음식에 대한 느낌과 맛을 전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심지어는 TV의 맛 프로그램 출연자조차도 음식의 특성에 관련한 용어 사용이 다양하지 않다.

선진국은 국민이 자국 식품에 애정을 갖도록 미각 교육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전통 음식을 맛본 어린이·청소년 등 학생에게 다양한 감정·느낌을 자유롭게 표출하도록 가르치는 과정이다. 미각은 음식을 섭취하며 느끼는 즐거움을 높여준다. 미각 교육을 통해 편식 습관을 고치고 음식물의 소중함을 일깨우기도 한다. 음식에 대한 여러 느낌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능력도 배양한다.

프랑스의 ‘미각 주간’ 운동이 좋은 사례다. 이 행사가 열리는 주(週)엔 전국의 베테랑 요리사 3500명이 직접 초등학교를 찾아가 미각 조리 수업을 한다. ‘세대를 초월한 미각 전국 콩쿠르’도 프랑스 전통 음식에 대한 국민의 사랑을 되살리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일본도 어린이 식습관 교육에 힘을 쏟고 있다. 2005년에 제정한 ‘식육기본법’의 기본 취지는 어린이와 국민의 건강이 바로 일본의 발전이란 것이다.

예부터 미각은 우리 생명을 지켜줬다. 먹을 수 있는 식품과 식용 불가한 독성분을 구별해 생존에 필요한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부, 지방자치단체, 전국의 요리사 등이 미각 교육에 적극적으로 함께 나서는 것이 국민 건강은 물론 식품·외식업계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여겨진다.

박태균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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