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축산 스마트팜, 과연 최선인가

입력 : 2022-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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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돈 생산성 답보…효과 체감못해

기온차 원인…사업성과 진단부터

 

임인년 새해에도 우리나라 농업분야에는 극복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다. 특히 축산분야에서는 제1종 법정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조류인플루엔자(AI)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어 축산농가 걱정이 크다. 거기다 최근엔 환경문제가 대두하면서 축산냄새 문제도 계속 지적되고 있다.

1970년대부터 국내 산업 전반이 고도성장기를 거치며 소위 ‘압축성장’ 했고, 변화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딘 축산업은 지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축산농가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건강하고 질 좋은 축산물을 생산하면서 환경문제 해결 노력도 지속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축산냄새 민원을 해결하고 축산농가 생산성도 높이는 한 방편으로 스마트팜과 정보통신기술(ICT) 지원사업을 정책적으로 적극 펼치고 있다. 스마트팜·ICT 사업을 시행하는 핵심 목표는 자동화·무인화를 통해 투입 노동력을 줄이고 생산성은 높여 국제적으로 우리나라 농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식물 재배에선 비닐하우스 대신 유리온실을 짓고 온실을 자동화해 노동력 투입을 최소화하면서 생산성은 끌어올리는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런데 축산업에선 어떤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한 축산분야 스마트팜·ICT 사업이 어떤 성과를 냈는지, 특히 현장에서 과연 얼마만큼 변화가 있었는지 이제는 정확히 진단해야 할 때다.

축산분야에서 스마트팜·ICT 사업은 2016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생산성 지표가 비교적 명확한 양돈산업을 놓고 보면 우리나라 MSY(어미돼지 1마리당 연간 출하마릿수)는 2016년 17마리에서 2021년 18마리로 겨우 1마리 정도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정부와 기자재업체 측 설명과는 달리 현장에서는 생산성이 답보 상태고, 농민들은 스마트팜 효과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셈이다.

전세계에서 양돈 생산성이 가장 높은 나라로는 덴마크와 네덜란드를 꼽을 수 있다. 이들 나라는 양돈 생산성이 우리나라보다 약 40% 높아 MSY가 30마리에 육박한다. 이렇듯 큰 차이가 나는 이유는 여러가지겠지만 가장 큰 요인은 기후환경 특성에 있다. 우리나라는 여름에 기온이 40℃를 넘나들고 겨울엔 영하 20℃ 가까이 떨어진다. 연간 기온차가 60℃나 되는 것이다. 반면 유럽연합(EU) 주요 국가에선 연간 기온차가 불과 20℃밖에 나지 않는다. 이런 환경적 특성으로 이들 국가는 우리나라처럼 양돈장에 스마트팜이나 ICT를 도입하지 않아도 이미 양돈 생산성이 전세계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를 극복하고자 우리나라에선 지난 6년간 큰 비용을 들여 양돈농가가 스마트팜으로 전환하고 ICT를 접목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생산성이 개선되지 못했다면 정부와 축산단체·생산농가들은 그 이유를 신속히 찾아야 한다.

식물농장과는 달리 소·돼지를 사육하는 축산농가에서는 임신 진단, 종부, 분만 과정에서 수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무리 고급 기기를 축산농가에 설치해도 어느 수준 이상으로 생산성을 높일 순 없는 게 현실이다.

최근엔 ICT 기자재업체들이 양돈장 스마트팜 전환의 목적은 생산성 향상보단 농장 사육환경을 개선하는 데 있다고 설명하는 걸 들었다. 올바른 방향일 수 있다. 문제는 양돈장 스마트팜 전환에 막대한 비용이 수반된다는 점이다. 생산성 향상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스마트팜 전환을 위해 사용된 비용은 누가 무슨 돈으로 지불할 것인가. 스마트팜과 ICT 융자사업의 원리금을 납부하는 시기가 도래했을 때 농가들은 급박한 재무적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이들 사업 성과를 정확하게 검토해야 할 이유다. 축산농가도 스마트팜과 ICT를 농장에 적용했을 때 뚜렷한 생산성 향상이나 노동력 절감 효과가 있을지, 농장 경쟁력이 얼마나 높아질지 꼼꼼히 살피는 지혜가 필요하다.

김유용 (서울대 식품·동물생명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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