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축산업계에 부는 ESG 바람

입력 : 2021-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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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만 치중하던 과거 벗어나

환경부담 적게 하는 축산경영을

 

국내 축산업은 지금까지 가축의 생산성 향상을 최우선으로 두고 발전해왔다. 국내 양돈산업은 양돈 선진국인 유럽연합(EU)과 비교해 생산성은 30% 낮은데 생산비는 오히려 40% 높은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한우산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다만 한우가 우리 고유 축종이라는 점과 한우고기의 독특한 식감·맛의 가치를 인정받아 상대적으로 생산성 향상과 생산비 절감의 중요도가 떨어져 보였을 뿐이다.

그런데 생산성만을 중시하던 분위기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양돈업계에선 양돈장의 가스·분뇨 발생을 줄여 궁극적으로 환경 부담을 적게 하는 경영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한우업계에서는 한우가 젖소와 함께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메탄가스·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축종으로 꼽히면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사육기술 연구개발(R&D)이 한창이다. 양계산업은 2017년 살충제 성분 검출 달걀사태의 여파로 사육환경 개선에 일찌감치 나섰다.

여기에 최근 모든 산업부문의 화두로 ‘ESG 경영’이 떠오르면서 축산업계에서도 이런 추세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ESG는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영문 머리글자를 딴 용어로, ESG 경영은 기업활동에서 친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개선 등을 중시하는 전략을 말한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LG그룹 등 대기업은 자체 역량을 총동원해 회사의 ESG 가치를 높이려고 이미 노력하고 있다.

축산업도 이에 적극 동참할 필요가 있다. 여러 농업분야 가운데서도 축산업은 특히 ESG의 가치와 긴밀히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ESG의 구성요소와 실천전략을 살펴보면 ESG 3개 요소 가운데 축산업과 가장 관련 있는 것은 바로 ‘환경’이다. 환경에는 기후변화 대응, 생물다양성 보존, 물 관리, 에너지 관리, 저탄소전략, 환경관리 등이 포함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환경부담 저감 사료’의 개발은 아주 시의적절하다고 본다. 반추동물(되새김질을 하는 동물)을 위한 저메탄 사료는 전세계에서 오랫동안 개발을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가 없는 분야다. 하지만 다양한 시도를 통해 언젠가는 분명한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단위동물(위가 하나인 동물)의 악취 원인물질인 암모니아·아산화질소 등은 사료에서 질소를 함유하고 있는 조단백질의 수준을 떨어뜨리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다. 국내 단위동물용 배합사료의 조단백질 함량은 EU보다 4∼5% 높다. 많은 연구 결과, 사료의 조단백질 함량을 1% 줄이면 분뇨에서의 암모니아 발생이 약 10% 감소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미국이나 EU에서는 조단백질 함량을 적절히 조절해 가축의 생산성에는 전혀 문제없으면서 환경 부담은 줄일 수 있는 사료를 만들어 이용하고 있다. 사료의 조단백질 함량에 대한 규정 자체가 없는 덕분이다. 우리 정부도 축산 선진국의 사례를 살펴보고 가축의 성장이나 생산성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으로 사료 조단백질의 허용 수준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축산농가들도 수익성 개선에만 치중하던 과거에서 벗어나야 한다. 축산업 전체가 우리 사회와 농업계 전반에서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산업계 전체를 휩쓰는 ESG 바람에 주의를 기울여 대비해야 한다. 나아가 소비자가 관심 갖는 동물복지까지 고려한 축산경영을 해야만 미래 축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

김유용 (서울대 식품·동물생명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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