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삼농의 존재 가치를 인정하는 농정

입력 : 2021-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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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농촌 주인으로 ‘농민’ 인정

스스로 미래 개척하도록 도와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초유의 사건이다. 우리가 믿었던 기존의 가치와 관계가 파괴됐고, 국가의 존재 이유를 되물어야 했다. 수많은 사람의 소중한 생명이 덧없이 희생되고 경제활동이 붕괴되는 고통의 시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인간의 이기적인 경제활동으로 인간과 동물·환경이 자연생태계에서 조화를 이루지 못해 일어난 필연적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이제 우리는 코로나19가 안겨준 교훈을 계기로 농업·농촌·농민을 대하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 농업·농촌·농민은 존재 자체만으로 가치가 있다. 농업에 성과지상주의를 적용해온 지금까지의 태도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농촌을 농촌답게 유지하고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바르게 지키며 자연환경을 보전하는 생명산업으로서 농업의 가치를 재평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농민이 주인이 되는 농업·농촌을 만들어야 한다. 정치인도, 공무원도, 기업도 결코 농민 위에 군림하면 안된다. 국민도 농지가 부의 축적을 위한 투기 대상이 아님을 인식하고 개발이익을 얻기 위해 농지를 살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정부는 농지를 훼손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오만과 편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이제는 농민을 진정한 농업·농촌의 ‘주인’으로 인정하고, 그들이 미래를 스스로 개척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정부는 ‘농민에게 맡겨두면 배가 산으로 갈 수 있다’는 행정우월주의에서 벗어나 아래로부터 진정한 농정개혁이 이뤄지고 새로운 농업모델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도우미’ 역할을 하길 바란다.

농민이 자발적으로 직접 참여하는 지방자치농정 조직체인 ‘농업회의소’ 시범사업은 올해로 출범 10년차를 맞이했다. 이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공적기구로서 법제화와 예산 지원 등을 통해 농촌 지역사회의 실질적인 농민자치 거버넌스를 만드는 것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농민이 농촌에서 농업에 종사하면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대책이 필요하다. 지금과 같이 아무런 방비 없이 시장 개방과 가격경쟁이 계속된다면 농업·농촌·농민이 지속가능하기 힘들다는 것은 모두가 안다. 정책결정권자와 대기업은 농업·농촌·농민을 희생해 시장 안정과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그릇된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어떻게 이를 잘 유지해 우리 후손들의 생명주권과 건강주권을 잘 지킬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해야 할 때다.

지난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농업·농촌 국민의식 조사’에서 도시민의 58.2%, 농민의 68.6%가 ‘안정적인 식량공급’이 농업·농촌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라고 응답했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도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라고 헌법 제정의 목적을 분명히 하고, 헌법 제123조에는 ‘국가는 농업 및 어업을 보호·육성하기 위하여’ 해야 할 책무를 명시해뒀다. 과연 지금 국가는 그 책무를 다하고 있는가?

최근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농림축산식품부의 축산농정철학 부재와 축산업 경시 풍조’에서 비롯된 농식품부의 갈팡질팡한 정책을 지적하면서 ‘현실에 대한 올바른 사실 인식을 바탕으로 한 미래에 대한 선택이 농정임을 정책 당국자들이 직시하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농정에 대한 정부의 새로운 인식 전환을 강력히 촉구한다.

정승헌 (한국생명환경자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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