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공공비축미의 순기능

입력 : 2021-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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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생산급감 등 대비 위해 매입

적기 공급으로 쌀값 안정적 관리

 

올해 쌀값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소매가격 상품 기준으로 20㎏당 6만원에 육박하고 있다. 쌀농가 입장에서는 쌀값이 올랐다 해도 밥 한공기 원가가 300원이 채 안되니, 커피 한잔값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항변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불과 4년 전 쌀 20㎏들이 한포대 가격이 3만원 중반 수준이었던 것을 떠올려보면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한 것만은 분명하다.

쌀값은 왜 이렇게 오른 것일까? 갑작스럽게 쌀 소비가 늘어난 것일까? 물론 그렇지는 않다. 1인당 쌀 소비량은 매년 최저치를 경신해 이제 한 사람이 한달 동안 쌀을 5㎏도 채 먹지 않는다. 10년 전 6㎏ 정도였던 것과 비교하면 감소 추세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쌀 판매량을 살펴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가정 내 밥쌀 소비량은 늘었지만, 외식 소비가 그 이상으로 줄면서 전체적으로는 쌀 소비량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고려하면 쌀값 상승은 아무래도 생산량 감소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쌀 생산량은 전년과 비교하면 6.4%나 감소했다. 불과 5년 전 541㎏이었던 단위면적당(10a) 생산량은 500㎏대 밑으로 떨어졌다. 기상 관측 이래 가장 길었던 장마와 태풍 등 피해가 겹쳤던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쌀값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쌀값이 많이 올랐다고 하지만, 지난해 수확기(10∼12월) 가격과 비교하면 올해 월별 상승률은 0.5% 수준에 그치고 있다. 농산물은 필수재여서 공급량 감소에 따른 가격 상승폭이 공산품에 비해 매우 크고, 더욱이 쌀은 주식이므로 그 영향이 더욱 크다. 이를 감안하면, 쌀가격 자체는 높은 수준이어도 추세는 안정적이라 할 수 있다.

쌀 생산량이 예전에 비해 크게 줄었는데도 가격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비결은 바로 공공비축제라는 제도에 있다. 쌀은 명실상부한 우리 국민의 최대 주식이므로 정부는 예기치 못한 생산량 감소 등에 대비하기 위해 쌀을 비축하고 있다. 2005년부터 쌀을 공공비축 대상으로 설정하고, 전 국민이 약 두달간 먹을 수 있는 분량의 쌀을 모아두고 있다.

일상적인 상황에선 사용하지 않고 보관하다가 올해처럼 쌀 작황이 악화되면 정부가 적절한 시기에 유통업체에 매입가격 수준으로 공급해 쌀 부족 현상을 막는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세계 각국 정부가 농산물을 직접 구매하는 등의 시장 개입을 하지 못하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압박을 가하는데, 농산물 비축제도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비축제에 드는 비용은 ‘그린박스(Green Box)’라는 유형으로 분류해 정부보조금으로 계상하지 않는다. 즉, 공공비축제의 순기능을 인정한다는 의미다.

지난해 쌀 생산량 감소로 올해 주식용 쌀 공급량이 20만t 가까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공공비축용 물량이 충분했기 때문에 정부는 올초부터 5월까지 약 21만t을 시장에 공급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쌀값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성경에 죄수였던 젊은 청년 요셉이 일약 이집트 제국의 총리로 임명되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 신분 역전의 열쇠도 식량 비축이었다. 다가올 기근을 내다보고 식량을 충분히 비축할 것을 주장해 총리 자리에까지 올랐다.

역사의 무수한 사례가 식량 비축의 순기능을 증명한다. 정부와 쌀농가·소비자까지도 올해는 쌀 수급 안정의 일등공신이 공공비축미였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종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곡물관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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