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2030, 2050 그리고 그 이후

입력 : 2021-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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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해도 배출됐던 온실가스는

대기권 잔류…더 많은 관심·행동을

 

2030과 2050은 최근에 우리가 가장 많이 듣는 숫자가 아닐까 한다. 2030년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 2050년은 탄소중립과 관련한 연도다. 2018년 인천에서 열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총회에서 세계 195개 회원국은 2100년까지 지구 온도의 상승폭을 산업혁명 이전과 비교해 1.5℃ 이내로 제한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를 달성하려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0년 대비 절반가량 줄여야 한다.

반면 탄소중립은 산업활동에 의해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최대한 줄이고 그래도 배출되는 잔류 온실가스는 흡수 또는 제거로 실제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우리 가계와 빗대어 설명해보자면 연간 수입액이 3000만원, 지출액이 4000만원으로 매년 1000만원의 적자가 발생하는 가정의 경우 2030년까지는 적자 규모를 줄이고 2050년까지는 적자가 ‘0’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2030과 2050은 적지 않은 현실 인식 오류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 2030년이 지나면 2050년이 자연스럽게 도래하듯이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면 2050년에는 탄소중립이 당연히 가능할 것 같은 착각을 하기 쉽다. 하지만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이 저서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중립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2030이 단거리 육상이라면, 2050은 장거리 육상에 해당한다. 단거리 육상 선수는 근력을 기르지만, 장거리 육상 선수는 지구력을 키운다. 세계 최고의 1000m 달리기 선수가 42.195㎞를 완주해야 하는 마라톤에서도 1등을 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2030을 위해선 온실가스를 감축하면 되지만, 2050을 위해서는 온실가스를 흡수해야 한다. 2030이 추구하는 목표는 기존 화석연료를 저탄소에너지로 대체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면 가능하다. 하지만 2050 탄소중립은 잔류 온실가스를 흡수해야 한다.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지하의 빈 공간에 저장하는 공학적 기술 개발이 모색되고 있지만, 경제성은 물론이고 안전성 측면에서 상당한 우려가 있다. 우리는 2017년 지중에 매설된 지열 발전시설에 의해 촉발된 포항지진 사고를 기억하고 있다. 반면 산림·습지·농경지 등 자연생태계에서 이산화탄소를 유기물로 포집하는 광합성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덜하다. 온실가스 배출 감소와 온실가스 흡수·저장을 또 다른 비즈니스 모델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대다수에게 고통을 주는 기후재난도 누군가는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시 우리 주머니 속 지갑을 들여다보자. 2050년 수입과 지출의 균형을 이루는 데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지출을 줄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수입을 늘리는 것이다. 우리가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 부업을 해서라도 수입을 늘리면 가정경제에 훨씬 도움이 된다. 같은 맥락으로 자연생태계에 탄소를 더 많이 저장하면 그만큼 2050 탄소중립에 유리해진다.

더 중요한 사실은 우리가 2050년에 적자를 ‘0’로 만들어도, 그동안의 적자는 메꿔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2050년에 탄소중립을 실현하더라도 그동안 배출된 온실가스는 지구 대기권에 머무르면서 여전히 꺼지지 않은 잔불처럼 우리의 근심거리가 될 것이다. 2050년 이후 우리가 기후변화라는 단어를 사전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극적인 상황을 맞이하려면 지금 당장 우리는 온실가스 배출 저감과 온실가스 흡수 증대 두가지 모두를 머릿속에 굵은 글씨로 새겨야 한다.

최우정 (전남대 기후변화대응농생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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