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경기침체기 밥상물가 상승이 주는 우려

입력 : 2021-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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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기때 식료품 소비 비중 커져

농산물 수급 안정 대책 마련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소비위축으로 디플레이션까지 우려됐던 물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오르기 시작하더니 지난달에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2.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로 볼 때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지만 생활물가지수의 주축을 담당하는 농식품가격 상승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 4월의 식품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5.3%, 신선식품은 전년 동월 대비 14.6% 상승했다. 이에 외식물가도 영향을 받으면서 외식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9% 올랐다.

지난 몇년간 물가에 대한 걱정은 크게 없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8년 1.5%, 2019년 0.4%, 2020년 0.5%에 그쳤다. 그러나 올들어선 코로나19 백신 도입과 함께 경기회복의 기대감이 커지고 소비활동이 증가하면서 소비자물가 또한 오름세를 보여왔다. 1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0.6%, 2월은 1.1%, 3월은 1.5% 오르다가 4월에는 2.3%를 기록한 것이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1.1%라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의 물가 상승에는 식료품과 석유를 포함한 에너지가 한몫했다는 지적이 상당 부분 일리가 있다. 지난달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이 2.8%로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2.3%)보다 높았다. 생활물가지수에서 식품물가 상승률이 5.3%, 식품 이외 물가 상승률이 1.3%인 것으로 나타나서 식품물가의 영향이 작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경기 상승 국면에서는 식료품이 가계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지기 때문에 식료품물가가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작지만, 지금과 같은 경기침체기에는 사정이 다르다. 식료품이 가계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물가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에서 식료품·비주류음료 비중이 2019년 13.5%에서 2020년에는 15.9%로 증가했다. 이는 경기침체로 생활필수재인 식료품의 소비 비중이 커진 데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문화 확산으로 가정 내 식료품 소비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식료품가격 상승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소득계층은 중하위 계층인데, 1분위 가구의 식료품소비 비중을 보면 2019년 19.9%에서 2020년 22.3%로 크게 증가했다.

최근 미국은 소비가 크게 활성화하고 있다. 백신 보급 확대와 함께 그동안 억눌렸던 소비가 분출하며 시장 전반적으로 소비 증가세가 나타나고 있다. 우리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보복소비 등 소비 증가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인플레이션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가 국내에서 발생한 지 벌써 1년4개월째 접어들면서 그동안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위축됐던 소비활동은, 확진자수가 줄어들지 않는데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는 소비자심리지수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해 12월 91에서 올해 들어 계속 오름세를 보이면서 4월에는 102로 상승했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00을 넘으면 향후 가계수입과 소비지출 전망을 좋게 보는 국민이 많다는 뜻인데, 앞으로 소비활성화에 따라 물가 상승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처럼 소득과 소비에서의 양극화가 심화된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중산층 이하의 소득계층이 받는 부담은 더욱 커진다. 따라서 이에 대한 사전 예방 노력이 필요하다. 생활필수재인 식료품의 가격이 오르면 코로나19로 인해 가뜩이나 어려워진 서민의 부담이 더욱 커지기 때문에 선제적인 농산물 수급안정 대책을 통해 가계수지가 악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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