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면(面)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입력 : 2021-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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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인구 감소·고령화 국가적 문제

농촌 살리는 지역 균형발전 절실

 

농촌에 살면서 지방소멸에 관한 논의를 지켜보면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짚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진짜 소멸 위기에 놓여 있는 곳은 농촌지역의 면(面)이다. 그런데 여기에 초점을 맞춘 논의는 매우 부족하다.

지방에서도 대도시는 소멸을 걱정할 정도로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물론 경제가 침체해 있고 일자리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을 ‘소멸’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과장이다. 부산·대구·광주가 진짜 소멸 위기에 놓여 있는 것은 아니다. 침체해 있고, 활력이 부족한 것이다.

이런 지방 대도시의 활력을 회복하려면 지역의 특성을 살리고 지역 내부에서 순환하는 경제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 전제가 되는 것은 지방분권이다. 중앙정부에서 사업 따오고 예산 따오는 방식은 중앙에 대한 의존을 심화할 뿐이다. 몇몇 개발사업 따온다고 지역의 활력이 살아나는 게 아니란 것은 지난 수십년간 증명된 일이다.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으로 지역 스스로 정책을 입안하고 지역의 활력을 키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진짜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곳은 농촌의 ‘면’이다. 면지역의 인구통계를 보면 인구 감소 추세가 매우 심각하다. 전국의 면지역 인구는 2010년 509만7000여명에서 2020년 467만8000여명으로 줄었다. 10년 만에 41만9000여명이 감소한 것이다. 1개 면의 평균 인구도 2010년 4241명에서 2020년 3958명으로 줄었다.

그러나 현실은 이런 수치보다도 더 심각하다. 도시 주변, 새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일부 면을 제외하고 보면 인구 감소세는 더 가파르다. 전국 1182개 면 가운데 인구가 2000명이 안되는 면이 316개에 달한다(2019년 기준). 전체 면 중 26.73%가 인구 2000명이 안되는 것이다. 2009년 인구 2000명이 안되는 면의 수가 223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10년 사이 93개가 늘었다.

면의 인구가 이렇게 줄어드는 것은 해당 지역은 물론이고 국가적으로도 심각한 문제다. 면에 사는 인구는 전체 인구의 10%도 안될 정도로 줄었지만, 면이 국토면적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73%에 달한다. 이렇게 광범위한 지역이 공동화되고 있다면 이는 ‘균형’의 측면에서도 우려스러운 일이다.

한편 농촌문제를 얘기할 때 군(郡)을 중심에 두는 것도 문제다. 지금은 면이 군의 하부 행정조직이지만, 1961년 5·16 군사쿠데타 이전에는 면이 기초지방자치단체였다. 면장과 면의원을 주민 직선으로 뽑는 지방자치의 단위였던 것이다.

유럽과 일본에서도 농촌지역의 지방자치는 우리의 읍·면 단위 정도에서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군사쿠데타로 인해 지방자치가 중단됐고, 1991년 지방자치가 부활하는 과정에서 군 단위로 농촌지역 지방자치를 편제하는 매우 큰 오류를 저질렀다. 그래서 ‘면’은 더욱 어려워졌다.

지금 농촌의 현실을 보면 읍지역 중에도 어려운 지역이 있지만 면지역의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가장 심각하다. 이것은 농촌의 지속가능성에 크나큰 위협이 될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큰 문제다.

따라서 지역 균형발전과 관련된 논의의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은 면을 살리는 것이 지역 균형발전을 이루는 길이고, 기후위기 시대에 국민의 생존과 안전을 확보하는 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면지역의 학교를 살리고, 면지역부터 공공주택을 보급하고, 면지역부터 청년기본소득을 도입하는 방안까지 검토해야 한다. 시간이 별로 없다.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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