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화학비료와 완효성 비료

입력 : 2021-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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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비료 필요 이상 많이 써 문제

오염방지 위해 완효성 비료 지원을

 

우선 화학비료에 대해 변명하려고 한다. 만약 1913년 독일의 화학자 프리츠 하버(Fritz Haber)가 질소비료의 원료가 되는 암모니아 합성법을 개발하지 않았다면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물론 읽고 있는 당신도 태어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질소비료가 식량 생산에 매우 크게 이바지한다는 의미다. 물론 이렇게 생산한 암모니아가 인류를 구원하는 비료로도 사용되지만, 반대로 살상무기인 폭약의 원료가 된다는 점은 과학기술의 양면성이다.

하버 본인도 암모니아 합성법 개발의 공로로 1918년에 노벨화학상을 받았지만, 제1차 세계대전 중 염소가스를 비롯한 독가스를 개발한 탓에 전범으로 도피하던 중 불행하게 사망했다는 사실은 과학계에 널리 알려진 일이다.

화학비료가 비판받는 것은 화학비료 자체의 문제 때문은 아니다. 잘 쓰면 약이 되고 잘못 쓰면 독이 되듯이, 화학비료를 필요 이상 많이 사용하는 것이 문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화학비료는 물에 잘 녹아서 효과가 빠르다. 하지만 물에 잘 녹는 탓에 빗물에 씻겨나가서 물을 오염시키거나 온실가스로 방출돼 지구온난화의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비료 성분이 토양에 남아 있으면 양분이 되지만 토양에서 벗어나 물이나 공기 중으로 배출되면 오염물질이 되는 모순적 상황이 발생한다. 화학비료를 잘 사용하려면 필요한 양만큼 뿌리면 되는데, 그것이 말처럼 쉽다면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물에 잘 녹아서 빨리 없어지니 그만큼 많이 자주 뿌려줘야 하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최근 완효성 비료를 향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완효성 비료는 비료가 물에 녹는 성질을 낮추거나 비료 성분을 특수한 물질로 피복해 서서히 녹아나오도록 하는 것이 특징이다. 농작물의 생육주기에 맞춰 양분을 공급할 수 있어 사용량과 살포 횟수를 줄일 수 있다. 그만큼 환경오염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것은 덤으로 얻는 혜택이다. 실제로 최근 배추와 벼를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를 통해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실험 결과 완효성 비료를 사용하면 질소 시비량을 40% 이상 저감하고 시비 횟수도 3회에서 1회로 줄일 수 있었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비싼 가격은 완효성 비료 사용 확대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완효성 비료의 가격이 일반 비료보다 2배 이상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비료 사용량을 절반 정도 줄일 수 있고 시비 횟수가 줄어든 만큼 노동력도 절감되니 농촌 현장에서 충분히 고려해볼 만하다. 중요한 것은 농촌 현장의 인식 전환인데 이는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 또 완효성 비료 가격과 관련된 다양한 정책적 지원도 뒤따라야 한다.

완효성 비료 사용의 환경보호 효과에 관한 면밀한 평가도 이뤄져야 한다. 온실가스 중 농업분야의 배출 비중이 높은 아산화질소(NO)는 질소비료가 원인물질 중 하나인데 완효성 비료를 사용하면 농경지에서 직접 배출되는 아산화질소가 50%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비료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포함한 전주기 평가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보통 질소비료 1㎏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비종에 따라 4∼10㎏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완효성 비료 제조를 위해서는 추가 공정이 필요하므로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농업분야에서도 탄소중립이 요구되는 현시점에서 완효성 비료 사용 확대를 위해서는 비료 생산·유통·사용 등 모든 영역에 걸쳐 일반 비료와 완효성 비료의 탄소발자국 평가부터 시작해야 한다.

최우정 (전남대 기후변화대응농생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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