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배달음식, 시장 커지는데 식품정보 깜깜

입력 : 2021-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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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와 1인가구 급증에 따른 대표적인 수혜 업종 가운데 하나가 배달음식이다. 지난해 치킨·피자 등 배달음식 시장 규모는 17조3800억여원으로 추산됐다. 전년(9조7300억여원)보다 두배 가까이 늘었고 2018년(5조2600억여원)에 비하면 3.3배 증가했다. 배달음식 시장 규모가 최근 들어 빠르게 확대된 것은 코로나19로 바깥출입을 꺼리는 ‘집콕족’이 늘면서 방문 외식이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재택근무·원격수업 등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비대면 외식 수요도 늘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지난해 8월 성인 남녀 1031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이후 생활 변화’를 물었다. ‘배달음식 주문 빈도 증가(22%)’를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내용은 코로나19 이후 생활 변화로 ‘체중 증가’와 ‘운동량 감소’를 꼽은 사람의 비율이 각각 12.5%, 11.4%에 달했다는 사실이다. 배달음식 주문 빈도 증가와 운동량 감소가 ‘확찐자(코로나19 이후 외부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체중이 늘어난 사람을 가리키는 신조어)’를 양산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배달음식이 국민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도 소비자는 배달음식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 없이 ‘깜깜이’ 주문을 하고 있다. 소비자가 자신이 주문한 음식이 안전하고 영양학적으로 균형 있는 음식인지 살필 수 있는 표시정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현재 배달음식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표시정보는 지난해 7월부터 의무화된 쇠고기·배추김치 등 24가지 식재료의 원산지정보에 그친다. 그나마도 원산지표시 글자 크기가 너무 작거나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화면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전화로 주문했을 때는 원산지에 관한 정보를 음성으로 두번 들려주게 돼 있지만 이를 지키는 업소는 드물다. 배달음식업체는 영수증, 음식 포장재에도 원산지를 표시해야 하지만 소비자로선 음식을 받은 뒤에 알게 되는 정보라는 점에서 이는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

소비자가 배달음식의 원산지를 사전에 파악한 뒤 주문할 수 있도록 규정 위반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원산지표시 위반에 대한 책임을 배달 앱에 입점한 개별 음식점에만 넘기지 않고, 배달 앱 기업과 업체가 함께 지도록 새로 규율하는 것도 방법이다.

배달음식의 영양정보는 이보다 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일부 대형 프랜차이즈 업소가 자율적으로 열량과 나트륨 함량 등 영양정보를 표시하고는 있지만 강제성이 없다. 업체의 선의나 마케팅 전략에 배달음식의 영양정보 제공을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음식의 종류가 많고 영세 업소의 비율이 높은 배달음식은 그 특성상 일반 가공식품·가정간편식(HMR)처럼 9가지 주요 영양소 함량을 모두 표시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나트륨·당류 함량만이라도 표시를 의무화하는 방법을 고려할 만하다.

소비자가 주로 살피는 위생·안전 정보는 배달음식에서 아예 찾아볼 수 없다. 원산지표시를 식품의 위생·안전 표시로 오인하는 사람이 많지만, 엄밀히 말하면 원산지와 안전정보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원산지표시제는 업체가 원산지를 속여 가격을 올려 받는 것을 막는 데 방점을 둔다. 반면 식품 알레르기 표시로 대표되는 안전정보는 사람의 생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다. 일단은 알레르기 표시라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들은 배달음식을 주문할 때 영양·위생보다는 편리성과 맛·신속성을 우선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배달음식 등 먹거리는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식품정보의 표시를 업체 자율에 맡기기보다 의무화해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박태균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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