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청년농 유인책

입력 : 2021-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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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입 늘고 있지만 농지 구입 힘들어

자영농 기회 제공 등 장벽 낮춰야

 

농촌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65세 이상이라 한다. 이는 비단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14년 아프리카 대륙의 인구 평균 연령은 24세를 밑돌았지만, 농민의 평균 연령은 60세였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농민의 평균 나이 역시 60세다. 선진국·개발도상국을 불문하고 농업이 젊은이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현대 사회의 젊은이들이 다양한 직업에서 라이프 스타일을 찾겠다는 것을 억지로 막을 순 없다. 이들을 끌어들이려면 농업에 대한 희망과 확신을 심어줄 유인이 주어져야 한다. 지난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흥미로운 통계를 발표했다. 농관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농업경영체에 경영주로 등록한 농민이 168만6068명인데, 이 가운데 40세 미만의 청년경영주는 4만192명으로 집계됐다.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주목할 점은 그 증가폭과 추세다. 2017년 3만7830명, 2018년 3만9334명으로 매년 1000명 가까이 꾸준히 늘고 있다. 농업경영체에 대한 각종 혜택이 주어지고 해마다 1600명의 청년농을 선발해 3년간 월 최대 100만원씩의 영농정착지원금을 지원하는 정부의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는 분석이다.

긍정적인 소식이긴 하지만, 맹점은 있다. 농업경영체에 등록을 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1000㎡(303평) 이상의 농지를 경영해야 한다는 자격 요건이다. 청년농 대부분은 농지를 구입할 능력이 없다. 이에 1000㎡ 미만의 농지에서 농사를 시작하거나 임차를 한다. 땅을 빌려주더라도 지주 입장에서는 각종 혜택을 누릴 수 있으므로 임대 사실 자체를 숨기는 사례가 적지 않다. 농업에 실제 종사하지만 농업경영체에 등록하지 못하는 청년농이 있을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는 ‘알바(ALBA·농업 및 토지기반 훈련 협회)’라는 비영리단체가 있다. 이 단체는 유기농법을 가르치는 공인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수료자는 ‘농민양성프로그램’에 가입해 처음 0.5ac(에이커·약 2025㎡)에서 시작해 4년간 총 5ac(약 2만250㎡)에 달하는 토지를 제공받아 유기농법으로 농사지을 수 있다. 이때 수료자는 정부의 보조를 받아 농지 소유권을 취득해 자영농으로서 농업분야에서 첫발을 뗄 수 있다. 지금까지 수료자 410명 중 204명이 농민양성프로그램으로 자영농이 됐고 100명이 다른 방식으로 자영농으로 성장했다.

주목할 점은 이 프로그램에 소속된 농민의 평균 연령이 37세고, 70%가 40세 이하라는 사실이다. 젊은 나이에 본인 이름의 토지를 갖고 자립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매력이 청년들을 농업에 끌어모으는 유인이 된다. 국토 면적이 좁고, 땅에 대한 애착이 유독 강한 우리 정서상 미국 같은 방식을 무작정 따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유인책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우선 고령이나 다른 사정으로 직접 농사짓기 어려운 지주의 사례를 파악해 청년들이 큰 부담 없이 농사를 시작하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정부뿐 아니라 농협중앙회나 농민단체에서 적극적으로 기회를 제공하고 종국적으로 그 토지의 주인이 되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농업경영체의 자격 요건을 완화해 반드시 1000㎡ 이상 규모로 경작해야 한다는 항목을 개선할 필요도 있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 폐터널에서도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신선채소를 생산하고, 도심의 빌딩에서 수경재배가 가능한 세상이다. 일단 청년들이 농업에 발을 들여놓게 하는 일이 긴요하다. 디지털 마인드로 무장된 청년들이 농업에 뛰어든다면 그들의 발랄한 아이디어가 농업과 농촌을 크게 변화시킬 것이다. 농촌이 젊어질수록 농업 경쟁력은 강화된다.

윤배경 (법무법인 율현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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