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도로 쌀을 경계한다

입력 : 2021-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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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벼 재배의향면적 0.3% 늘어

쌀 소비 감소 대응하는 정책 필요

 

2020년 쌀 소비량이 발표됐다. 우리 국민은 1년 동안 쌀을 57.7㎏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달 기준으로는 5㎏이 채 되지 않고, 하루로 따지면 160g 정도다. 햇반 같은 즉석밥 기준으로는 대략 1.8개가 되는 셈이다. 2015년 연간 쌀 소비량이 62.9㎏으로 감소하면서 하루에 쌀밥 먹는 횟수가 2회 미만으로 처음 떨어졌는데, 소비 감소세가 여전히 계속되는 상황이다. 통계청 양곡 소비량 조사의 원자료를 살펴보면 가정 내에서 쌀밥을 전혀 해 먹지 않는다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물론 이들도 외식 등을 통해서 쌀을 소비하겠지만 과거에 비해 쌀 소비가 줄어들고 있는 단면인 것을 부정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그렇다면 쌀 생산은 어떨까? 쌀 생산량은 태풍 등의 영향에 따라 변동폭이 크기 때문에 벼 재배면적의 추이를 살펴보는 것이 생산 측면의 변화를 살피는 데 유용하다. 벼 재배면적도 몇해를 제외하고는 쌀 소비가 감소하는 것과 같이 거의 매년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다.

그렇지만 쌀 소비 감소 정도와 벼 재배면적이 감소하는 정도를 비교하면 약간 차이가 있다. 2000년 이후 현재까지 쌀 소비는 연평균 2.4%씩 감소했는데, 벼 재배면적은 같은 기간 1.8%씩 감소했다. 2020년산 벼 작황이 이례적인 기상악화로 좋지 않았지만 2000년대 초반 400㎏ 후반대에 머물던 쌀 단수가 그간 재배기술이 발전하면서 2010년을 기점으로 500㎏ 초·중반 수준까지 향상된 것을 고려하면 쌀이 남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러한 쌀 수급의 구조적인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다양한 정책을 시도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지난해까지 논에 벼 대신 다른 작물을 재배하도록 유도하는 타작물 전환정책(쌀 생산조정제)이 세번에 걸쳐 9년간 실시됐다. 타작물 전환정책을 실시하는 동안에는 실제로 벼 재배면적이 상당히 감소하는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정책사업이 종료된 이후에는 다시 벼 재배로 회귀하는 경우가 많아 벼 재배면적 감축 효과가 유지되지 못하는 한계가 드러났다.

정부는 2020년 전격적으로 기존의 쌀직불·밭고정직불과 조건불리직불을 통합해 통일된 직불체계로 개편했다. 제도 개편의 배경으로는 농업의 공익기능을 제고하길 원하는 국민적 요구도 물론 있었지만, 쌀에 편중된 정책 지원구조를 개편해 구조적인 쌀 수급불균형을 해결하고자 하는 정책적 의도가 내포돼 있었다는 점 또한 부인하긴 어렵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올초 조사한 벼 재배의향면적은 72만8000㏊ 수준이다. 지난해 재배면적 대비 0.3% 늘어난 규모다. 아직 파종하기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어 재배의향이 바뀔 여지는 있지만 농가의 의향대로 파종이 된다면 2003년 이후 처음으로 벼 재배면적이 전년보다 늘어난 해가 될 수도 있다. 연구원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부 농가들은 타작물 전환정책이 종료되고 쌀값도 높은 상황이어서 벼 재배면적을 늘리겠다고 응답한 것으로 보인다.

쌀 소비 감소 추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벼 재배가 오히려 늘어난다면 쌀 수급불균형 문제는 다시 미궁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정부는 쌀 소비 감소 속도를 최대한 늦추기 위한 정책적 노력과 함께 벼 재배 규모가 쌀 소비 변화에 대응해 조정될 수 있도록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생산자 또한 소비자 기호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해 생산구조를 바꿔나가는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김종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곡물관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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