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코로나19, 1년의 소회

입력 : 2021-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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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사회서 약자들 고통 심화

기술 진보 속 ‘사람’ 잊힐까 우려

 

약 1년 전부터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상을 바꿔놓았다. 전세계적으로 1억명 이상이 코로나19에 감염됐고 사망자도 200만명을 넘어섰다. 백신 접종으로 조금씩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보지만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위기의 시간이 대체로 그렇듯 코로나19 피해 역시 불균등하게 발생하고 있다.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더 고통받는 것이다. 경제적 불평등은 건강의 불평등을 심화하고 죽음의 불평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모두가 힘들지만 특히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코로나19 나기는 더욱 고통스럽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 구조화됐던 약한 고리들이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다시 생각해도 가슴이 먹먹해오는 소위 ‘라면 형제’ 사건은 한국 사회의 어두운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비대면 수업으로 학교에 가지 못한 형제가 편의점에서 인스턴트식품을 고르는 동영상을 보면서 화려한 경제성장의 수사와 현란한 디지털혁명 논의들이 얼마나 공허한 것인가를 깨달았다.

저명한 미래학자 제이슨 솅커는 그의 저서 <코로나 이후의 세계>에서 ‘농업이야말로 전형적인 필수산업이다. 먹을 것 없이는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솅커는 투자에 대한 현실적 자문에 밝은 금융 전문가다. 농업과는 거리가 먼 미래학자조차 밥의 중요성에 대해 말한다.

인간은 역사로부터 배운다. 코로나19 시대를 겪으며 우리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 전염병의 위험과 그로 인한 불안, 사회적 거리 두기, 일상의 정지 등을 경험하며, 개인의 삶과 한국 사회의 미래에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성찰할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이 소소한 일상이 그립다는 말을 한다. 온라인 수업을 하다보니 학생들과 강의실에서의 소통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는다. 답사를 나가 농민들과 나누던 막걸리 한잔이 그리워진다. 제자들과 같이 밥 먹던 일들이 아득하게 먼 옛날 일처럼 느껴진다.

얼마 전 라디오 방송에서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는 분이 들려준 이야기가 생각난다. ‘코로나19보다 굶주림이 더 무섭고, 굶주림보다 외로움이 더 무섭다’는 급식 이용자들의 이야기다. 이는 삶에 무엇이 중요한지를 명료하게 보여준다. 인간은 먹지 않고 살 수 없으며, 사회적 존재로서 다른 사람과 떨어져 살기 힘들다. 너무도 단순하지만 자칫 잊기 쉬운 사실을 배운다.

코로나19는 기술 관련 기업들에는 엄청난 사업 기회를 제공했다. 인공지능(AI) 등 최신 기술의 활용과 온라인 매체의 확산이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디지털기술은 이미 우리 생활의 곳곳을 지배하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거대한 흐름이다. 코로나19는 이런 변화를 더욱 빠르게 진행시키고 있다.

그러나 자칫 이런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사람’이 잊힐까 두렵다. 과학기술이든 경제발전이든 그것들은 도구이며 수단이다. 중심에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사람이 주인이 돼야 한다. 과연 온라인·비대면·자동화·AI가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할 것인가?

코로나19를 겪으며 사람간 직접적 관계가 중요함을 절감한다. 값비싼 최신 휴대전화보다 이웃과 나누는 밥 한끼, 차 한잔이 더 소중하다. 현란한 그래픽을 입힌 게임보다 텃밭을 가꾸며 흙냄새를 맡는 것이 더 즐겁다. 초고속 인터넷을 이용한 온라인 강의에서 수백명을 가르쳐도 선생과 제자는 없다.

강의실에서 학생들을 만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벗들과 따뜻한 밥 나눠 먹으며 웃을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고 믿고 싶다. 모든 것이 멈춰 선 지금이, 삶에 무엇이 중요한가를 묻는 겸허한 성찰의 시간이 됐으면 한다.


김철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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