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왜 농민은 스마트팜 도입을 망설이는가

입력 : 2021-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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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초기 비용·기기 조작 등 부담

편이성·신뢰성 높이고 비용 낮춰야

 

농촌이 변하고 있다. 농작물의 재배방식뿐만 아니라 농촌문화가 변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농촌인구의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감소가 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관행농업을 대체할 새로운 기술농업을 도입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기술농업으로 스마트팜을 꼽을 수 있다. 스마트팜은 정보통신기술(ICT)을 온실·축사·과수원·노지 등과 접목해 원격지에서 자동으로 작물과 가축의 생육환경을 모니터링하고 최적의 생육환경을 유지·관리할 수 있는 지능형 농장을 말한다. 농작물의 생산방식을 자연환경에 의존하던 기존의 재배방식에서 인위적으로 작물 재배환경을 제어·관리하면 농산물의 품질을 높이면서 생산량을 30∼40% 향상시킬 수 있다. 농작업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던 농민들이 스마트팜을 활용하면 작물재배 관리시간을 줄이고 여유가 생겨 여행이나 취미활동을 즐길 수 있는 등 삶의 질도 올라간다.

정부 역시 스마트팜 보급에 적극 나서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스마트팜 확산 대책으로 2022년까지 시설원예분야 7000㏊, 축산분야 5750호에 스마트팜을 중점 보급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스마트팜을 중심으로 한 대단위 복합단지 ‘스마트팜 혁신밸리’도 전국 4곳에 마련 중이다.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특히 청년창업농을 적극 지원하는데, 스마트팜 시설운영 관리와 작물 재배기술을 체계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청년창업농보육센터가 이곳에 들어선다. 청년창업농에게 부족한 농업기술과 시설자금을 지원한다.

하지만 정작 현장의 많은 농민은 생산성이 높고 효율적인 스마트팜 도입을 망설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향으로 귀농해 15년째 양계장을 운영하는 친구가 있다. 고향에 갈 때면 가끔 농장에 들러 농장운영과 시골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친구는 육계를 사육하는데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때는 병아리를 들여와 키워 출하한 후 1개월뿐이라고 토로한다. 양계장을 소독하면서 쉬는 시간을 갖는데 이 시기를 제외하고 닭을 사육할 때에는 농장을 벗어날 틈이 없다 보니 농장의 간이시설에 머무르며 힘들게 생활한다는 것이다. 혹시 모를 비상사태에 대비해 잠도 농장에서 불편하게 잔다.

친구에게 스마트팜을 권유하니 이미 관심이 많아 스마트팜을 설치한 농가에 가서 보기도 했단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스마트팜 도입을 망설이고 있었다. 그는 스마트팜을 도입하기에는 시설규모가 작고 초기 설치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제어기기 조작이 어렵고 스마트팜기술을 완전히 믿을 수 없다는 이유를 댔다. 게다가 매일 농장에 나오는 것이 자신의 본업이라는 생각을 바꾸기 어려울 것 같다고도 했다.

스마트팜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선 기존 농민들도 스마트팜을 망설이지 않고 도입할 수 있어야 한다. 청년창업농만을 대상으로 스마트팜 교육을 지원해 스마트팜을 확산시키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 필요해서다. 기존 농민들의 역량을 배제하고 새로 농업에 뛰어드는 청년창업농에게만 스마트팜 도입을 권장해서는 농업 경쟁력을 높일 수 없다.

고령농과 소농이 스마트팜을 도입할 때 고민을 덜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농민이 스마트팜을 망설임 없이 도입할 수 있도록 ▲스마트팜의 교육 지원 ▲풀 패키지가 아닌 적용 가능한 범위 내 기술 도입 ▲스마트팜기술의 신뢰성 확보 ▲사용자 편이성 제고 ▲저비용 설치 등 적극적인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스마트팜 도입으로 농업 생산성뿐만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살기 좋은 농촌문화가 형성되길 기대한다.

이강오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인재기획실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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