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농식품의 개인 맞춤화 시대를 준비하자

입력 : 2020-10-14 00:00 수정 : 2020-10-17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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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과 포장단위 등 세분화하고

소비자와 소통…데이터 축적을

 

일전에 잘 아는 분으로부터 상황버섯을 받았다. 귀한 것이니 잘 끓여서 먹으라는 당부에 일부러 유리주전자까지 사서 달여 먹었다. 며칠 먹다가 문득 의문이 들었다. ‘좋은 효능을 보려면 이걸 얼마만큼, 얼마나 오래 먹어야 하나?’ ‘나한테 좋은 건가, 아내에게 더 좋은 건가?’ 궁금했지만 시원스러운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 요즘 유튜브에 농산물과 식품 관련 콘텐츠가 넘친다. 거의 모든 영상에서 ‘적당히 먹으면 좋고 지나치면 해롭다’고 하는데 정작 적당한 양이 어느 정도인지는 말하지 않는다. 좀더 정확한 정보를 원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아쉬운 부분이다.

우리 식탁의 음식은 대개 공장이나 농장에서 누가 먹을지를 따지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생산한 재료로 만든 것이다. 여러 사람이 같은 재료로 같은 음식을 나눠 먹는다. 입맛이 까다롭거나 당뇨병 또는 신장병으로 나트륨이나 칼륨 섭취를 제한해야 하는 사람에겐 고역일 수 있다.

요즘 10명이 회식을 하면 10가지 메뉴를 주문하는 일이 다반사다. 각자의 사정과 기호가 중요한 시대가 됐다. 소비 전반에 ‘개인 맞춤’이 중요한 가치로 부각되고 있다. 건강상의 이유든 취향의 문제든 남과는 다른 나만의 선택이 가능하길 원한다.

빅데이터·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하고 생활과 가까워지면서 개인의 선택지를 넓히려는 시도들이 마케팅 전략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온라인 주문과 배달 플랫폼은 개인 맞춤화 확산의 일등공신이 됐다. 전국 농산물 생산자와의 직거래가 가능해졌고 하룻밤이면 ‘팜투테이블’을 실현할 수 있다. 이런 인프라 덕분에 소비자는 점점 더 자신의 특성과 취향을 선택에 관철시키고 있다.

식품의 개인 맞춤화는 코앞에 다가온 미래 스마트헬스케어의 정밀 영양 공급에서도 큰 의미를 갖는다. 스마트헬스케어의 핵심은 기술혁신을 토대로 한 질병 예방이다. 일상생활 속 영양 관리를 통해 질병 발생을 사전에 막는 셀프케어에 주안점을 둔다. 가령 고혈압·당뇨·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은 주로 잘못된 식생활에서 비롯되는 만큼 올바른 식생활을 지속하면 개선할 수 있다. 올바른 셀프케어 영양 관리는 개인의 삶의 질 개선과 사회적 의료비용 절감에 매우 중요하다. 음식과 유전자의 관계를 연구하는 영양유전체학에서는 우리가 먹는 음식이 유전정보의 발현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음식과 생활이 우리 몸의 유전자 스위치를 끄거나 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잘못된 식생활로 생긴 만성질환을 예방·관리하려면 개인의 신체 특성과 취향을 기반으로 균형 있고 정밀하게 영양을 공급할 수 있도록 전환해야 한다.

농식품의 개인 맞춤화 시대에 농민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먼저 개별 농민이든 품목 조직이든 차별화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품목과 포장 단위를 세분화·다양화하고 생산자와 지역의 스토리텔링을 개발해 매력도를 높여야 한다. 소비자 특성을 이해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소비자를 일회적인 유통 거래 상대로 간주하지 말고 능동적으로 소통하고 지속적으로 소비자의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 또한 소비자의 신뢰를 위해 지속가능한 친환경농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기후위기와 감염병으로 인한 뉴노멀(새로운 정상 상태) 시대에 소비자들은 예전보다 윤리적 소비를 강화하고 있다.

농정당국은 생산자들의 올바른 대응을 장려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우수한 우리농산물의 체계적인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야 한다. 푸드테크나 바이오테크 기업들은 이 DB를 잘 활용해 경쟁력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함으로써 우리농산물이 훨씬 다양한 모습으로 소비자와 즐겁고 건강하게 만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류왕보 (라이프샐러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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