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스마트팜’이란 이름

입력 : 2020-07-27 00:00

시설 중심 개념은 결과만을 중시

농민 포용하는 과정의 가치 새겨야
 


요즘 가장 많이 쓰이는 말이 있다. 바로 ‘언택트(Untact·비대면)’다. 접촉을 뜻하는 Contact에 ‘Con’ 대신 부정을 의미하는 ‘Un’을 붙여 만든 신조어다. 유례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언택트 서비스’ ‘언택트 마케팅’ 등의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언택트는 ‘파이팅’과 같이 대표적인 콩글리시(한국에서만 존재하는 영어) 중 하나다.

올 4월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은 ‘언택트 서비스’를 ‘비대면 서비스’로 대체해 쓰자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여러 이유에서 언택트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하고 있으며, 앞으로 이런 현상은 한동안 계속될 것 같다. 파이팅이 콩글리시라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처럼 말이다.

위 사례처럼 용어의 사용은 쉽지 않은 문제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짜장면’도 2011년 표준어로 인정되기 전까지 엄혹한 세월을 보내지 않았는가? 그럼에도 올바른 용어의 사용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언택트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적어도 어떤 용어가 콩글리시라는 것은 인식하고 있어야 다른 나라 사람들을 만날 때 용어 사용에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돼지농장으로 출근한다>의 저자이기도 한 이도헌 성우농장 대표는 2018년 어느 행사에서 <논어> 자로(子路)편의 ‘정명(正名)’을 강조했다. 그는 ‘명칭이 바르지 않으면 말이 조리가 없어지고, 말이 조리가 없으면 일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인용하면서 우리가 흔히 쓰는 ‘스마트팜’을 바르지 않은 명칭의 대표적 사례라고 주장했다. 그 말을 듣고 어딘지 모르게 항상 찜찜했던 부분을 누가 단번에 긁어주는 기분이 들었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스마트팜이란 단어가 어떠한 이유에서 생겨난 것인지 모른다.

그러나 해외에서 거의 쓰이지 않는 말임은 틀림없다. 다른 나라에선 스마트팜 대신 ‘스마트 파밍(Smart Farming)’ ‘정밀농업(Precision Agriculture)’ ‘신농업(Novel Farming)’ 등의 개념이 거론된다.

스마트농업을 스마트팜이라고 정의 내리면 시설 중심의 개념이 되면서 과정이 아닌 결과만 중시된다. 그래서 나온 것이 ‘스마트팜 혁신밸리’라는 사업이다. 이 사업에 대한 논쟁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것으로 알고 있다.

얼마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경기 평택 소재의 스마트팜 업체에서 현장간담회를 진행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것이 현재 정부에서 스마트팜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단적인 예가 아닐까 한다. 과정은 중시되지 않고 농민이 전적으로 배제된 시설로서의 스마트팜, 과연 그러한 스마트팜은 스마트할까?

오해가 있을 것 같아 첨언하자면 스마트팜 관련 스타트업들을 폄하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은 아님을 밝힌다. 필자는 누구보다도 이 분야에서 농업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마트팜은 언택트와 마찬가지로 앞으로 필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계속 사용할 단어라고 본다. 그러나 적어도 스마트팜이라는 명칭에 가려 보지 못했던 가치들을 한번 더 생각할 수 있는 기회는 마련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최재욱 (법무법인 디라이트 파트너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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