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농식품분야는 더이상 천덕꾸러기가 아니다

입력 : 2020-04-01 00:00

글로벌 경기침체 속 투자 실적 선방 농식품 향한 벤처업계 관심 뜨거워
 


올해 2월 미국의 농식품 투자 플랫폼인 ‘애그펀더(Agfunder)’가 2019년 리포트를 발행했다. 애그펀더는 2015년부터 매년 전년도 농식품분야의 투자동향을 정리해 리포트로 발간하고 농식품 투자 관련 뉴스도 전한다. 애그펀더의 리포트는 전세계 농식품 투자동향과 관련해 가장 공신력 있는 자료로 꼽힌다.

애그펀더의 리포트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세계적으로 농식품분야 투자액은 전년보다 4.8% 하락한 198억달러(한화 약 24조원)를 기록했다. 중국과 미국의 무역전쟁,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등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때문에 같은 기간 산업 전 부문에 대한 투자가 16%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비교적 훌륭한 성적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필자는 2018년 농식품 투자실적이 매우 좋았던 만큼 2019년 실적은 경제상황의 영향을 받아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애그펀더는 농식품산업을 크게 업스트림(Upstream)과 다운스트림(Downstream)으로 나눈다. 업스트림은 농업바이오·농기계·수직농장 등 농식품 생산과 관련된 분야를 말한다. 다운스트림은 온라인 레스토랑, 농식품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같은 농식품 소비와 관련된 분야다. 지난해 업스트림분야 투자는 1.3% 증가했지만 다운스트림 투자가 7.6% 감소하면서 결국 농식품분야 투자는 하락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해 농식품분야 투자건수는 1858건으로 전년보다 15% 감소했다. 그럼에도 투자액이 4.8% 하락에 그쳤다는 것은 건당 투자액이 높아졌음을 뜻한다. 이를 통해 전반적으로 기업의 가치가 높아졌다거나 농식품 창업기업이 더욱 성숙해졌다는 해석도 할 수 있다.

지역적으로는 아직까지도 미국과 중국 기업이 대부분의 농식품분야에 투자를 유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영국·이스라엘이 그 뒤를 따르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17번째다. 지난해 농식품분야 투자에 대한 지역적 특이점을 찾는다면 그동안 거의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던 중남미지역의 투자 유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아프리카지역의 투자 유치 또한 꾸준히 늘었다.

애그펀더의 2019년 리포트에는 여러가지 시사점이 담겨 있다. 먼저 농식품분야의 투자가 한순간의 유행이 아닌 지속가능한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제적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다른 산업군보다 투자실적이 우위에 있다는 사실과 농식품분야에 대한 일반 벤처업계의 관심이 점점 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유추할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은 전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대부분의 농식품 투자를 유치한 탓에 세계적 동향을 논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번 리포트에 나타났듯이 중남미나 아프리카의 창업기업도 많은 투자를 받고 있다. 특히 중남미의 ‘배달의 민족’이라고 할 수 있는 콜롬비아 창업기업 ‘라삐(Rappi)’는 무려 10억달러(한화 약 1조2000억원)의 투자를 받는 기염을 토했다.

우리나라에선 다운스트림분야인 농식품 이커머스나 식품 배달에 대한 투자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농식품 생산과 관련된 업스트림분야의 투자는 미진해 아쉽다. 농식품 생산이라는 씨앗 없이 농식품 소비 같은 열매가 나올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애그펀더는 리포터 서두에 ‘이제 농식품은 벤처업계에서 더이상 천덕꾸러기가 아니며 21세기의 메가트렌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담았다. 세계적인 흐름과 더불어 우리 농식품분야도 더욱 성장하기를 기대해본다.

최재욱 (법무법인 디라이트 파트너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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