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지역관광, 차별화된 지역음식이 답이다

입력 : 2019-12-02 00:00 수정 : 2019-12-02 23:43

슬로푸드여행 등 음식 탐방 ‘주목’ 향토음식 가치 관광자원화 노력을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는 그동안 지역의 발전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관광에 많은 공을 들여왔다. 지역의 관광여건을 조성하는 데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다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지역마다 관광인프라가 잘 갖춰져 여느 나라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수준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지역은 찾아오는 여행객이 많지 않고, 오는 사람들도 지역여행에서 큰 감동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번 방문했던 여행지를 다시 찾는 비율도 낮다. 이렇게 된 이유는 대부분의 관광지가 다른 곳과 차이가 없고, 그 지역의 문화나 정체성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지역과 연관된 콘텐츠가 빈약하다는 것이다.

이제 지역관광과 관련해 음식에 초점을 맞출 것을 제안한다. 선진국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국민소득이 3만달러에 달할 정도로 경제 수준이 높아지면 여행객들의 우선적인 관심은 음식에 쏠린다. 이전에 여행객들의 관심사가 지역의 경관이나 유물이었다면 소득이 향상된 후 특정 지역을 방문하는 주된 이유는 그 지역의 음식을 맛보는 것이 됐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를 반영해 지역의 음식을 탐방하는 슬로푸드여행 등의 프로그램도 생겨나고 있다.

이처럼 음식에 대한 여행객의 관심이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각 지역에는 이를 충족시킬 만한 차별화된 고유음식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전국적으로 음식이 획일화되고 지역에 있던 음식에 점차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서 지역음식이 많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지역마다 농업의 다양성이 줄어들고, 그 지역의 특정 음식을 만드는 데 쓰였던 식재료가 더이상 생산되지 않아 사라진 지역음식도 적지 않다.

지금처럼 전국의 음식이 획일화되기 이전에는 지역에 가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많이 있었다. 제주의 전통음료인 쉰다리나 몸국, 경북 안동의 안동식혜, 충남 예산의 삭힌김치, 경남 통영의 볼락김치 등 셀 수 없이 많은 지역음식이 주민들과 다른 지역 손님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아왔다. 각 지방 고유의 조리법과 로컬푸드를 활용한 음식들은 곧 지역의 문화이자 정체성을 대표하는 존재였으나 이제는 소멸위기에 놓여 있다. 그나마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에서 지정하는 ‘맛의 방주’에 등재된 쉰다리·삭힌김치 같은 지역음식의 경우 찾는 이들이 늘고 있어 다행이다.

여행객들이 지역을 찾아 맛보기를 원하는 먹거리는 그 지역에 가야만 먹고 즐길 수 있는 음식이다. 지역을 대표하는 고유의 음식이 있어야 사람들도 발걸음을 하게 되고, 그 맛을 잊지 못해 다시 해당 지역을 찾게 된다. 관광자원으로서의 음식은 ‘특정 역사인물의 밥상’처럼 후세에 만들어진 먹거리가 아니라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면서 지역의 특성과 선조의 지혜가 반영된 음식이다.

글로벌푸드와 패스트푸드, 가공식품이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오랫동안 이어져온 지역음식들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지역에서 재배되던 토종작물의 멸종 또한 지역음식이 사라지는 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제 지역 차원에서 고유의 향토음식이 가진 가치를 주목하고 보존하는 동시에 관광자원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관광인프라 조성에 들이는 비용의 극히 일부만 써도 충분하다. 광역·기초 지자체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관광인프라에 투자하기보다 지역에 있는 먹거리, 특히 소멸위기에 처해 있는 그 지역만의 음식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제 지역관광의 답은 음식에 있다.

김종덕 (경남대 석좌교수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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