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겨울 단상

입력 : 2019-01-11 00:00

핀란드, 겨울 풍경 등 관광상품화 우리 농촌도 지역 자원 활용해야
 


사람 마음이 간사해서 찌는 듯한 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겨울이 오면 좋겠다 싶었는데, 정작 칼바람이 몰아치고 살을 에는 추위를 맞다보니 차라리 더운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폭설이라도 내려 쌓이면 제설작업과 생활의 불편함으로 하늘을 원망하기도 한다. 그래서 추위와 눈으로 대변되는 겨울은 불편함과 고통을 주는 시기이다. 특히 농촌의 겨울은 일상이 위축되고 여러가지 활동도 뜸해져 한적하고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그래서 어서 따듯한 봄날이 오기만을 기다리게 된다.

그러나 추위와 눈이 우리를 힘들게 한다 해도 겨울 환경이 그리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눈으로 덮인 산하의 풍광은 여느 계절이 따라올 수 없는 아름다운 모습을 선사한다. 또 추운 날씨는 병해충을 막아주고 눈은 더러운 것을 덮어준다. 추운 날씨가 면역력을 높여주며, 눈 덮인 겨울 산길을 뽀드득뽀드득 걷는 것이 실질적인 치유가 된다는 보고서도 있다.

필자는 최근 러시아 시베리아지역을 자주 방문했다. 그중에서도 러시아 최동북단 사하공화국은 겨울공화국으로 불릴 만큼 무시무시한 기온으로 긴 겨울을 보낸다. 첫눈이 9월초에 내리며 겨울에 영하 40~50℃를 오르내린다. 지난해 필자는 체감온도가 영하 59℃인 상황을 경험했으며, 가장 추운 오이먀콘이라는 마을은 영하 71℃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런 곳에서 인간이 생활할 수 있을까 생각하겠지만, 오히려 각종 문화행사와 날씨체험·얼음광산 등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인기 관광지로 자리 잡고 있다.

핀란드를 위시한 북유럽의 국가들 역시 매우 춥다. 이들 국가의 국민이 부르는 노래 중에 ‘우리 조상은 왜 이 추운 곳에 자리를 잡아 우리를 고생시키냐’는 우스개 노랫말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곳에는 아름다운 설경과 자작나무숲·산타클로스 등 낭만적 요소가 가득하다. 그리고 이들 나라들은 눈과 추위도 자원이라는 생각으로 각종 레저와 레포츠·마을체험·겨울축제 등 다양한 형태의 관광프로그램을 개발해 상품화하고 있다. 매섭고 차가운 날씨를 극복하려는 지혜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들이 근사한 콘텐츠로 개발되기도 한다. 또 실내에서 즐기는 문학·미술·공연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런 면에서 우리도 겨울 날씨와 경관을 활용하는 마케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새해 첫날 해돋이를 보기 위해 몰려든 어마어마한 인파를 보면서 지역 특성과 자원을 활용한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또 한겨울 추운 동네에서 열리는 다양한 물고기축제가 지속가능한 지역축제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콘텐츠를 고급화하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농촌 마을은 스펙터클한 대자연, 대규모 시설 또는 행사가 없더라도 지역의 자원을 활용하면 소박하고 특색 있는 겨울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얼음을 활용한 축제도 좋고, 전통 겨울놀이를 활용한 체험도 좋다.

필자 마을에서도 한 펜션은 눈 덮인 임도(산림을 연결하는 도로)에서 썰매견을 활용한 개썰매 체험으로 비수기를 극복하고 있다. 지역농산물을 활용해 특색 있는 빵을 만드는 청년 베이커리는 겨울철 특별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마을 카페는 따뜻한 구들자리로 손님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겨울은 또 다른 기회다. 추위와 눈은 극복해야 할 장애이거나 재해가 아니라 숙명적으로 함께해야 하는 친구라고 생각하자. 그래서 추운 겨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삶의 방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 이를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로 부가가치를 높여나갔으면 한다.

이선철 (감자꽃스튜디오 대표·숙명여대 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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