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비과세 예탁금제도와 준조합원

입력 : 2018-08-10 00:00

준조합원 자격 이슈, 과세 형평성보다 지역경제 활성화정책 차원서 살펴야
 


‘비과세 예탁금제도’가 사실상 폐지되는 수순에 진입했다. 내년부터 준조합원에 대해 분리과세(2019년 5%, 2020년 9%)를 적용하는 세법개정안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비과세 예탁금제도는 1976년 도입 이후 농민의 재산형성을 위한 금융수단에서 농업금융의 한축을 이루는 자금의 원천으로 성장하며 농촌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이 제도는 지난 40여년 동안 금융의 실물 지원기능에 충실한 정책상품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역할을 해왔는데, 그 중심에는 전체 가입자의 80%를 차지하는 준조합원들이 있다.

그러나 준조합원 비과세 예탁금이 ‘고소득층의 절세수단’으로 치부되면서 이 제도가 지닌 본질적 가치가 훼손되고 있다. 특히 조합원과 준조합원을 분리하는 접근은 사실상 이 제도를 폐지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더욱 분명한 것은 비과세 예탁금제도는 제도 폐지로 발생할 3000여억원 세수증대 효과만으로 일반화하기엔 어려운 금융의 생산성과 포용성을 담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책의 효과는 세수증대 효과와 정책 시행에 따른 사회적 비용 등을 포괄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의미다.

금리상승 국면에서 준조합원의 이탈이 대규모 예금유출로 이어지면 지역금융은 건전성에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상호금융기관의 부실화가 농가를 대상으로 한 금융 지원 기능까지 약화시킨다면 이는 결국 도농간 소득격차를 악화시키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준조합원에 대한 비과세혜택 폐지가 농업·농촌에 미칠 경제적 파급효과를 정책 논의과정에서 심도 있게 다뤄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비과세 예탁금제도가 담고 있는 정책 사상 역시 지역균형발전의 틀 안에서 재조명해야 한다. 비과세 예탁금은 비농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도시의 여유 자금이 상호금융기관을 통해 지방이나 농촌경제로 되돌아오는 생산금융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개념적으로, 지역에서 도시로의 자금역류를 차단하는 미국의 지역재투자법과 유사하다. 따라서 준조합원의 자격 이슈는 과세 형평의 문제보다는 지역경제를 견인하는 정책 추진동력 차원에서 다뤄져야 할 것이다.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추진동력이 없는 정책은 실패하기 마련이다. 일본의 고향세가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답례품으로 지역특산물 제공이라는 기부 동인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 농산물시장 개방에 따른 피해보전을 목적으로 논의됐던 ‘무역이득공유제’가 ‘농어촌상생협력기금’으로 대체되면서 정책 취지가 기부를 통한 구제 지원책으로 변질됐다. 이러한 변질은 정책의 실패로 이어지고 있다. 도입 초기 연간 1000억원(10년간 1조원) 규모의 지원금을 조성한다고 했지만, 2017년 첫해 모금은 257억원에 그쳤다. 올해 역시 8월 현재 347억원에 불과하며, 그중에서 대기업 출연은 1.2% 수준에 불과하다.

비과세 예탁금제도도 준조합원이라는 정책 동인이 사라진다면 비슷한 전철을 밟을 것이 자명하다. 비과세 예탁금제도는 서민들이 접근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금융소득 수단이라는 점에서, ‘준조합원의 구성’에 대한 면밀한 검증이 요구된다. 특히 소득과 지역분포, 자산구조, 일자리 특성 등 준조합원의 가구 특성에 대한 정밀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 고소득자의 절세전략으로 치부하기보다는 서민들의 비과세혜택을 보전하고 고소득층의 진입장벽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을 추진해야 한다. 더불어 비과세 예탁금제도가 지속가능한 모델로 거듭날 수 있도록 장기적인 정책 대안도 함께 제시해야 할 것이다.

송두한 (NH농협금융지주 금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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