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청년이 바꾸는 농촌

입력 : 2018-01-12 00:00 수정 : 2018-03-02 14:04

 


사회 전반적으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농촌은 특히나 심각하다. 그래서 흔히 농촌 하면 노인을 떠올리기 쉽다. 마을회관은 경로당으로 바뀌고 있으며, 60대가 막내라서 심부름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농촌에 젊은 사람이 적기 때문이다. 이제는 농촌에서 태어나는 아이도 없을뿐더러 그나마 있는 청년들도 도시로 떠나려 한다. 귀농·귀촌 인구가 늘고 있다지만 중장년 세대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농촌에서 능력을 발휘하며 열정을 불태우는 청년들이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적지 않은 청년들이 영농·축산·가공·임업·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참신한 아이디어와 독창적인 방법으로 멋진 성공기를 써가고 있다. 이들은 새로운 소득작목을 재배하기도 하고, 지역 농산물을 활용해 독창적인 상품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또 기성세대가 생각하지 못한 참신한 관광 프로그램으로 농촌에 도시민을 불러모으기도 한다. 젊은 이장이 뽑히는 일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들은 농촌 축제나 마을 사업을 기획하고, 도농교류에 있어서 도시와 농촌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들의 활약은 실로 전방위적이다.

이렇게 성공한 농촌 청년들은 몇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선 뚜렷하고 구체적인 자신만의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철저한 시장조사를 통해 경험을 쌓아가며 자신만의 사업 모델을 발전시킨다. 또 승계농의 이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청년도 많다. 부모 세대에서 충분히 기반을 다진 농장·목장 등을 활용해 생산뿐 아니라 가공과 체험 프로그램까지 더해 경영혁신을 이끌어내고 있다.

온라인에 강하다는 점도 특징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크라우드펀딩에 적극적이다. 또 활발한 온라인 네트워킹으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도 끊임없이 교류하며 제3의 영역을 개척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들은 문화적인 요소를 농업에 가미하는 데 탁월하다. 농산물 스토리텔링에 능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한마디로 말하면, 변화와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혁신으로 농업·농촌의 새로운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지난해 농업인의 날을 맞아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한 ‘파밍로드 농행원정대’라는 프로그램에서 청년 농민과 농업에 관심 있는 대학생들을 두루 만났다. 이들은 농업·농촌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분석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확고한 비전과 구체적인 로드맵을 가지고 있었다. 적게는 20대 초반부터 많아봤자 30대 초반의 젊은 친구들이 참신하면서도 야무진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천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감명을 받았다.

다만 한가지 안타까운 점은 중앙정부에서 농촌지역으로 꽤 큰 액수의 보조금이 내려오고, 이를 근거로 각종 사업이 수행되는데 농촌 청년들은 이런 정책과 지원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다는 것이다. 또 사업 지원 대상이나 수행 주체가 주로 기성세대 중심의 지역기반 네트워크에서 이뤄지다보니 현실성이 떨어지거나 혹은 낡은 농정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철 지난 사업에 엉뚱하게 지원금이 사용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농촌 청년들이 보란 듯이 자체적인 성과를 거두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어, 그런 청년들이 기특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하다. 농업·농촌의 미래는 후계농을 어떻게 양성하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능하면 농촌행을 원하는 청년에게 아낌없이 지원해주고, 많은 기회를 줘야 한다. 젊은이들이 농촌에 정착해 농촌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말이다.

이선철 (감자꽃스튜디오 대표, 숙명여대 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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