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저수지 치수대책 수립은 선택 아닌 필수

입력 : 2021-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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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심해지며 홍수 위험 증가

비상 방수문 설치 등 지속 추진을


치수란 물을 다스려 홍수로 인해 발생하는 수해로부터 인간과 토지를 지키는 것이다. 지난해 역대 최장기간(54일) 발생한 장마로 인한 집중호우로 섬진강 하류 주암댐, 용담·대청댐, 합천·남강댐 하류에 막대한 재산과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이에 따른 댐 하류 수해원인 조사를 위해 홍수피해가 발생한 여러 곳의 수해지역을 직접 방문하는 기회가 있었다. 현장 방문 때 농경지 침수와 매몰로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수해지역 주민들의 안타까운 모습을 생각하니 치수에 대한 중요함이 더욱 절실하게 와닿는다.

과거 농업용 저수지는 국민의 안정적 식량생산을 위해 관개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이수 목적으로 설치됐다. 최근에는 시대적 상황 변화에 따라 저수지의 이용 목적이 농촌지역 생활용수·축산용수·공업용수·환경유지용수 등 다목적 지역용수 공급 기능으로 확대됐다. 특히 도농교류 활성화에 따라 지역민과 도시민에게 경관과 쉼터를 제공하고 어메니티(Amenity·쾌적함)를 증진하는 등 저수지의 공익적 기능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집중호우로 홍수 위험이 증가해 저수지의 안전도는 크게 후퇴했다. 지난 20년간 태풍 ‘루사(2002년)’ ‘마이삭(2020년)’ 등으로 17개 저수지가 붕괴돼 수천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국토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농어촌지역에 분포하고 있는 농업용 저수지는 1만7240곳이다. 이 중 저수량 기준 100만㎥ 이상 저수지는 538곳으로 총저수량은 24억3300만㎥이다. 집중호우와 이상강우에 의한 하류지역 홍수피해를 줄이기 위해 하천설계기준에 의거해 치수능력을 20% 확대하면 4억8700만㎥의 홍수조절용량을 확보해 대규모 홍수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이는 다목적댐 위주로 집중화한 홍수조절능력을 지류에 위치한 농업용 저수지에 분산한다면 홍수피해를 크게 경감시킬 수 있음을 의미한다.

노후화한 저수지의 보수·보강 등 기존의 단순한 개보수사업으로는 홍수예방에 한계가 있다. 이수 목적의 농업용 저수지는 농업용수 공급기능을 원활히 유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시설 개보수만으로는 치수기능을 확대하기 어려워 호우 발생 때 유입 홍수를 그대로 방류할 수밖에 없어 하류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 따라서 기후변화 대비 홍수관리 능력이 부족한 저수지의 치수능력을 확대해 농경지가 침수되는 것을 막고 하류부 밀집지역의 인명·가옥 등을 보호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저수지 물넘이 방수로 확장, 비상 방수문 설치, 홍수 예·경보 시스템 구축 등 홍수조절을 위한 치수능력 확대사업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현재 시행 중인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치수능력 확대사업이 내년에 마무리된다. 만약 치수능력 확대사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대규모 홍수 발생 때 이수기능 목적의 저수지는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저수지에 대한 치수능력 확대사업의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추진을 위해 대규모 저수지뿐 아니라 하류부에 인명과 재산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중소규모 저수지까지 그 대상을 확대해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에 필요한 설계기준 개정과 사업지침 변경 등 제도개선도 동시에 시행돼야 한다.

과거와는 다르게 호우일수가 늘고 강우 강도가 세지는 등 이상기상 발생이 빈번해지고 있다. 따라서 기후변화 대응력이 부족한 농업용 저수지의 치수대책을 수립하는 것은 국민안전을 지키고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손재권 (전북대 지역건설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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