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식량자급률 제고, 선택 아닌 필수

입력 : 2021-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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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후·코로나로 식량안보 휘청

곡물 생산기반 확대 등 노력해야

 

온라인시장 규모가 커지고 모바일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먹거리 소비패턴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이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온라인 위주의 소비패턴을 더욱 공고하게 만들었다. 휴대전화 터치 몇번이면 전국 농산물, 심지어 해외 식료품까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쉽게 받아볼 수 있는 세상이다. 그러나 빠르며 편리하고 풍족하게 보이는 우리의 먹거리 환경은 그 이면을 살펴보면 별로 안심할 만한 수준이 못 된다.

최근 이상기후·코로나19로 나타난 주요 곡물 수출국들의 식량 수출 제한 움직임,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 능력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식량안보가 언제든지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식량안보는 국가가 천재지변 등 각종 비상사태에 대비해 국민의 식량 수급을 경제적 또는 물리적으로 보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적인 식량안보는 충족되고 있지만 물리적인 충족은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경제적 비용을 들여서라도 우리가 필요할 때마다 원하는 품질을 갖춘 적정 물량의 식량을 도입할 수만 있다면 큰 문제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상기후로 인한 작황부진, 전염병 발생에 따른 봉쇄조치 등이 발생하면 아무리 많은 돈을 주더라도 식량을 구하지 못할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때 각국에서 식품 사재기가 발생한 것을 떠올려보자.

1999년 54.2%였던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2019년에는 45.8%의 자급률을 기록함과 동시에 세계 5위의 곡물 수입국이 됐다. 우리가 먹는 식량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수입하는 것이다. 특히 국민 밥상과 밀접한 밀·콩의 자급률은 2019년 기준 각각 0.7%, 26.7%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밀·콩 산업 육성과 생산기반 확대를 위한 최근 움직임은 식량안보의 긍정적인 기폭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2월 밀산업 육성법 시행 이후 고품질 생산·유통 체계 구축을 위한 국산 밀 전문 생산단지가 조성됐고, 식량안보 차원에서 일정 물량을 우선 비축하고 있다. 또한 공공 급식시장에도 국산 밀을 공급하고, 민간기업과도 협업을 통해 외국산을 국산으로 대체하는 신규 제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콩의 경우 지난해부터 실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품종을 중심으로 품종 구분 수매제도를 도입한 결과, 수요처의 반응이 좋아 올해는 품종을 추가하고 수매물량을 확대하고 있다. 품질 제고를 위해 정부 비축 수매콩 전량을 정선해 공급하고, 군대에 납품되는 된장·청국장의 원료콩을 전량 국산 콩으로 대체하는 등 국산 콩 소비촉진에 힘쓰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더욱 다양하게 확대된다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인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

1960년대 국제미작연구소가 세워질 정도로 농업 강국이었던 필리핀은 “부족한 식량은 수입하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농지를 크게 줄이고, 그 자리에 공장을 짓는 등 산업화에만 몰두했다. 2008년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하고 주요 곡물 수출국들이 쌀 수출을 금지하면서 필리핀은 쌀값 폭등과 식량 부족으로 엄청난 혼란에 휩싸였다. 필리핀은 현재도 세계 최대 쌀 수입국이다. 필리핀의 사례는 식량안보가 안정적인 국정운영과 국민 삶의 질 향상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 한번 무너진 식량 생산기반은 얼마나 회복하기가 어려운지 잘 보여준다. 이상기후와 전염병 반복 등으로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시대에서 식량자급률을 높이고 식량안보를 지키는 일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기우 (aT 수급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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