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청탁금지법과 명절 선물

입력 : 2021-0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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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의미, 단순한 물건전달 아닌 진심의 표현…인간 덕성과 관련

가액한도 상향 요구하는 동시에 농축산물 수요 늘릴 묘책 절실

 

한달 앞으로 다가온 설 명절을 앞두고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령에서 10만원으로 규제하는 선물 상한가액을 농축수산물과 그 가공품에 한해 20만원으로 올려달라고 농업계가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추석에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완화 조치로 그 효과가 입증됐으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자연재해로 더 어려워진 농업계 여건을 배려해 이번 설에 규제를 한번 더 풀어달라는 주장이다.

2000년대 들어 연이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값싸고 화려한 농축수산물 수입 홍수로 농업계는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다.

이에 더해 지난해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그에 따른 농축수산물 수요 감소, 그리고 극심한 장마·태풍의 자연재해까지 겹친 탓에 농민들은 헤어나기 어려운 고통을 겪었다. 올초에는 냉혹한 한파까지 닥쳐 어려움이 극한에 달한 만큼 농민의 숨통을 열어주기 위한 선물 허용가액 상향 주장은 충분히 설득력을 갖는다.

담당 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가 ‘농민의 생존권 수호’를 내세우는 완화 조치 요구와 ‘청렴사회 지향’이라는 법 정신 구현의 갈래길에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며 여러 생각이 든다.

농업계는 깨끗한 사회를 바라는 청탁금지법에 담긴 국민적 요구와 충돌한다는 인상을 혹시라도 풍기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그렇다면 ‘선물’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사전적 의미의 선물은 ‘남에게 인사나 정을 나타내는 뜻으로 물건을 주는 것’을 의미하지만, 인류의 문화적 기원을 밝히는 인류학에서 탐구하는 선물이란 ‘상대방을 인정하고 배려하며 상대방에 대한 진심을 다하는 자기 마음의 표현’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선물을 매개로 해서 무엇을 기대하며 바라는 청탁금지법상 선물은 진정한 선물이 아니다.

이렇게 선물이 지닌 진정한 의미를 문화적 관점에서 짚어가다보면 농업계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길이 열릴 수 있으며, 그 길은 법률적 차원의 건의를 넘어서 인간의 덕성과 관계된 인륜의 차원으로 폭넓게 연결될 수 있음을 깨우치게 된다.

사실 농축수산업 관련 여러 협동조합들은 전국에 걸친 유통망 등 네트워크를 활용해 가족·친지간 정을 나누는 생활친화형 명절 선물을 취급하면서 농축수산물 수요 증대를 자극하는 등 국민에게 직접 다가설 수 있는 강력한 접점을 확보하고 있다. 이 촘촘한 연결망은 사회생활을 규제하는 법률적 틀을 뛰어넘는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되는 현실적이고 강력한 힘’이다.

농업계가 당면한 온갖 어려움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 속에서 신축년 새해를 맞이하는 이 시점은 더없이 중요하다. 농축수산업계 전체가 맞닥뜨린 난국을 헤쳐가며, 사회에 더이상 짐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적극 기여하는 길을 모색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찾아 나서야 할 엄중한 때다.

이를 위해 선물을 금지하는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법적 건의도 필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설 명절 분위기를 타고 우리 농축수산물의 수요를 자극하는 일이다.

저렴하면서 국민생활과 더 밀접하게 연관되는 농축수산물이 사회 전체와 다양하게 연결되는 길을 찾기 위해 명절의 기여도를 높이는 노력도 한층 강화돼야 할 것이다.


이내수 (향토지적재산본부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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