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시대의 농촌

입력 : 202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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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안보·재생에너지 갈수록 중요

농민·농촌이 ‘해결 열쇠’ 쥐고 있어

주체 거듭나도록 제도 뒷받침 절실

 

2021년 신축년(辛丑年)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54일간의 장마, 경제난으로 호된 어려움을 겪었기에 새해에는 모든 것이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코로나19는 백신으로, 경제난은 정책으로 해법을 찾는다 해도 기후위기로 발생하는 재난은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기 어렵다. 올해 어떤 기후 재난이 닥칠지 예상하기도 어렵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농민들은 기후위기의 가장 큰 피해자다. 폭염과 한파, 폭우와 슈퍼 태풍은 들판에서 일하는 농민들의 건강과 안전에 바로 영향을 미친다. 기후 재난에 농산물 생산이 줄고 축산업의 냉난방 비용은 올라간다. 최근 10년 연평균 강수량은 1264.2㎜로 평년(1981∼2010년) 대비 줄었고 변동성도 커졌다. 곳곳에서 지하수 관정을 파고 있지만 농업용수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원인은 인간의 경제활동이다.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는 지난 150여년간 지구 평균 기온을 1℃나 올렸고 곳곳에서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내리는 비에 가장 애끓었던 이도 농민이다. 이렇게 내린 비의 원인을 단순히 표현하면 석탄발전소, 공장, 자동차, 보일러·에어컨, 소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온실가스는 주로 전력 생산, 산업, 수송, 건물, 농축산업 등에서 배출된다. 따라서 전력 생산에서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석탄발전소, 수송분야의 내연기관 자동차, 건물에서 냉난방 에너지를 사용하는 보일러·에어컨, 축산활동으로 배출되는 메탄을 상징하는 소가 기후위기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농축산업이 우리나라 온실가스 총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다. 기후위기의 책임이 적은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축산부문의 메탄과 농경지에서 배출되는 아산화질소만 배출량으로 잡았기 때문이다. 농축산활동의 생산·포장·유통·폐기 등 모든 과정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와 자원을 포함하면 비중은 20%에 달할 수 있다. 따라서 농민과 농업은 기후위기의 피해자이자 원인 제공자로서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 나서야 한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면 먼저 알아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이 얼마나 시급한지 알아야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민부터 농업기관, 농림축산식품부 공무원까지 모두 학습해야 한다. 유럽연합(EU)은 2050년 탄소중립을 향해 농업부문에서 ‘농장부터 식탁까지’ 전략을 수립하고 식품 생산, 식량안보, 식품 가공·유통·소매·서비스, 식품 소비, 음식물 쓰레기, 식품공급망의 안전성 등 모든 분야에서 대책을 세우고 있다.

농장부터 식탁까지 전략의 핵심은 먹거리 생산부터 소비까지 모든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농민의 적정 수입을 보장해 삶의 질을 높이는 한편 지속가능한 농촌을 만드는 것이다. 농산물 생산에 지급하던 보조금을 온실가스 감축으로 전환하고, 농민과 소비자간 신뢰를 쌓기 위해 생산·유통 단계에서의 온실가스 발생량 등 생산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도 기후위기가 가져올 식량위기에 대응하면서 농축산분야의 온실가스 감축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준비를 하려면 인력·조직·예산을 투입해야 하는데 현 농업정책에는 기후위기 대응이 보이지 않는다. 이는 문제의 심각성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며, 그래서 학습이 필요하다.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아야 긴급한 행동이 만들어질 수 있다.

급변하는 시기에 농촌이 가진 자원의 가치를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은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발표했다. 탄소중립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이미 배출한 양에 대해서도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대기 중 배출증가율을 ‘0’으로 만드는 것이다.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 국가인 중국과 EU·일본·미국도 각각 2060년과 2050년을 목표로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이제 온실가스 감축 규제가 강해지면서 석탄·석유를 태우면 탄소세를 내고 불이익을 받는 세상이 됐다. 세계 260개 이상의 기업이 재생가능에너지로만 기업을 운영하겠다고 선언했다. 화석에너지 시대가 가고 재생가능에너지 시대가 왔다. 우리나라도 2030년까지 전력 생산에서 재생가능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을 20%로 올리겠다고 발표했고,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목표를 더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농촌은 주체나 공간 면에서 재생가능에너지 생산의 중심이 될 수 있다. 태양광, 풍력, 가축분뇨를 활용한 바이오가스, 산림바이오매스를 이용한 소형 열병합발전 등 지역 자원을 잘 활용하고 스마트그리드 기술까지 결합하면 유럽처럼 100% 에너지자립마을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농촌의 현실을 보자. 농촌 곳곳에 태양광 반대 현수막이 걸리고, 태양광발전 사업자와 주민간에 갈등을 빚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농촌을 재생가능에너지 생산 공간으로 대상화해선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상화되지 않으려면 농촌이 주체가 돼야 한다.

지난해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는 농어촌에너지전환포럼을 구성해 기후위기 시대에 농촌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연구했다. 결론은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시대에 농촌이 주체가 되려면 그에 걸맞은 법과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도 프랑스처럼 법으로 농민의 에너지 생산활동을 농업활동으로 인정하고, 일본과 같이 농산어촌 재생에너지 기본계획 수립을 통해 지역 특성과 공간을 고려해 재생가능에너지 계획을 세우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2021년에는 ‘농산어촌에너지전환법’을 제정해 농산어촌 공간에 대한 자원 조사와 종합계획 수립, 농민 주도의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로 농어촌의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시대의 농민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될 ‘식량’과 ‘에너지’ 생산자가 될 수 있다. 21세기 농업정책은 농산물 생산과 더불어 재생가능에너지 생산,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으로 확장돼야 한다. 2021년은 농민과 농촌이 기후위기 시대의 해법이 될 수 있도록 사고와 정책, 행동의 대전환이 일어나는 한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농민과 농촌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열쇠를 쥐고 있다.



● 이유진은…

▲1975년생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박사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국무총리 그린뉴딜 특별보좌관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농어촌사회분과 위원



이유진 (기후위기 대응 농어촌에너지전환포럼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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