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농작물재해보험 앞으로도 지속하려면

입력 : 2020-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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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는 하늘이 짓는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농작물은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최근 이상기후로 인한 자연재해가 급증함에 따라 농작물과 시설 피해를 보상하는 농작물재해보험이 농가의 경영안정 수단으로서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다.

2001년 도입된 농작물재해보험은 올해로 20년째를 맞았다. 사과·배 2개 품목을 시작으로 대상 품목과 지역을 꾸준히 확대해 2020년 현재 67개 품목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다. 보험 가입률도 계속 증가해 올해는 45%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듯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농작물재해보험에 지속가능성의 위기가 찾아왔다. 가입률을 높이기 위해 상품의 보장범위를 계속 확장했는데, 최근 거대한 재해가 빈발하자 보험금 지급 수요와 보험수지 적자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는 보험료의 2배 수준인 9000억원의 보험금이 지급됐고, 올해는 최장 기간 집중호우와 태풍 등으로 인해 1조원 이상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대재난적 손실이 연이어 발생하면 보험사의 담보능력에 문제가 생겨 보험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데 곤란해질 수 있다. 실제로 농작물재해보험에 참여해오던 민영 재보험사들이 대거 이탈하는 추세여서 보험금 지급 보증에 빨간불이 켜졌다.

매년 높아지는 보험료도 보험의 안정성을 위협하고 있다. 일례로 경북의 한 지방자치단체는 사고 빈도가 높을 뿐 아니라 보험의 보장 내용이 계속 확대돼 생산액이 1억원인 농가에 약 3600만원의 보험료가 책정(정부와 지자체가 3000만원 이상을 지원)될 정도로 요율이 인상됐다. 보험료율이 높아질수록 농민과 정부의 재정 부담이 커질 뿐 아니라 보험료가 높은 특정 품목, 특정 가입자에 대한 정부 지원의 편중문제가 심화돼 재정의 효율성과 형평성을 저해한다.

반면 보장수준 확대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도 계속 커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농작물재해보험의 안정성을 고려할 때 이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자연재해의 일상화와 보험사고의 빈발로 보험료율 상승추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보장 확대는 필연적으로 보험료 인상을 동반할 뿐 아니라 보험금 지급 부담을 배가하기 때문이다. 무조건적인 보장수준 확대보다는 농가별 피해 특성을 반영해 적당한 수준의 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보험상품을 다양화하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

또한 보험료 책정방식을 합리적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 현재 기본 요율이 시·군 단위로 산출되기 때문에 한두 읍·면에서만 피해가 크게 나도 해당 시·군 전체의 요율이 높아져 농가가 체감하는 보험료 인상폭은 더욱 큰 상황이다.

농작물재해보험이 본래 기능을 유지하면서 꾸준히 발전하려면 현장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 앞으로 더욱 험난할 기후변화의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신발 끈을 고쳐 매며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서상택 (충북대 농업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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