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시장도매인제 도입하려는 속내는

입력 : 2020-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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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공사, 시장 운영 주도하고

정산수수료 받아 수익 창출 의도

 

최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경매제로 운영 중인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해 농산물 도매거래를 개혁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공사의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공사가 시장 영업에 뛰어들어 지금보다 더 큰 수익을 창출하고 싶은 것이다. 현재 경매제로는 공사의 수익 창출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공사는 도매시장법인들의 시장사용료 등으로 수익을 얻는다. 경매과정에서 발생하는 거래대금의 정산은 공사가 관여하지 않고 유통인들끼리 이뤄진다. 그러나 시장도매인제가 도입되면 대금 정산은 공사의 자회사인 서울정산㈜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공사는 정산수수료로 막대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

현재 공사는 도매시장법인들로부터 받는 시장사용료 193억원과 기타 관리비 100억원, 가락몰·친환경급식센터·서울정산㈜·시장관리㈜를 통해 수익을 얻고 있다. 여기에 시장도매인제 도입에 따른 추가 수익은 향후 사업 확장·운영 비용을 충당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가락시장의 경매제를 축소하고 도매시장법인의 역할을 약화해 공사가 시장 운영을 주도하겠다는 계획으로 해석된다. 현재 청과·수산 9개 법인을 능가하는 100개 이상의 시장도매인을 지정할 계획을 갖고 있는데, 이들로부터 받는 수익은 지금보다 수십배 많을 것이다.

공사는 도매시장법인들의 수탁독점권 수익을 지적하는데, 이는 공사가 지정한 법인들을 비판하는 꼴이다. 도매시장법인의 위탁수수료 인하나 상한선 설정, 출하선도금 확대로 농민에게 특혜를 주는 등 경매제 내에서 제도 개선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 그런데 공사는 ‘도매시장법인은 수익이 많기 때문에 나쁘다’라는 프레임을 씌워 경매제를 공격하고 있다. 제도를 개선하기보다 오직 공사의 이익이 되는 시장도매인제 도입만을 부르짖으며 이것이 농산물 유통구조 개혁의 전부인 양 호도하는 것이다. 공사는 불순한 의도를 숨긴 채 도매시장법인들을 비난함으로써 국민과 농민의 판단을 흐리게 만들고 있다.

시장도매인제와 경매제를 병행해 운영 중인 서울 강서농수산물도매시장의 경락가격은 전국 32개 도매시장 중 최하위다. 이는 강서시장의 시장도매인제가 독자적인 가격 형성 기능을 하지 못하는 데다 취급 품목이 제한적이고 주로 수입품이 거래되면서 경락가격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공사가 유통주체간 경쟁 촉진을 기대한다면 현재 도입·운영 중인 강서시장을 시장도매인제로 전용해 출하자의 선택권을 확대하면 될 일이다.

농산물 가격은 수요와 공급, 날씨·품질·거래조건·생산지역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해 결정되는 것이다. 반면에 시장도매인의 매수가격은 비공개로 이뤄져 가격투명성이 결여된다. 이는 거래가격을 들쑥날쑥하게 하거나 가격 조작 등 폭리 수단으로 작용해 소비자에게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공사는 진정으로 가락시장이 농민과 소비자를 위한 시장이 되길 원한다면 시장 영업에 참여하려는 야욕을 버리고 가락시장을 흔드는 갈등의 주체가 아닌 화합의 주체가 돼야 한다.

또한 공사는 온전히 농민을 위한 가락시장이 되도록 시장 관리와 유통질서 확립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여기에 시대 변화에 부응하는 온라인 거래, 물류체계 선진화, 시장 시설 현대화 등 산적한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유통인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협력해 국가 일류 공영도매시장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서용석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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