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로나 위기, 농촌경제를 다시 보다

입력 : 2020-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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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사람들은 환경을 존중하는 삶을 살고, 도시보다 농촌이 각광받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희망과 달리 당장 코로나19로 농촌이 겪는 시름은 생각보다 크다.

인구 3만명 정도의 군지역 총소득 가운데 가장 비중이 높은 부문은 공공서비스업이 된 지 오래다. 주력 산업인 농업이 줄곧 쇠퇴의 길을 걸어왔고, 인구감소로 인한 민간의 경제활동이 위축된 상황에서 공공부문의 조직과 예산만 꾸준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농사가 잘돼야 지역경제에 훈풍이 분다는 건 옛말이 됐다. 이제는 공공부문에 돈이 풀려야 지역경제가 살아나는 구조가 정착됐다. 군 단위에선 공공이 주도하는 공급과 수요 사슬이 지역경제의 여러 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게다가 공공부문은 사업자 선정, 홍보, 규제 등과 같이 수치로 표현되지 않은 권한까지 갖고 있어 영향력이 매우 크다.

이번 감염병 사태는 공공이 주도하는 농촌경제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다. 코로나19로 1000개가량의 지역 축제가 열리지 않아 축제 수익으로 1년을 먹고사는 이들이 큰 타격을 받었다. 1000곳이 넘는 농촌체험휴양마을 중 개점휴업 상태로 한해를 보낸 곳이 대부분이다. 학교급식 중단으로 납품농가가 피해를 봤고, 사회적경제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활동도 대폭 움츠러들었다. 공공이 제공하는 각종 교육·문화 프로그램 등이 중단되면서 지역경제의 손실도 만만치 않았다. 그나마 숨을 쉴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확대된 복지정책과 직접지원비 덕분이었다. 고령자가 다수를 차지하는 농촌에서 매월 지급되는 기초연금과 이런저런 명목으로 지원되는 현금은 단비 같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농촌정책에도 새로운 표준(뉴노멀)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새로운 표준을 만드는 것은 그동안 소홀했던 정책의 기본 목표를 다시 살펴보고 잘못된 정책을 고치는 일이다.

그동안 공공자금을 마중물 삼아 사업을 일으키고,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민간경제를 활성화하려는 노력이 많았다. 하지만 기대했던 효과는 작았고 마중물은 또 다른 마중물을 요구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공공의 노력이 있었기에 농촌경제가 이 정도라도 유지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지만, 민간경제에 대한 공공의 지나친 개입은 득보다 실이 컸다. 코로나 19 사태는 공공의 힘으로 농촌경제를 부양하는 것이 오히려 농촌의 체질을 약화하고 지속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을 나타낸다.

코로나19 이후는 분산·소규모·환경·안전·온라인의 시대라고 한다. 온라인과 스마트워크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재택근무가 확산하며 도시 밀집현상이 누그러질 것으로 전망한다. 코로나19는 집이 일상과 혼돈을 벗어나 바이러스 감염을 피하는 은신처가 돼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도시보다 농촌의 잠재력이 큰 이유다.

공공정책의 기본이 공공재를 공급하는 것이라면 코로나19 이후 농촌정책은 농촌의 잠재력에 기대 공공재를 공급해야 한다. 살기 편하면서 안전한 곳, 자연과 환경이 살아 있는 곳,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이 이뤄지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농촌을 가꾼다는 개념으로, 없는 시설을 대규모로 공급하기보다는 기존 자연에 섬세한 손길을 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농촌이란 무대를 정비하되 공공이 무대 위 배우의 역할까지 하는 것은 가급적 삼가야 할 일이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코로나19 사태가 지속가능한 농촌을 만드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박시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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