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래 도매시장 비전과 조건

입력 : 2020-1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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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가 대세

온라인 유통플랫폼 시장 적용을

 

북반구에 겨울이 시작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면서 온라인 소비가 농식품 유통의 새로운 대세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온라인 소비 풍조 확산은 크게 두가지 문제를 야기한다. 소비자 지불가격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불안정해진다는 점과 농민 대부분에게는 참여기회가 제한되고 있다는 점이다. 온라인 유통이 확장될수록 오프라인 유통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던 도매시장의 거래물량도 계속 줄어들게 된다. 이대로 가다가는 농산물도매시장이 전통시장처럼 역사 속 유물로 남게 될지 모른다.

도매시장의 존폐위기는 가중되는데도 거래제도 개선을 둘러싼 시장개설자(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농림축산식품부)의 불협화음은 끝날 줄 모른다. 중앙정부가 시행규칙을 근거로 이미 20년(2000년) 전에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에 도입된 도매상제도의 시행허가를 강하게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약효가 반감된 기준가격을 지킨다는 명분이야말로 얼마나 공허한가.

도매시장을 온·오프라인 중심 시장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이것이 소위 디지털 뉴딜을 실현하는 일이다. 산지(産地)에서 무더기(벌크) 상태로 반입되는 농산물을 선별·가공·포장해 소비지의 온라인 유통 소매상에게 분산시킬 수 있는 온라인 유통플랫폼을 도매시장에 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필수적인 물류시설을 갖춰야 한다.

거래물량이 줄어들고 있는 경매장의 면적을 줄이거나 지하공간을 파서라도 시설용지를 마련해야 한다. 현행 농안법도 개정해 시장의 혁명적인 변화를 뒷받침해야 한다.

도매시장의 핵심주체는 도매법인과 중도매인이다. 그러나 도매법인은 제3자 판매가 금지돼 중도매인 이외에는 팔 수 없고, 중도매인은 직접집하가 금지돼 산지농민으로부터 직접 살 수 없다. 어려운 일이다. 도매시장 유통주체들의 발을 꽁꽁 묶어놓고 무슨 유통개혁을 성공시킬 수 있겠는가.

일본도 2018년 관련 법률을 개정해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도매시장 양 주체의 자유로운 경쟁 속에서 시장발전도 기대할 수 있지 않겠는가? 동시에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득도 커지지 않겠는가? 제값 받기를 원하는 농민에게 출하선택권부터 확대해줘야 한다. 왜 40년 전에 박아놓은 수탁독점 규제의 대못을 뽑아내지 못하는가?

농안법을 개정할 때 도매시장 관련 용어도 바꿔야 한다. 요즘 들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있다. 도매법인이 무엇이고, 중도매인은 또 무엇인지, 그리고 시장도매인과 상장예외란 도대체 무슨 말인지 등이다.

도매시장과 관련된 우리나라 법률은 일본의 도매시장법을 많이 참고해 제정됐다. 일본 법의 도매업자(都賣業者)와 중도업자(仲都業者)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자(者)가 인(人)으로 바뀐 것이다. 도매란 소매업자에게 물건을 판매하는 행위다. 그러나 우리 도매시장에서 도매법인의 소매 행위는 금지돼 있고 단지 중개행위만 수행한다. 그러므로 도매법인의 명칭은 역할에 맞게 중개상 또는 경매상으로 바꿔야 한다. 마찬가지로 중도매인이나 시장도매인은 도매상으로 바꾸는 게 맞다. 상장예외란 말도 중도매인 직거래로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는 이미 고쳐 쓰고 있다. 이제는 농안법 관련 용어도 쉬운 우리말로 수정해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도매시장이 직면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농민과 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표는 같지 않은가.

성진근 (충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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