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작은 학교도 살리고 농촌도 살리고

입력 : 2020-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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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초 성공사례를 본보기 삼아

민관 함께 농촌유토피아 만들자

 

전국에 2000개 정도 폐교 위기인 작은 학교가 있다. 중소도시에도 있지만 주로 농산어촌에 몰려 있다. 초등학교의 경우 1면 1개교는 유지한다는 게 국가 정책이지만 이미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학생이 없는데 무슨 수로 학교를 유지한단 말인가. 학교가 없어지고 아이들 웃음소리가 사라지면 그 동네도 사라지고 만다.

국토균형발전은 말로만 되는 일이 아니다. 천문학적인 국가 예산을 쏟아부어도 성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다행히 최근에 민관이 함께하는 ‘농촌유토피아 사업(고령화·인구감소·지역쇠퇴 등 농촌의 당면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일자리·주거·생활기반시설 등을 종합적으로 공급하는 농촌 맞춤형 지역 재생사업)’이 시도되고, 성공사례도 나오고 있다. 경남 함양군 서하면에 있는 서하초등학교가 좋은 본보기다.

서하초는 인구 1400명의 서하면에 있는 학교로, 올 신학기를 시작하기 전 전교생수는 10명, 학급수는 3개에 불과했다. 이 서하초를 살리기 위해 지난해 11월 지역인사·학교·동창회 등이 참여하는 서하초 학생모심위원회가 긴급하게 구성됐다. 사실상 관의 예산 지원이 없는 상태에서 민간 주도로 이뤄진 학생모심위원회는 활동한 지 불과 한달 만에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학생과 학부모들을 농촌으로 ‘모시기’ 위해 서하초 학생모심위원회가 내건 공약은 특성화 교육, 전교생 해외연수 및 장학금 수여와 더불어 학부모 주택 제공과 일자리 알선, 문화·의료·복지 분야 원스톱 서비스 구축 등이었다.

그 결과 서울 등 전국에서 75가구 144명의 학생이 지원했고, 선발 과정을 거쳐 15명의 학생이 올 신학기부터 서하초에 등교하게 됐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6개 학급이 다 만들어진 것은 물론이다. 이렇게 학생들 전입으로 늘어난 함양군 전체 인구는 현재까지 총 54명으로, 모두 도시에서 전입했다. 이 가운데는 최근 출산한 가정도 있어 정말 오랜만에 시골 동네 서하면에서 아이가 태어났다.

동네가 젊어지고 동네가 살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적절한 조건이 주어지면 도시에서 시골로 전입하려는 수요가 폭발적일 수 있음을 확인한 사례다.

현재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서하면으로 ‘전학 온’ 학부모들을 위한 주택을 지어주고,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이 모델을 전국적으로 확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전북 남원 사매초, 무주 부당초, 경남 거창 신원초·가북초, 남해 상주초, 고성 영오초 등 적지 않은 초등학교가 서하초를 모델로 학교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특히 ‘영호남교육공동체’라는 새로운 모델도 나왔다. 영호남지역의 폐교 위기에 놓인 작은 학교들이 연합해 교육프로그램을 만들거나 교환하고, 상호 교환방문도 하게 된다.

일종의 연합체를 만들어 상생의 길을 모색하자는 것인데, 교육뿐만 아니라 주거·일자리, 문화·경제, 귀농·귀촌 등 여러 분야에서 서로 협력구조를 구축해 농촌유토피아를 함께 만들자는 것이다. 이는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일이며, 이런 식의 교육에 기반한 영호남 연합시스템이 미래 우리나라의 새로운 상생 모델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작은 학교가 살아야 농촌이 살고, 농촌이 살아야 작은 학교가 산다. 무엇보다 창조적 상상력과 지역 리더십으로 지금껏 시도하지 않았던 농촌 살리기, 즉 농촌유토피아사업을 민관이 함께 해낸다면 그 성과는 작지 않을 것이다.

장원 (농촌유토피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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