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우리나라 농촌과 자치분권

입력 : 2020-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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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도농격차 심화 예상 해소하려면 재정분권 이뤄져야

고향세 법안 발의됐지만 무산 21대 국회선 우선순위로 처리를

특별지방자치단체 제도 도입해 시·군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세계에 커다란 고통과 시련을 안겨주고 있다.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가 얻은 큰 위안은 성공적인 K방역으로 선진국의 면모를 보여줬다는 점이다. 그러나 사회적 불균형 해소라는 향후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계층 불균형은 물론 도농격차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1960~1970년대 산업화를 거치면서 도시로의 인구 유입이 급격하게 진행됐다. 1970년 40.7%였던 도시화율은 현재 81.4%에 달한다. 농촌을 기초로 한 군(郡)지역의 인구는 급감했다. 1992년 인구 3만명 미만의 군지역은 5곳이었다. 현재 인구가 3만명 미만이거나 1㎢당 인구밀도가 40명 미만인 군지역은 24곳에 달한다. 저출산·고령화의 부작용은 농촌에서 더욱 크게 나타난다. 농촌에서 아기 울음소리를 듣기 어려워진 지 오래고 고령인구 비율도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2016년 우리나라 도시와 농촌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도시지역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2016년 농촌 전체 GRDP 대비 수도권 도시·농촌의 GRDP는 141배인 반면, 비수도권 도시·농촌의 GRDP는 4.73배에 머물러 있다. 이는 농촌을 기반으로 한 군지역의 어려운 상황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통계로 정책적 대응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인구가 3만명 미만으로 감소했거나 1㎢당 인구밀도가 40명 미만인 지역은 행정적·재정적 특별 지원이 가능한 ‘특례군’ 지정을 촉구하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지방의 어려움을 타개하고자 지역균형발전과 자치분권을 국정과제로 선정했다. 지역균형발전은 국가·공공기관의 지방분산, 산업의 지역별 입지 등 분업, 중앙행정권한의 지방이양 등 종합적인 자치분권 시책을 통해 달성할 수 있다.

문재인정부가 자치분권제도 개혁 추진을 위해 대통령 소속으로 구성한 자치분권위원회는 2018년 자치분권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종합계획으로 ▲주민주권 구현 ▲중앙행정권한의 획기적인 지방이양 ▲재정분권 실시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과 책임성 강화 ▲중앙·지방 및 지자체간 협력 강화 ▲지방행정체제와 지방선거제도 개편 등이 제시됐다. 이같은 6대 전략은 농업을 기반으로 한 군지역의 문제 해결과 직간접적인 관련이 있다. 특히 재정분권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지방소비세율을 10%포인트 인상해 지방재정을 확충했다. 이로써 연간 8조5000억원의 지방세 수입이 늘어나며, 자연증가분을 고려할 때 향후 10년간 100조원의 지방세를 확보할 수 있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지방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을 선제적으로 지급할 수 있었던 것도 재정분권의 영향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 제1단계 재정분권과 유사한 수준을 목표로 제2단계 재정분권에 대한 관련 부처간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정부가 고려하고 있는 재정분권 시행계획 중 하나는 ‘고향사랑 기부제(고향세)’다. 고향세는 도시민이 고향이나 원하는 지자체에 납부한 기부금을 지방재정으로 활용하는 제도다. 거주지역에 대한 기부는 금지되며, 지자체는 지역 토산품을 고향세 답례품으로 제공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를 모색할 수 있다.

기부금액에 따라 세액공제 혜택도 준다.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이 20대 국회에서 발의한 고향세 관련 법안을 적용할 경우 10만원 이하의 기부금은 전액 세액공제 대상이 된다. 1000만원 이하는 16.5%, 1000만원 초과분은 33% 공제하는 것으로 관련 부처간 협의된 바 있다.

현행 ‘기부금품법’은 지자체의 기부금품 모집을 금지한다. 지자체가 우월한 지위에서 기부금을 모집할 경우 준조세 성격을 지닐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강제성을 배제하려면 거주지역 이외의 지자체에 대한 기부를 허용하고, 해당 지자체는 기금을 조성해 법령이 규정하는 사업에 활용해야 한다.

일본도 고향세와 유사한 ‘후루사토 납세’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후루사토 납세는 기부금액과 기부자의 가구수에 따라 주민세와 소득세를 공제해주는 제도다. 2008년 시행 이후 납세실적이 꾸준히 증가해 지방재정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다. 기부자와 기부총액이 2008년 3만3149명, 72억5000만엔에서 2018년 95만1727명, 5127억7000만엔으로 증가했다.

20대 국회에선 고향세 관련 법안이 다수 발의됐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두차례 논의됐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21대 국회에도 관련 법안이 제출돼 있는 만큼 중요 사안으로 처리되기를 기대한다.

이 외에 20대에 이어 21대 국회에서 역점적으로 추진 중인 자치분권 과제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다. 개정안에는 저출산·고령화와 인구 감소 등 농촌 기반 지자체의 상황을 고려한 제도들이 포함돼 있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동시에 진행되면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때 효율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념이 된다. 때로는 시·군 통합 등이 논의될 수 있지만, 과거 사례를 볼 때 시·군 통합은 매우 복잡하고 정치적인 특성을 지닌다. 통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강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별지방자치단체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기존 행정구역과 주체를 훼손하지 않고 행정서비스의 특성에 맞게 특별지자체를 구성함으로써 시·군간 효과적인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행정서비스 특성에 따라 시·군의 전부 또는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한 특별지자체를 설립해 2개 이상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시·군을 통합하는 대신 특별지자체를 통해 시·군의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지자체의 기관 구성은 일률적으로 기관분리형을 채택해 지역별 특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에는 지역 특성에 맞게 지자체의 다양한 기관 구성을 권장하는 제도가 포함돼 있다. 인구 감소 등 문제를 안고 있는 농촌지역은 다양한 정책적 시도가 가능한 대상이다. 때로는 소모적인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갈음해 기관통합형의 종합적 책임제도도 고려해볼 만하다.

농촌의 인구절벽과 고령화의 급진전으로 지역의 지속가능성마저 위협받고 있다. 이런 지역을 위해선 지역균형발전정책, 자치분권과 재정분권, 고향세, 특별지자체 활용 등 종합적인 대책을 검토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방자치 재개 이후 30여년 만의 전면적인 개정을 위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21대 국회에서 최우선 과제로 처리돼야 할 것이다.


●김순은은…

▲1955년생 ▲서울대학교 법학과 ▲서울대 행정학 석사 ▲미국 켄트주립대학교 정치행정학 박사 ▲한국지방자치학회장 ▲일본 게이오대학교 초빙교수 ▲현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김순은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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