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도농교류, 여성이 한다

입력 : 2020-01-08 00:00 수정 : 2020-01-08 23:38

한국여성단체협, 농업과 깊은 인연 설립 이래 농촌사회 발전 위해 노력

신토불이·농촌사랑 운동 등 전개 여성 권익신장 관련법 제정 추진도

도농협동국민운동 전국 확산 통해 도농교류 활성화에 심혈 기울일 것
 


2019년은 강원 고성·속초 일대에 발생한 대형 산불과 잇따른 가을태풍,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으로 농가의 피해가 유독 컸던 한해였다. 우리 농민들은 이같은 시련 속에서도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진다는 사명감으로 농축산업을 잘 수행해줬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농업과 연이 깊다. 1959년 설립된 이래 농촌사회 발전과 농촌여성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1964년에는 소설 <상록수> 속 여주인공의 실제 모델이자 여성농촌운동가인 최용신 여사의 뜻을 이어 농촌사회 개발에 진력한 여성을 표창하기 위해 ‘용신봉사상’을 제정했다. 현재는 그 수상자 범위를 넓혀 희생과 사랑의 정신으로 국가와 지역사회, 여성 발전에 힘쓴 모범적인 여성을 발굴해 표창하고 있다.

1978년 새마을운동이 활발했던 시절엔 집안일과 농업을 겸하는 농촌여성들의 삶의 질 개선문제에 주목했다. 이에 따라 농번기 농촌여성의 과중한 노동시간을 절감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농가주부 노동관리대책을 마련했다. 농번기 탁아소 운영과 제분기·믹서 등 새로운 식품가공구의 이용, 부엌시설 개량, 부녀자 대상 농기계 훈련 등이 그 방안이었다. 이러한 여성운동은 당시 농촌생활 개선에 큰 영향을 미쳤다.

협의회는 초창기부터 소비자 각성과 소비자 보호를 위한 여성운동을 펼쳐왔다. 그 일환으로 농산물 시장개방이 본격화된 1990년대 ‘신토불이운동’을 진행하며 ‘우리농산물 먹기’를 적극 장려했다. 전국 각지에서 ‘우리농산물 먹기’ 캠페인을 벌이는가 하면, 우리 먹거리를 소개하는 책자를 발간하고 전시회를 여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2001년부터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농산물명예감시원을 교육하는 역할도 도맡고 있다. 이외에도 농촌여성노인 노후설계 지방순회교육, 우리 축산물 애용 홍보사업, 1사1촌 자매결연지 방문 등 농촌사랑운동을 적극 펼쳤다.

이처럼 그간 여성은 물론이고 농민의 삶에도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지속적으로 농촌 살리기 운동을 이어오는 데 숱한 시간을 쏟았다. 지난 60년간 여성의 권익신장과 지위향상을 목표로 여성운동을 전개해온 것처럼 농촌에서도 여성의 힘을 한데 모으고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최근에는 그간의 농촌운동 역사를 이어 ‘도시와 농촌은 하나’라는 인식 아래 도농교류·협동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전국 17개 시·도 여성단체협의회를 포함한 457개 지역 여성단체협의회도 각 지역의 농가와 연계한 일손돕기, 사랑의 김장김치 나누기 등 많은 사업과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2016년 도농협동국민운동 확산을 위해 농협 도농협동연수원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일도 주목할 만하다. 도시와 농촌이 힘을 합쳐 농촌을 살리고 국가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농협과 함께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주요 협력사항에는 농업·농촌의 활력화를 위한 여성단체 활동분야 협력·지원, 도농협동국민운동 추진을 위한 다양한 협력사업 전개·홍보, 도농협동연수원 연수프로그램 참여·시설 이용협력 증진, 두기관의 공동발전을 위한 정보교환, 공동사업 추진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따라 협의회의 회원단체들은 매년 도농협동연수원 연수프로그램에 참가해 농촌 방문·체험학습, 현지 농산물 구입 등 도농교류활동과 ‘도농협동희망포럼’을 진행하고 있다. 협의회가 이러한 활동에 적극 동참하는 이유는 농민의 삶의 질 향상과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잘 유지·발전시켜 국민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이를 통해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농촌을 살리고 농업을 지켜나가는 힘을 기르는 데도 기여하고자 한다.

협의회는 그간 성명서나 건의문을 통해 정부와 국회에 여성권익 신장을 위한 법과 제도 마련을 촉구해왔다. 소비자보호단체협의회 설립운동과 호주제 폐지 같은 가족법 개정운동 등이 주요 성과다. 이러한 활동의 연장선에서 농업·농촌을 위한 법·제도 구현에 앞장서고자 2017년 농협중앙회가 추진한 ‘농업가치 헌법반영 1000만명 서명운동’에도 적극 동참한 바 있다.

과거 농민, 그중에서 여성농민들은 법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었다. 2001년 여성농민을 지원하기 위한 ‘여성농어업인 육성법’이 제정되면서 건강한 농촌가정이 구현되고, 농촌사회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하게 됐다. 이 법을 바탕으로 2019년 기준 115개 지방자치단체들은 ‘여성농업인육성지원조례’를 제정해 지속적인 여성농민 정책을 추진 중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역시 여성농민 육성·지원을 위한 정책들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까지 여성농민단체의 모든 회원이 공동경영주로 등록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공동경영주제도는 여성농민의 직업적 지위를 인정하고자 2016년 3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경영주의 동의절차를 밟아야만 여성농민이 공동경영주로 이름을 올릴 수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2018년부터 경영주의 동의를 받지 않고도 등록이 가능해졌다.

농협중앙회에서는 여성이사 선출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조합에 대해 ‘농업협동조합법’을 준수하도록 지도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농협은 2019년 여성임원 비율 목표를 10%로 정했으나, 지난해 6월말 기준 8.4%(이사 10.8%, 감사 1.7%, 조합장 0.7%)에 불과했다. 협의회는 이를 개선해나가기 위해 앞장설 계획이다. 

또한 농식품부는 ‘각종 위원회를 구성할 때 특정 성별이 위촉직 위원수의 10분의 6을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한 양성평등기본법 제21조 2항에 따라 지난해 임기가 만료되는 소관 24개 정부위원회 위원직에 대해 여성을 우선적으로 임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바탕이 된 법 규정은 여성계가 여성의 대표성 확대운동을 전개해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농업분야의 정부 정책에도 여성위원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게 된 만큼 농업 관련 여성정책전문가의 육성이 절실해졌다. 따라서 협의회는 앞으로 여성전문가 교육의 필요성을 정부에 적극적으로 제기해나갈 것이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의 지난 60년은 농촌여성을 포함한 대한민국 모든 여성의 권익향상과 양성평등 실현을 위한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전국의 여성농민을 비롯한 모든 농민들의 목소리를 정부와 국회에 전달하는 역할에 힘을 쏟을 것이다.

더불어 <농민신문>·농협중앙회·전국농업기술자협회 등과 함께 ‘도농협동국민운동’을 전국에 확산시킴으로써 농업·농촌의 가치를 전파하고 도농교류 활성화를 강화하는 데 심혈을 기울일 것이다. 2020년 경자년이 밝았다. 우리 농민과 국민의 약진은 물론이요, 온 가정에 행복이 깃들기를 기원한다.
 



최금숙은…

▲1950년생 ▲이화여자대학교 법학과 ▲이화여대 대학원 법학 석사·박사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 ▲현 국무총리실 소속 양성평등위원회 위원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게시판 관리기준?
게시판 관리기준?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농민신문 및 소셜계정으로 댓글을 작성하세요.
0 /200자 등록하기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