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한국농업의 도약을 꿈꾸며

입력 : 2020-01-06 00:00

젊은 인재 적극 육성·지원하고 농산물 ‘식자재’ 개념 접근 필요

4차산업혁명 기술과 농업 결합시켜 다른 차원의 ‘신농업’으로 발전해야
 


지난해 12월 <농민신문>이 ‘4차산업혁명, 농(農)의 혁신성장을 말하다’라는 주제로 개최한 ‘미농포럼’에 참석했다. 우리나라 농업의 미래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는 뜻깊은 자리였다. 포럼을 다녀온 후 ‘앞으로 우리 농업은 어떠한 전기를 맞이해야 퀀텀점프(Quantum Jump·대약진)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다.

우선 농촌을 젊은이들이 선호하고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꿔야 한다. 지역이든 산업이든 새로운 피가 수혈되지 않으면 노쇠해지다 사라질 수밖에 없다. 농촌도 마찬가지다. 최근 농촌에서 맹활약하는 젊은 여성들을 통해 농촌의 희망을 엿봤다. 충북 청주 부근으로 귀농한 20대 여성에게 이런 문자를 받은 적이 있다. “회장님, 저는 농민이 돼 생각보다 많은 것을 시도하고 있어요. 고령화로 인구가 줄어드는 우리 마을을 스토리텔링하고 브랜딩할 계획입니다.” 의욕적으로 귀농생활을 하고 있는 이 여성은 최근 4-H중앙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도 받았다.

이제 젊은 여성농민을 적극 육성해야 할 때다. 농업 관련 홍보물에 젊은 여성농민을 전면 배치하고 이들에 대한 귀농정착자금도 최대한 지원할 필요가 있다. 여성농민이 생산한 상품의 판매플랫폼을 비롯해 이들이 중심된 농촌 체험·관광, 스토리텔링 등을 만들어 젊은 농촌을 가꿔야 한다. 청년여성 농업경진대회를 개최해 이들의 사례를 알림으로써 의외의 호응을 얻을 수도 있다. 이를 통해 자기주장과 자아실현 욕구가 강한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에게 농촌이 충분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네덜란드 농업을 깊이 있게 벤치마킹할 필요도 있다. 미농포럼에 참석한 강호진 주한네덜란드대사관 농무관은 “우리 농업은 토지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면 네덜란드는 농민의 소득향상을 위해 오래전부터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네덜란드의 농촌과 도시는 소득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농촌에 지속적으로 인구가 유입된다. 

농가소득을 올리려면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노력도 수반돼야 한다. 이러한 면에서 일본처럼 농산물을 ‘식자재’라는 개념으로 볼 필요가 있다. 1차 산품인 농산물을 제조·가공을 거치는 식자재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면 부가가치를 높일 여러 방안이 나올 수 있다. 지금 푸드업계는 친환경을 비롯한 건강식품 붐에 특화된 농산물을 원하고 있다. 소비자의 취향에 맞춘 식자재가 성공하면 부가가치는 올라가고 지역경제에도 큰 도움이 된다. 이탈리아의 패션산업이 계속 성장하는 것도 원단 구매, 디자인, 가공이라는 밸류체인이 선순환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농산물·식자재·식당이라는 체인이 서로 협조한다면 높은 부가가치를 낼 수 있다. 특화된 식자재를 공급하기 위해선 정부와 산학연의 협업이 이뤄져야 한다.

우리 농업은 이제 첨단농업의 문턱에 와 있다. 세계 최초 5세대 이동통신(5G) 상용화로 사물인터넷(IoT)을 비롯한 빅데이터 활용이 가능하고, 인공지능(AI) 응용산업들도 태동하기 시작했다. 스마트팜과 도시농업, 초기의 IoT를 활용한 첨단농업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크다. 지난해 ‘2019 세계농업 인공지능대회’에서 민승규 한경대학교 석좌교수가 이끄는 디지로그팀이 당당히 2위로 예선을 통과했다. 이제 인력만 제대로 기른다면 한국이 첨단농업의 테스트베드(시험장)가 될 수 있다.

특히 제조공장으로 호황을 누렸던 동해안·남해안 일대의 도시들은 첨단농업을 통해 도시재생사업에 성공할 수 있다. 기존의 제조업이 한계를 드러낸 만큼 도시농업으로 새로운 활로를 찾는 것이다. 이러한 농업의 선진화를 위해선 제조업보다 더 우수한 인력이 필요하다. 앞으로 농업분야에서도 카이스트와 같은 기술 위주 대학을 설립하거나 농과대학을 중점 육성해야 한다. 공과대학이 강하고 산학협력이 뛰어난 대학들과 협력해 스마트농과대학을 설립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소프트웨어(SW)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운영 중인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를 농업분야에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교수·교재·학비가 없고 월 100만원씩 지원하는 2년 과정의 문제해결식 SW교육으로, 수강생 250명을 모집하는 데 1만명이 몰렸다고 한다. 새로운 삶을 요구하는 30~40대들에게 농업 중심의 빅데이터 SW교육은 환영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이 농업인력으로 흡수되면 자연스럽게 농업의 선진화와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이다.

앞으로 농업은 장비·설비·기계 분야에서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성장할 것이다. 드론·무인트랙터 등 통신과 AI의 발달로 인력을 사용하지 않고도 높은 생산성을 자랑하는 첨단농업기계분야는 우리 농업을 견인하는 한 축이다. 이러한 첨단농업설비를 빨리 국산화해 농촌에 도입하는 것은 물론이고 해외수출전략 품목으로 성장시켜야 한다. 한국의 강점인 정보기술(IT)과 농업의 결합은 우리 농업에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끝으로 지금이 농업의 글로벌화에 최적기라는 생각이다. 지난 15년간 대한민국은 케이팝(K-POP)·케이뷰티(K-BEAUTY) 등 케이컬처(K-CULTURE)분야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많은 전문가들은 케이컬처의 궁극적인 수혜자는 케이푸드(K-FOOD)가 될 것이란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치가 세계 5대 건강식품에 뽑힐 정도로 이제 한식은 한류열풍과 함께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식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에는 각각 150개 이상의 한식당이 성업 중이며 현지인들이 주고객이라고 한다. 이 기회에 전세계에 퍼져 있는 한식당을 더욱 플랫폼화하고 조직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세계적인 한식교육기관을 설립해 외국인들이 한식조리법을 배울 수 있도록 하고, 전세계 한식당 셰프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새로운 식자재·조리법 등을 적극적으로 소개할 필요가 있다. 이들이 한국 농산물을 소개하는 첨병이 될 것이다.

최근에는 식품이나 식자재 수출에도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GFT(Global Fulfillment Trade) 방식은 물품을 현지 창고에 수량과 관계없이 보관했다가 주문이 오면 2~3일 내에 배송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을 통해 종래의 무역과 같이 대량 컨테이너를 기반으로 할 필요 없이 고객의 상품후기나 데이터를 확보해 주도적으로 상품수출에 나설 수 있다. 신제품을 빠르게 소개할 수 있는 장점도 크다. 아마존·라자다·쇼피 등 세계적인 플랫폼이 중계하므로 돈을 떼일 염려도 없다. 우리농산물도 이러한 방식으로 수출을 늘려야 한다.

2020년을 맞아 세계의 농업 지형도는 크게 변화할 것이다. 젊고 소명감 있고 정보로 무장한 인재들에게 토지와 자본·권한을 줘야 한다. 그리고 4차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기술의 진보가 한국 농업을 완전히 탈바꿈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붐을 일으키는 다양한 한류문화의 확산에 한식이 기여해야 한다. 지난 60년간 제조업이 한국을 이끌었다면 앞으로 60년은 전혀 다른 차원의 신농업이 나라를 이끌어야 진정한 선진국으로 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 공상과학(SF) 작가인 윌리엄 깁슨은 “미래는 이미 와 있다. 아직 널리 퍼지지 않았을 뿐이다”라고 설파했다. 우리 농업이 이에 해당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금룡은…

▲1952년생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광운대학교 경제학 박사 ▲삼성물산 이사 ▲옥션 대표이사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초대회장 ▲현 코글로닷컴 대표이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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