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정치가 잘해야 경제가 산다

입력 : 2020-01-01 00:00

4차산업혁명 시대, 인식전환 필요

스마트팜 진화·귀농인구 증가세 인프라 구축·조세감면 등 해내야
 


국민 삶의 기반인 경제가 불안하다. 경제발전을 이끌던 조선·철강·석유화학·반도체·자동차 등 주력산업이 경쟁력을 잃으면서 성장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1970년대 이후 10% 안팎의 고도성장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뤘던 경제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사실상 잃어버린 20년을 겪고 있다. 역대 정부의 경제성적표가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한다. 외환위기 이후 들어선 김대중정부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5.32%였다. 이후 성장률은 점차 떨어져 임기 절반이 지난 문재인정부는 2%대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다. 자칫하면 1%대 저성장의 수렁에 빠질 수 있다. 

안팎으로 경제가 난관에 처했다. 대외적으로 미·중 무역전쟁과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인해 경제성장의 견인차인 수출산업이 타격을 받고 있다. 2018년 12월부터 감소하기 시작한 수출은 지난해 내내 줄어 감소율이 10%를 넘어섰다. 고도성장시기 20%가 넘던 수출증가율에 비하면 사실상 수출산업의 붕괴다. 내수는 빈사상태다. 지난해 설비·건설투자의 감소율이 각각 7%와 4%를 넘겼다. 불안한 고용과 가계부채 탓에 소비증가율도 1%대에 그쳤다. 수출과 내수의 부진으로 경제는 죽음의 덫이라 불리는 디플레이션의 함정에 빠졌다. 물가수준을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국내총생산(GDP)디플레이터는 지난해 3분기 -1.6%를 기록하는 등 물가하락이 구조화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20년 만의 일이다. 물가가 하락하면 생산과 투자가 감소한다. 이로 인해 성장률이 떨어지면 실업이 대량으로 발생해 경제는 추락위기를 맞는다.

정부는 새로운 경제정책의 패러다임으로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펴고 있다. 정부가 예산을 대규모로 투입해 일자리를 만들고 소득을 지원해 경제를 살리는 정책이다. 지난해와 올해 정부예산의 증가율은 각각 9.5%와 9.1%에 달한다. 올해 예산은 512조3000억원 규모로 사상 처음 500조원을 넘었다. 그러나 소득주도 성장정책은 성장률 하락, 청년실업 증가, 빈부격차 심화, 정부부채 증가, 부동산 투기과열과 같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의 소득증가와 소비활성화를 위해 추진한 최저임금 인상 및 근로시간 단축이 오히려 자영업·중소기업의 경영난을 가중시켜 근로자 해고와 폐업이 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이 경제의 저변을 무너뜨리는 모순을 낳고 있는 것이다.

한국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는 정치와 이념의 덫에 걸려 있다는 점이다. 선거철만 되면 모든 정당과 후보들은 득표를 위해 인기영합 공약을 남발한다. 집권세력은 경제정책을 정치적 선심이나 정권유지 수단으로 이용한다. 경제정책 수립에 근본적인 문제로 작용하는 것이 이념이다. 보수정권은 성장, 진보정권은 분배라는 이분법이 경제정책의 내용을 좌우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기조가 달라져 경제가 혼란에 빠진다. 더군다나 집권정부는 이념에 관계없이 부동산과 건설정책을 경기부양에 이용한다. 김대중정부는 규제를 완화해 부동산 투기를 잉태했다. 노무현정부는 신도시 토지보상금을 풀어 부동산 투기에 불을 지폈다. 박근혜정부는 다시 규제를 풀어 부동산 투기를 자극했다. 문재인정부는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고 생활형 SOC를 확충하고 있다. 전국이 부동산 투기에 휩싸여 백약이 무효다.

경제논리로 볼 때 소득주도 성장정책의 타당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재정정책을 활용해 국민소득을 늘리고 소비를 활성화하면 기업의 투자와 생산이 늘어난다. 이로 인해 경제가 성장해 다시 국민의 일자리와 소득이 느는 선순환을 구축한다. 문제는 소득주도성장은 산업이 발전해 경제가 성장동력을 갖추고 있을 때 효과를 발휘한다는 점이다. 주력산업이 경쟁력을 잃어 성장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정부의 무모한 예산투입은 깨진 독에 물 붓기로 끝날 뿐만 아니라 되레 위기를 부른다. 단기 임시일자리 양산, 선심지출 확대 등이 대표적이다.

국회 역시 정상이 아니다. 예산안 심의에 대한 여야의 주요 관심사는 국민의 세금을 아끼기 위한 예산조정이 아니라 지역구의 선심성 예산을 끼워넣는 것이다. 경제개혁과 혁신을 위한 법안들은 심의를 늦춰 쌓아놓았다가 폐기하거나 상황이 급하면 무더기로 처리하는 것이 보통이다. 상정된 법안에 대해 정당간 정치적 이해관계가 다를 경우엔 불법적인 충돌과 싸움을 불사한다. 더 큰 문제는 정치권이 정치적인 목적에 따라 국민을 친정부와 반정부 편으로 나눠 갈등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특히 선거 때만 되면 각 정당은 의석을 더 얻기 위해 갖가지 공작을 일삼고 편법을 동원한다. 국민은 이에 따라 적대적으로 분열하는 반사회적 현상이 나타난다. 민주주의를 올바르게 실천하는 정치개혁과 나라 발전을 위해 생산적인 입법기능을 하는 국회개혁이 없는 한 경제는 희망을 찾기 어렵다.

한국 경제의 50년 성장잔치는 끝났다. 소득주도성장 실험은 사실상 실패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 다시 시작해야 할 때다. 4차산업혁명은 신성장동력의 요체다. 정보통신혁명의 뒤를 이어 2010년대에 시작된 4차산업혁명은 세계 각국의 경제운명을 좌우하는 새로운 조류로 자리 잡고 있다. 4차산업혁명은 기존 산업과의 융합을 통해 일어난다. 한국의 정보통신과 제조업은 높은 수준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 인공지능(AI) 개발에 앞장서고 융합산업 발전을 촉진하면 4차산업혁명에 성공할 수 있다. 4차산업혁명의 주체로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을 일으키면 고용문제도 해결된다. 4차산업혁명을 선점할 경우 한국 경제는 미래산업 발전을 주도하며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다. 4차산업혁명에 대한 우리 경제의 잠재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최고학력의 인적자원이 넘친다. 청년들은 기회만 주어지면 어느 나라보다 먼저 신산업을 찾아낼 역량을 갖췄다. 무엇보다 정치와 이념에서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보장해준다면 기업가 정신도 다시 살아날 것이다.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농촌경제에 대한 인식전환 역시 필요하다. 농업은 삶의 원천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경제발전은 탈농업의 과정을 거쳤다. 1~4차에 이르는 산업혁명은 경제발전의 중심을 농업에서 제조업·서비스업·지식산업 등으로 전환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전체 인구 대비 농업인구의 비중은 1960년대초 80%가 넘었으나 현재는 5% 미만이다. GDP 중 농업의 비중도 계속 하락해 1970년대 50% 수준에서 현재 2%로 감소했다.

최근 농업과 정보통신·로봇·빅데이터·바이오 등을 접목하는 스마트팜이 새로운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기존 산업이 퇴조하고 고용창출능력이 떨어지자 도시인구의 귀농·귀촌이 늘고 있다. 통계상 매년 도시에서 농촌으로 향하는 인구가 50만명에 이른다. 경제발전이 탈농업이 아니라 귀농업시대를 맞은 것이다. 정부는 농업을 미래산업 발전의 중심에 놓고 첨단인프라 구축, 규제완화, 금융 지원, 조세감면, 교육·훈련 등의 정책을 펼쳐 새로운 농촌시대를 열어야 한다.
 



이필상은… 

▲1947년생 ▲서울대학교 금속공학과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경영학 석·박사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장·총장 ▲현 국세청 국세행정개혁위원장 ▲현 서울대 경제학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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