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농민신문에 거는 기대

입력 : 2018-08-15 00:00

54년간 농민의 나침반·등불로 농가소득 증대와 농업 선진화 앞장

농업의 가치 헌법반영 위해 국민 공감대 형성에 노력해야

NBS한국농업방송 개국 종합언론사로 도약 기대
 


필자가 <농민신문>을 본격적으로 접한 것은 2년 전 농협미래농업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부터다. 미래농업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어릴 적 조부님의 어깨너머로 봤던 <농민신문>을 탐독하게 됐고, 2년 동안 농업·농촌의 소상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었다.

정부수립 70주년인 올해 8월15일은 <농민신문>이 창간된 지 54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지난 54년간 녹색혁명과 새마을운동 전개, 정보화·글로벌 시대로의 진입 등을 거치며 우리 농촌의 모습은 몰라보게 달라졌고, 농민의 삶의 질도 크게 향상됐다. 그 과정에서 <농민신문>은 때로는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으로서, 때로는 어두운 밤길을 밝히는 등불로서 막중한 역할과 기능을 수행해왔다.

과거 우리 농촌에 만연했던 고리채를 해소하고 협동조합이 바르게 뿌리내리도록 하는 데 <농민신문>이 많은 역할을 했다. 1970년대 들어서는 농업의 선진화에 앞장섰고, 1980년대에는 시장개방 확대를 내다보고 농업의 상업화를 강조했다. 특히 1990년대 외국산 농산물이 물밀듯이 밀려올 때는 우리농산물 애용운동인 ‘신토불이(身土不二) 운동’ 확산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또 2000년대에 들어서는 기업과 도시가 농촌에 관심을 갖게 하는 ‘1사(社)1촌(村) 농촌사랑운동’과 ‘또 하나의 마을 만들기’ 전파에도 큰 역할을 했다. 시(市)단위 이상의 도시 독자 구독률이 34%에 달한다는 것은 <농민신문>이 도농 가교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16년 새 농협 출범 이후에는 협동조합 정신 고양과 함께 농가소득 증대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도매시장에서 최고 경락값을 받는 농가를 찾아 남다름을 소개하는 ‘가락시장 최고가 비결’을 비롯해 농가소득 5000만원 달성을 위한 각종 기획물은 <농민신문>의 시대정신을 잘 보여주고 있다. 최근 <농민신문>은 우리 농촌의 숙원인 ‘고향사랑 기부제(고향세)’ 도입을 핵심 의제로 선정하고 선진국의 모범사례와 명사 지지칼럼을 잇달아 게재했다. 처음에는 시큰둥했던 정치권과 정부가 서서히 고향세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결국은 <농민신문> 손을 들어줬다. 문재인정부가 고향세 도입을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한 데 이어 이낙연 국무총리가 고향세 도입의 구체적인 로드맵을 밝힌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 농업·농촌은 여전히 농업계의 힘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여러 과제를 지니고 있다. 쌀은 이미 시장을 외국 농민들에게 활짝 열어줬고, 여러 국가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은 한국 농업의 생존 가능성마저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또한 농업인력 고령화와 후계인력 부족은 농촌사회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중차대한 문제로 떠올랐다.

이러한 어려운 대내외 환경은 우리 농업·농촌에 더욱 힘겨운 응전이 필요함을 말해준다. 끊임없이 자신을 변화시키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나가는 능동적인 응전의 자세야말로 희망찬 내일을 담보할 수 있는 최고의 경쟁력이다. 정보통신기술(ICT)과 융복합하는 창조농업, 6차산업화 구현, 웰빙과 힐링의 공간으로 거듭나는 복지농촌 건설에도 예외일 수 없는 소중한 덕목이다.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국민이다. 앞으로의 세상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생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국민과 함께할수록 농업과 농촌의 가치는 더욱 새로워지고 확대될 것이다.

따라서 농업·농촌·농민과 공동운명체인 <농민신문>은 현 상황에서 가장 시급한 책무가 온 국민이 농업과 농촌에 관심을 갖게 하고 농민들이 미래에 희망을 품도록 하는 것임을 깊게 인식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농민의 신문’을 넘어 진정 ‘국민의 신문’으로 거듭나야 한다.

매년 정부예산이 확정될 때마다 농업계는 한숨을 쉰다. 농업예산이 국가 전체 예산 증가율을 밑도는 일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이를 예산당국의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 농업을 첨단산업과 거리가 먼 산업으로 보는 시각을 바로잡아야 한다. 또 국민이 감동해야 농업이 살 수 있다는 점을 농민들에게 각인시켜야 한다. 이미 선진국들은 농업이 안정된 일자리와 높은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유망산업이 될 것으로 보고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 분야에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며, 농민들의 자구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1971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사이먼 쿠즈네츠 교수는 “후진국은 공업화를 통해 중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지만, 농업과 농촌의 발전 없이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없다”고 했다. 그렇다. 선진국치고 농업이 발전하지 않은 나라는 없다. 국가 경제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중요성은 그 규모와 경쟁력만으로는 평가할 수 없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외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가 바로 그것이다. 농업·농촌은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 공급은 물론 깨끗하고 아름다운 환경보전, 안락한 휴식과 관광, 전통문화 계승,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는 공동체 등 다양한 가치를 갖고 있다.

이런 농업의 공익적 기능은 농업·농촌은 물론 국토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토대가 되며, 국민의 삶과 직접 관련된 사안이다. 도시민 10명 중 7명이 농업가치에 공감한다는 여론조사도 있다. 이런 시대정신을 바탕으로 개헌 논의가 다시 시작되면 새 헌법에 농업의 공익적 기능이 담기도록 <농민신문>이 250만 농민의 단합을 이끌고, 한편으론 도시민의 공감대를 이끌어내야 한다.

지금 상황이 어렵다고 우리 농업·농촌이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농업이 위축됐다고 해서 뉴스의 가치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농민신문>도 농민 독자를 응원하면서 종이신문의 한계를 딛고 새롭게 도약해야 한다. 방송 등 새로운 영역에 대한 적극적인 도전으로 명실공히 종합언론사로 도약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농민신문사가 설립해 창간 54주년인 오늘 출범시킨 NBS 한국농업방송에 대한 기대도 크다. NBS는 케이블TV의 장점을 활용해 농촌과 도시, 농민과 소비자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농민에게는 농가소득 증대를 위해 국내 농산물의 유통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도시민에게는 우리농산물의 우수한 효능과 각종 요리법, 농촌 여행지 등을 적극 알려야 한다.

어려울 때일수록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농민신문>은 ‘사력(死力)을 다해 이 횃불의 기름이 마르지 않고 더욱더 힘차게 타오르게 할 것을 기약’하던 1964년 8월15일 창간 당시의 굳은 각오를 되새기면서 한국 농업의 미래를 밝히길 바란다.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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