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개띠해’ 꼭 이뤄질 덕담으로 시작하자

입력 : 2018-01-01 00:00 수정 : 2018-03-02 15:13

인간과 가장 친밀한 동물 ‘개’ 영리하고 사람 잘 따라 늘 곁에

충성과 의리 지키는 충복이자 동반자 …농사현장에도 함께해

반려동물로 위상 더 높아져…무술년 희망찬 덕담 꼭 이뤄지길
 


새해가 밝았다. 2018년 무술년(戊戌年)은 개띠해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개는 인간과 가장 친밀한 동물이다. 순하고 영리할 뿐만 아니라 사람을 잘 따른다. 그래서 개는 인간의 역사와 함께하며 늘 우리 곁을 지켜왔다. 때로는 구박과 멸시를 받더라도 인간을 위해 자신의 몸을 희생했다. 그런 우호적이고 희생적인 행동 때문에 개는 인간에게 헌신하는 충복(忠僕)의 상징이 됐다. 그뿐만이 아니다. 개는 예부터 수호신 역할을 해, 집을 지키거나 사냥도 도왔다. 민간에서는 잡귀와 병도깨비·요귀 등을 물리치고 집안의 행복을 지키는 능력도 있는 것으로 전해져왔다.

개에 대한 표현은 시대에 따라서 문헌이나 고분벽화·설화·신앙·그림 등에 다양하게 나타난다. 한국문화 속의 개는 충성과 의리를 지키는 충복이자 심부름꾼·안내자·지킴이·동반자, 그리고 조상의 환생 등의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개는 주위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인간과 가장 친밀한 동물이다. 조선시대 화가 김두량의 ‘흑구도(黑狗圖)’.


이런 표현도 있다. 개는 한자로 ‘술(戌)’인데 ‘지킬 수(戍)’와 글자 모양이 비슷하다. 나무는 한자로 ‘수(樹)’이고 ‘수(戍)’는 ‘지킬 수(守)’와 음이 같아 동일시된다. 따라서 ‘술수수수(戌戍樹守)’는 개가 나무도 지킨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무 아래서 보름달을 보고 짖는 개 그림에는 집안의 복을 지킨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새해가 되면 부적으로 그린 호랑이는 대문에, 개는 광문에, 해태(선악을 판단해 안다는 상상의 동물)는 부엌문에, 닭은 중문에 붙인다’고 쓰여 있다. 액을 막기 위해 집의 대문이나 광문에 붙이는 문배도(門排圖) 또는 갖고 다니던 부적에도 개가 그려지곤 했다. 이렇게 개는 도둑을 막고, 사악한 것을 쫓아내고, 복을 불러오는 지킴이였다.

무엇보다 개는 항상 농부들의 친구였고 농사현장도 함께 지켰다. 조선시대 화가 김홍도의 <들밥>에 그려진 개는 밥 먹는 농부들 곁에 조용히 앉아 있다. 농부들이 남긴 음식을 먹겠다는 심사다. 김홍도의 또 다른 그림 <경작(耕作)>에도 밭갈이하는 주인 뒤를 따르는 털이 긴 검둥개가 나온다. 역시 조선시대 화가 김득신은 <성하직구(盛夏織屨)>에서 더운 여름날 짚신 꼬는 주인 곁에서 헐떡거리며 엎드려 있는 개를 그렸다.

 

12지신장(支神將) 중 하나인 개.


이렇게 개는 늘 농부들의 동반자로서 가까이 존재해왔다. 그뿐 아니라 ‘개가 풀을 먹으면 큰물이 진다’ ‘많은 개들이 떼를 지어 즐겁게 뛰어다니면 큰바람이 분다’ 등과 같은 속설에서 나타나듯, 농사에 필요한 물과 바람의 정보를 개의 행동을 통해 예견하기도 했다.

개는 후각과 청각이 예민하고 경계심이 강하다. 자기의 세력범위 안에서는 대단한 용맹성을 보인다. 주인에게는 충성심이 가득한 반면 낯선 사람에게는 적대심을 드러낸다. 특히 개는 여러모로 쓸모가 많은 동물이다. 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개를 사냥과 목축·구조·애완용 등 다양한 상황과 목적에 적합하게 개량해왔다. 예를 들어 테리어(Terrier) 종은 용맹과 끈기라는 속성을 살려서 여우나 오소리·쥐 등을 추적하게끔 길러졌다.

우리나라에도 지역마다 토종개들이 있다. 전남 진도의 명견인 진돗개와 경북 경산의 삽살개, 호랑이도 잡는다는 함경도 풍산의 풍산개, 사냥의 명수 제주의 제주개, 꼬리가 짧은 경북 경주의 동경개와 ‘붉은 늑대’로 통하는 영주의 불개 등이 그들이다. 충직·용맹·영리함 등 많은 장점을 갖춘 다양한 토종개들을 농사에 적합하게 개량한다면 미래의 농사꾼으로 활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유전공학이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에서 불가능한 일은 아닌 것 같다.

간혹 개가 비천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못된 개, 미운 개, 똥개 등으로 속담이나 험구(욕)에 쓰이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언어생활에서 개는 비웃음거리나 미천함의 대명사로 통하곤 한다. 그러나 이러한 언어생활과 달리 개의 위상은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애완견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기 때문이다. 자가용을 타고 다니는 개가 그렇고, 고기가 아니면 먹지 않는 개를 보면 그렇다.

그뿐인가. 미용에서부터 의상까지 화려함은 물론이고 개 전용 호텔과 전용 카페까지 생겨났다. 옛날 찬밥이나마 얻어먹으려고 돌팔매질을 당하면서도 졸졸 따라오던 개가 이젠 아니다. 낯선 사람이 나타나면 우렁차게 짖어대기만 하던 그 개와는 처지가 딴판이다. 정말로 우리는 ‘개팔자가 상팔자’인 시대에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조선시대 이암의 ‘어미개와 강아지’.


우리는 보통 아주 더러운 발을 ‘쇠발개발’이라고 한다. 하지만 눈 위에 찍힌 소나 개의 발자국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아는 필자로서는 수긍하기 어렵다. 그것 말고도 개에 빗댄 욕설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하지만 개의 충직성을 잘 아는 인간들이 할 말이 아니다. 만약 사람들이 동물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고 상상한다면 어떨까. 혹 동물세계에서 가장 못된 종(種)을 ‘인간 같은 놈’이라고 하진 않을까. ‘동물들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것이 정말 다행’이라고 필자는 안도의 한숨을 쉰다.

자, 이제 새해다. 무술년 개띠해를 다음과 같은 덕담으로 시작해보자. ‘농사는 대풍이었고 농가소득은 역대 최대였다’ ‘평창동계올림픽과 동계패럴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국민 1인당 소득이 3만달러를 훨씬 넘었다’ ‘남북과 동아시아 국제정세가 평화로워졌다’ ‘국민의 살림살이가 나아졌다’고 하면서 덕담을 나누자. 덕담은 새해소망을 단정적 완료형으로 주고받고, 확정된 사실처럼 표현한다. 말에 힘이 있어야 말하는 바대로 이뤄진다. 새해에는 꼭 이뤄질 것이다.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
 



천진기 관장은…1962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안동대 민속학과를 졸업하고, 영남대와 중앙대에서 각각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립민속박물관 민속연구과장 등을 거쳐 2011년부터 국립민속박물관장으로 재임 중이다. 저서로 <운명을 읽는 코드 열두 동물> <한국의 말 민속론> <한국동물민속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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