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동지와 팥죽

입력 : 2017-12-18 00:00 수정 : 2018-03-02 14:11

밤 가장 긴 날 ‘동지’ 염원·소망 담긴 음식

팥죽·시루떡 먹으며 ‘액’ 내쫓고 ‘복’ 구해
 


이달 22일은 절기로 동지(冬至)다. 동지 하면 자연스럽게 팥죽이 떠오를 터. 그런데 물어보자. 동지에 팥죽 먹는 이유를 아시는가?

동지는 24절기 가운데 22번째에 해당하는 절후(節候·절기를 음력으로 바꾼 것)로 1년 중 밤이 가장 긴 날이다. 동지가 지나면 다시 낮이 길어지기 시작하기 때문에 태양이 부활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동지를 설 명절 다음가는 ‘작은설’이라고 여기기도 했다. 특히 동지에 팥죽을 먹으면 나이를 한살 더 먹는다는 ‘동지첨치(冬至添齒)’라는 풍속이 전해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동지시(冬至時)에 맞춰 대문과 담벼락을 비롯한 집안 곳곳에 숟가락이나 솔잎으로 팥죽을 뿌려 액을 막고 역귀를 물리치는 행위를 한다. 이같은 풍속은 삼국시대에 중국으로부터 들어와 고려시대에 널리 퍼진 것으로 추정된다. 팥죽의 붉은색이 사악한 기운을 물리친다고 여겼다. 한국천문학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동지시는 12월22일 01시28분이다.

중국의 세시기인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6세기 초나라의 공공씨(共工氏)가 변변치 않은 아들을 하나 뒀는데, 동짓날 죽은 후 역귀(疫鬼)로 변해 사람들에게 해를 끼쳤다고 한다. 그런데 그 역귀가 생전에 팥을 몹시 두려워했기 때문에 동짓날 팥죽을 먹으면 역귀를 쫓아낼 수 있다고 믿게 됐다. 죽어서 사람을 괴롭히는 역귀는 역병(전염병)을 퍼뜨리기도 하는 귀신이다. 역귀는 벽이나 담을 따라 움직인다고 하니, 동지시에 팥죽을 집안의 벽이나 담에 뿌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올해 동지는 음력으로 11월5일이다. 동지가 음력으로 동짓달 초순에 들면 애동지(兒冬至), 중순에 들면 중동지(中冬至), 하순에 들면 노동지(冬至)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동지에는 동지팥죽을 쒀 먹는다고 전해지지만, 애동지에는 팥죽 대신 팥시루떡을 해서 먹었다. 애동지에 팥죽을 먹으면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일들이 생긴다는 속신이 있기 때문이다. 또 지역에 따라서는 동짓날이 간지(干支)로 ‘병(丙)’ 자에 해당할 경우 ‘병동지’라 하여 팥죽을 쑤지 않았다. 병(丙)과 병(病)이 같은 음이라서 마을에 질병이 발생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들은 동지가 되면 자연스럽게 동지팥죽을 먹었을 뿐만 아니라 잡귀를 막는다고 하여 뱀 사(蛇) 자를 거꾸로 붙여 동지부적으로 썼다. 이런 풍속들과 팥죽을 통해 우리 조상들은 액을 물리치고 복을 구함으로써 가족의 건강과 집안의 안녕을 기원했다.

이렇듯 팥죽은 그냥 음식이 아니라 염원과 소망이 담긴 음식이다. 이번 동짓날엔 가족과 함께 팥죽을 먹으며 가정의 행복을 빌어보면 어떨까.

최명림<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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